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도 못 잡아낸 우리은행 ‘500억’ 횡령사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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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검사도 못 잡아낸 우리은행 ‘500억’ 횡령사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4.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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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 종합검사, 1년간 미뤄지다 두 차례 실시… 은행도 4년 지나 ‘6년 행각’ 적발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우리은행 직원 500억원대 횡령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횡령 시작부터 적발까지 10년 동안 몰랐던 은행과 감독당국의 시스템을 꾸짖으며, 금융 범죄는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뉴스웰DB
우리은행 직원 500억원대 횡령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횡령 시작부터 적발까지 10년 동안 몰랐던 은행과 감독당국의 시스템을 꾸짖으며, 금융 범죄는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뉴스웰DB

“상기 보도내용과 관련하여 검사 대상은행 및 일정 등은 확정된 바 없음을 알려드리오니 보도에 신중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달 5일과 27일, 금융감독원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발표한 보도자료입니다. 자료 발표일과 같은 날 보도된 <금감원, 다음 달 케이뱅크 검사…유동성 집중 점검> <금감원, SC제일·하나은행 정기 검사… 연내 30곳 조사한다>에 대한 입장문입니다. 기사 내용은 제목에 거론된 은행들의 정기 종합검사가 곧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인 우리은행에서 500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제1금융권에서 이 같은 규모의 금융사고가 일어난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더군다나 우리은행은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종합검사가 미뤄지며 함께 논란이 컸던 터라, 금융 소비자들의 분노는 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8일 금감원은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일반은행 검사국이 이날 중 현장 수시검사에 착수해 사고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권과 경찰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 A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회삿돈 50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습니다. 횡령 자금은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매각한 자금 중 일부로 알려졌습니다.

이달 5일(위), 27일에 내놓은 금감원 보도설명 자료. /출처=금융감독원
이달 5일(위), 27일에 내놓은 금감원 보도설명 자료. /출처=금융감독원

우리은행은 내부 감사에서 사건을 인지하고 전날(27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같은 날 A씨가 자수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했습니다. 금감원은 전날 우리은행에 보고를 받은 뒤에야 사고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기 종합검사를 실시한 금감원이 비난받는 이유입니다.

‘종합검사’는 금융회사의 업무 전반 및 재산 상황에 대하여 감독기관이 실시하는 검사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특정 부문을 검사하는 부문검사와 달리 말 그대로 종합적이고 광범위한 검사입니다. 검사는 방법에 따라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하여 실시하는 현장검사와, 금융회사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 및 확인하는 서면검사로 나뉩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3일 <금감원, 우리금융 종합검사 돌연 철회> 기사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며, 앞에서처럼 “확정된 바 없으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우리금융그룹의 종합검사는 2020년 말 진행하려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미뤄졌습니다. 특히 정은보 금감원장이 취임하며 ‘사전 예방’을 강조하자 고의 지연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감독 기능 상실’이라는 비난이 매우 거세자, 지난해 검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11일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종합검사를 마쳤습니다. 2018년 종합검사제 부활 이후 우리금융을 끝으로 5대 금융그룹 모두 검사를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번의 검사에서도 이번 우리은행 횡령사고는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1월 3일 우리금융 종합검사 돌연 철회 기사가 보도되자 금융감독원은 즉각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11월 3일 우리금융 종합검사 돌연 철회 기사가 보도되자 금융감독원은 즉각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자료=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횡령 시작부터 적발까지 10년 동안 몰랐던 은행과 감독당국의 시스템을 꾸짖으며, 금융 범죄는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금융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니까 너도나도 횡령해서 돈 숨겨놓고 몇년 살다 나오려고 하는 거 아니냐~~~저렇게 큰돈을 횡령하는데 회사 시스템이 얼마나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저정도 횡령할 동안 몰랐을까” “다 쓰고 자수 몇 년 살고 나와서 잘 먹고 잘산다. 호주 가서” “2012년에서 2018년에 일어난 일을 지금 와서 알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500억인데” “빼돌린돈으로 검찰이나 판사출신 전관 변호사 써서 한 3년정도 살다 나오면 500억 다 내돈이네”.

“대포통장에 악용될까 봐 등등의 이유로 입출금 제한해두고 계좌개설 한 다음에는 20영업일 이후에 개설 가능하게 해서 온갖 불편함은 다 국민 몫으로 돌려놓고 500억을 횡령한 걸 까맣게 몰랐다? 진짜 썩었다” “우리은행 거래 정지시켜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금감원은 감독이라는 명칭 떼버려라” “은행장까지 처벌해야 함” “은행감독원 상시 감사는 무용지물인가? 우리은행 상시감사시스템은 말로만 상시감사인가? 어떻게 6년간 숨길 수가 있나? 국책은행에 가까운 대형사고 은행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종합검사가 미뤄진 가운데 정은보 금감원장(맨 왼쪽)은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체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지난해 11월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종합검사가 미뤄진 가운데 정은보 금감원장(맨 왼쪽)은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체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사 68곳에서 적발된 금융사고는 모두 40건으로 사고금액은 181억5000만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은행권에서 발생한 사고가 28건에 161억3000만원이었습니다. 이번 우리은행 횡령사고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생선보다 고양이를 잘 감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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