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조원 쓸어 담은 서학개미, ‘미장’이 좋은 이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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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조원 쓸어 담은 서학개미, ‘미장’이 좋은 이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4.2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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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구독자가 크게 줄었다는 소식에 넷플릭스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 /사진=넷플릭스
구독자가 크게 줄었다는 소식에 넷플릭스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 /사진=넷플릭스

“앞으로 넷플릭스의 꼼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2020년 12월 3일, 금융위원회가 <구독경제 소비자 보호 추진 방안>을 내놓자 나온 반응입니다. 한두 달 맛보기로 유혹한 고객 모르게 유료로 자동 결제하는 피해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당시 498.31달러였던 넷플릭스 주가가 어제(현지시간 2022년 4월 20일) 226.1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8년 만에 최대 하락, 지난 1분기 구독자가 20만명 줄어든 후폭풍입니다.

국내 투자자의 1분기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국내 투자자의 1분기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외화증권’. 외국통화로 표시된 증권이나 외국에서 지급받을 수 있는 증권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 해외주식 투자가 늘면서 1분기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른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는 테슬라와 애플 등 미국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에 따르면, 예탁원을 통한 국내 투자자의 1분기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1016억8000만달러(약 125조600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석 달 사이에 1.08%(10.9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분기로 따지면 사상 최고치입니다. 종류별로 외화주식 보유액은 793.2억달러로, 전분기보다 1.81% 늘었습니다. 반면 외화채권은 223.6억달러로 1.41% 줄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투자자의 미국 쏠림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우리나라 주식투자자의 미국 쏠림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시장별 보관금액은 미국이 전체의 69.22%(703억8000만달러)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유로, 일본, 홍콩, 중국으로, 이들 상위 5개 시장을 합치면 95.84%를 차지합니다. 특히 외화 주식만 따지면, 미국 시장이 전체 보관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43%에 달합니다. 석 달 사이에 2.3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미장(미국시장) 쏠림현상’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외화주식 보관금액 상위종목도 미국 주식이 휩쓸었습니다. ETF를 제외하면 테슬라·애플·엔비디아·알파벳A(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순이었습니다. 다만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전분기보다 14.45% 줄어 1106억9000만달러였습니다. ETF를 뺀 외화주식 결제금액 상위종목은 테슬라·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A·루시드·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 순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주식을 보면 ETF 종목들이 상위에 올라 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주식을 보면 ETF 종목들이 상위에 올라 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미장 예찬론’과 함께 투자 조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미장이 좋은 이유보다, 우리나라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 많습니다.

“나도 한국장에 절대 돈 안 넣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돈을 버리겠다” “국장(국내시장)보단 나음. 미장은 그래도 버티면 우상향임” “(미장) 들어간다면 무조건 가치주, 지수 추종으로 가라. 인플레이션 이거 잡히기 어려워 보이니까” “삼성 8층(8만원대)에 물려서 머무르다가 미국 우상향 한다고 soxl, tqqq(ETF) 가지고 장난치다가 마이너스 50퍼 찍힌 X들 수두룩한 게 개미들 현실이지. 들어가려면 얘네들 줄 투매하면 들어가라” “애플은 비싼데 회사가 너무 좋아서 모르겠고. 테슬라는 버블이다”.

“돌아오면 또 유상증자 때리고 카카오처럼 분할 상장해서 개미 뒤통수치고, 횡령들 하려고? 주가조작 수사도 안 하는 검찰. 미국은 주가조작 중범죄로 20년에서~~ 종신형인데. 한국에서 주식투자 하는 게 비정상이지요. 한국은 종이장사 해서 안 됩니다” “한국 주식이 갈수록 메리트가 사라지는데 할 이유가 있냐. 물적분할 공매도 거기다가 내년부턴 양도세까지 매긴다네? 타국은 증권거래세 양도세 둘 중 하나만 있는 게 보통인데. 이래놓고 코스피 4천 5천은 ㄴㅁ XX을 해라” “그 돈이 코스피로 돌아오면 좋겠다. 외국에 투자하지 말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다음 달 빅스텝을 예고하자 미국 증시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사진=연준 누리집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다음 달 빅스텝을 예고하자 미국 증시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사진=연준 누리집

한편 이날(현지시간 21일) 새벽에 마감한 뉴욕증시는 모두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68.49포인트(1.05%), S&P500지수는 65.66포인트(1.47%), 나스닥지수는 278.41포인트(2.07%) 빠졌습니다. 특히 서학개미가 많이 사들인 리비안(-6.82%), 루시드(-6.33%), 메타(-6.17%), 엔비디아(-6.05%), 아마존(-3.71%), 알파벳(-2.52%)도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날 지수 하락을 이끈 것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발언이었습니다. “5월 FOMC 정례회의에서는 50bp(0.5%p)가 테이블 위에 있을 것”이라며 빅스텝을 예고한 것입니다. 반면 이 같은 시장 흐름에도 테슬라 주가는 3.23% 뛰었습니다. 앞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시장 평균 전망치를 각각 5, 60% 넘어선 역대급 실적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보다 다음 주 나올 대형 기술주들의 ‘실적’에 매수 타이밍을 맞추라고 조언합니다. 아울러 이날 일제히 상승한 유나이티드항공(9.31%)·아메리칸항공(3.80%) 등 항공주도 눈여겨볼 종목입니다. 다만 이들 항공주도 ‘리오픈닝(경기 재개) 수혜’에 앞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리오프닝 수혜주 가운데서도 여행 관련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경기소비재로 분류되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면 다른 업종보다 비용 압박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연준이 본격적인 빅스텝을 밟으면, 호텔이나 카지노 같은 상대적으로 필요성이 떨어지는 분야부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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