인플레이션 방치한 당신, 좀비가 된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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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방치한 당신, 좀비가 된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5.02 08: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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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 칼럼에서 마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닮은 새로운 복합 인플레이션이 인류에게 닥쳐온다고 설명했다. 이번 칼럼은 인플레이션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자. 인플레이션의 핵심은 기준 시점의 화폐 단위로 표시한 물건 가격(명목가격)이 비교 시점에 상승한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의 원인은 시중에서 사람 손에서 손으로 도는(유통하는) 화폐량이 증가하거나, 물건 양이 감소하면서 화폐와 물건의 양적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화폐 수량설이라 한다.

앞 문장의 전자는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화폐·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후자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거래하는 실물경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화폐 공급을 천문학적 규모로 늘렸다. 전 세계 시장거래의 기본 통화, 달러를 공급하는 미국 연준은 보유 자산 규모를 2020년 이전 4조달러에서 지난해 말 9조달러까지 키웠다. 세계화된 시장에 달러 공급이 폭증했으나 코로나가 전 세계 주요 제품, 원자재 공급량을 위축(supply shock)하고, 공급망의 기능도 교란(global value chain shock)하면서 물건의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지속했다. 이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말에는 백신 개발과 경제 봉쇄 완화 등으로 억제했던 수요가 몰리기 시작하며 인플레이션을 가속했다. 여기에 설상가상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진 것이 현재의 세계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가격이 화폐 단위로 고정되어 표시하는 자산은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경제적으로는 화폐로 표시한 물건 가격(명목 가치)에서 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가치를 실질 가치라고 하는데(피셔 효과),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이 실질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개념에서 중요한 실질 가치와 명목 가치 차이가 아주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인 화폐 가치의 차이를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는 경제학적 견해를 ‘화폐적 환상(money illusion)’이라 하는데 이것의 존재 여부에 따라 사람들의 소비, 투자, 생산 등 경제적 의사결정과 활동은 큰 영향을 받는다. 거시 경제의 동태적 변화를 경제 속 개별주체의 미시 경제와 연결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바로 화폐 환상이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경제 시스템 구석구석 깊숙하게 영향을 미친다. 국민이 화폐 환상 속에 빠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를 표시하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것도 일종의 화폐 환상을 관리하는 것이다.

실질 가치 변화를 가져오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물가에 따라 원금이 변하는) 물가연동채권 등을 제외한 현금을 비롯한 대부분 금융자산은 실질 가치가 하락한다. 아마 은행 예금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얘기를 들어 봤을 것이다. 예금의 실질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명목(nominal)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서 재산을 갉아내는 효과가 있다. 화폐 가치가 불안정한 후진국일수록 부자들이 금융자산보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념은 간단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사회 효과는 막대하다. 화폐 가치의 변화 과정에서 부의 재분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계약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채권, 채무 계약에서 양측은 계약서에 화폐 단위로 상환할 금액을 고정하므로 인플레이션이 과다하면 갚아야 하는 빚이 줄어 채무자는 부담이 줄고, 반대로 채권자는 손실을 보는 부의 이전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임금 채권과 임금 채무 사이의 부의 이전 효과이다. 국민 다수가 차지하는 임금 노동자의 소득, 임금은(특히 노동권이 약해진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 세계에서는) 물가에 연동해서 상승하기 어렵다. 또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생산 물품이나 서비스의 매출에 (독점력이 클수록) 물가를 반영하기 쉬우므로 인플레이션은 불평등을 악화하는 효과가 있다.

인플레이션은 한 경제에 속하는 기업, 개인, 정부 모두에게 차별 없이 찾아가므로 체계적인 위험이라고 한다. 체계적이란 표현은 영어의 시스테믹(systemic)을 의역한 것으로 경제 체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모두에게 골고루 미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의 이전 효과는 일방적이고 불평등하다. 즉 저소득, 지나치게 적은 자산 보유자의 삶에 인플레이션은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가진 것이 적은 사람은 부자들처럼 인플레이션 위험 헤지를 위한 포트폴리오 분산이 불가능하며, 경제적 약자는 당장 생계를 위한 소액의 현금성 금융자산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 또한 금융회사의 영업 채널을 통해서 제공하는 금융정보와 금융 자문의 대부분은 부자와 일반 대중을 철저히 구분한다. 그리고 금융회사는 수익성 높은 부자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서비스를 그들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는 금융 정보는 유용하고 많은 것 같지만, 중구난방이고 체계적이지 않아서 일반 대중이 이용하기에는 쉽지 않으며 효과도 의심스럽다. 부자가 되는 정보는 그리 손쉽게 구하지 못하는 것이 시장경제에 적합한 논리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반 대중은 금융정보와 서비스의 불모지에 거주하는 것과 같다. 결국 일반 대중에게 인플레이션의 충격은 훨씬 크고 증폭할 가능성이 크며 자산과 소득이 적으므로 서민 가계는 단 한 번의 적은 손실 발생에도 회복력(resilience)을 완전히 상실하기 쉽다.

이밖에도 일반 대중이 고려해야 할 인플레이션의 위험은 백세 시대와도 관련이 있다. 가장 안전하고 가치 있는 명목화폐로 세계인이 인정하는 달러는 금에서 손을 뗀 1971년부터 최근까지 50년간 약 86%의 구매력을 상실한 것으로 최근 로이터 통신의 기사가 확인해준다. 반면 기대수명이 길어진 시대에도 많은 국민은 아직도 이 같은 인식을 거부한다. 일반 대중에게 인플레이션이 기대수명과 결합하면 거대한 회색 코끼리로 어느 날 선명한 고통을 줄 것이 틀림없다. 인플레이션 방어에 소홀하면 저소득 20대 젊은이가 애써 벌고 저축해도 70대에 비축할 노후 준비자금의 약 90%는 모르는 사이에 무용지물이 되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인플레이션은 서민의 미래를 좀비로 만들 수 있다. 이 정도 피해는 그 어떤 국가도 이전소득으로 보상할 수 없다. 절벽 위를 뛰어내려 비행을 배우는 새끼 독수리처럼 생존을 위해 젊은 시절부터 국민은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에서 일반 대중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일반 국민이 접근하기 쉽고 안전한 인플레이션 대처 수단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인플레이션 회피 노력은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기며 일반 대중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설명을 이해했다면 일반 대중은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서민들이 이용 가능한 인플레이션 대처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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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2 09:38:03
너무 무섭네요.다음칼럼은 언제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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