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비둘기도 아니라는’ 이창용과 한국은행 독립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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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비둘기도 아니라는’ 이창용과 한국은행 독립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4.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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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6월 12일 전에 태어난 한은은 초대 구용서부터 25명의 총재가 중앙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사진은 화폐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은행 옛 본관 건물. /자료사진=한국은행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6월 12일 전에 태어난 한은은 초대 구용서부터 25명의 총재가 중앙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사진은 화폐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은행 옛 본관 건물. /자료사진=한국은행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선진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렸다.”

어제(31일) 한국은행은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해마다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평가하는 센트럴뱅킹(Central Banking)이 한은을 ‘올해의 중앙은행’으로 뽑은 것입니다. 선정 이유는 ‘통화정책의 건전한 운용과 금융안정 리스크 대응’. 한국전쟁이 터지기 13일 전에 태어난 한은은 초대 구용서부터 25명의 총재가 중앙은행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중앙은행’. 한 나라의 금융과 통화 정책의 중심이 되는 은행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통화를 발행하고 외환을 조절하는 등 금융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운영하는 은행을 뜻합니다. 오는 6월 12일로 일흔두 번째 생일을 맞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우두머리가 바뀝니다. 25대 이주열 총재 후임에 이창용 후보자가 지명된 것입니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지명된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가계부채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금리를 통해서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금리 인상 기조를 바탕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첫 출근인 1일 기자들과 만나 “총재가 되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가계부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잡을 수 있게끔 한은이 분명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최근 중앙은행들의 정책도 큰 틀에서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거시경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정부 정책과의 일관성도 함께 고려하면서 물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까 이런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나누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미국과 금리 역전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면서도 “우리 경제 여건상 금리 격차가 자본유출에 주는 영향은 아직까지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환율 절하가 물가에 주는 영향은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하반기 물가 전망에 대해 “예측 자체가 어려운 만큼 리스크 관리에 치중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2001년 8월 23일 전철환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국제통화기금(IMF) 차입금의 마지막 상환서에 서명하고 있다. 이창용 26대 총재 후보자는 이로부터 12년 뒤 우리나라 인물로는 처음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에 올랐다. /자료사진=한국은행
2001년 8월 23일 전철환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국제통화기금(IMF) 차입금의 마지막 상환서에 서명하고 있다. 이창용 26대 총재 후보자는 이로부터 12년 뒤 우리나라 인물로는 처음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에 올랐다. /자료사진=한국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새 한은 총재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함께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잘할 것 같네요. 보는 시각이 유연한 거 같네요. 가계대출이 정말 위험하고, 세계 돌아가는 게 순탄치 않아서 걱정이네요” “냉철하게 잘하실 것 같다” “올해 한국은행은 경제 지표 사수를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할 듯” “딱 말하는 거 보니 비둘기네! 에휴~~~” “꾸꾸꾸 구구 꾸꾸꾸 왕비둘기인가. 초격차 개인대출 세계 1위 달성 세계가 놀라고 시진핑, 아베, 유럽이 놀람~” “소신 없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 매도 비둘기도 아닌 박쥐 하면 되겠네” “전주 눈치를 왜 보지?? 경제와 시장을 봐야지” “현명한 통화정책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부와 잘 조율하셔서 힘든 시기, 국책은행의 리더로서 선명성을 보여주시기 기대합니다”.

“자연스러운 시장경제를 거스르려 하면 또 역효과 난다. 금리 오르면 내리는 때도 있는 법. 현재는 금리가 오르는 게 맞는 거다” “경제는 시장경제를 정치 논리로 하는 게 문제. 가계대출은 이자율 높이면 줄일 것인데” “생애 첫 주택자금 말고 1주택자 대출로 바꾸시고요. 급여생활자들 대출금리 말고 세액공제나 감면으로 해결해 주세요. 돈 안 풀어도 돼요. 싸질러놓고 금리로 장난하지 마시길” “대출은 전주와 차주가 자율로 처리하게 당국은 간섭과 규제를 말길. 특히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금융위와 금감원 등 조직은 대폭 축소 폐지해 혈세 낭비를 줄여야 함”.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X한민국이 버틸 수 있을까? 결국 이게 핵심이다. 파월이 물가 잡는다고 금리 6번 올린다고 공언했지.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무분별한 신용대출을 줄이고 반드시 부동산을 구매할 때 현금을 50% 조달하도록 한다. 그게 안 되면 절대로 부동산을 구매할 수 없고, X한민국처럼 부동산 세제 혜택 또한 없다. 반면 X한민국은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처럼 무차별적으로 대출로 엮인 상태고, 어디든지 신용경색으로 부채가 터지더라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었던 부동산 파이낸싱, X한민국이라고 예외가 없을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전 총재가 지난달 23일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이임식은 지난 31일 열렸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전 총재가 지난달 23일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이임식은 지난 31일 열렸다. /사진=한국은행

한편 이주열 전 총재는 전날 이임식에서 “지난 8년을 복기해보니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쉬움, 즉 좀 더 잘 볼 수 있었는데 하는 미련을 떨칠 수가 없다”라며 “우리 직원들이 2년간 그렸던 조직·혁신의 밑그림을 실행하는 것은 새 총재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일흔여섯 차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아홉 번 내리고, 다섯 번 올린 금통위 의장의 고별사입니다.

만원권 지폐에 찍힌 ‘한국은행총재’ 직인. /출처=NeungGom(neoh1) 블로그
만원권 지폐에 찍힌 ‘한국은행총재’ 직인. /출처=NeungGom(neoh1) 블로그

‘총재의인’. 1950년 처음 나온 지폐에 찍힌 네 글자 직인입니다. 56년 뒤, 이 직인은 새 지폐와 함께 ‘한국은행총재’로 바뀌었습니다. 2011년 이명박정부는 “총재라는 명칭이 민주화 사회에 맞지 않는다”라며 ‘한국은행장’으로 바꾸려 했습니다. 하지만 직인 교체, 지폐 회수에만 2000억원의 비용이 예상되자 무위로 끝났습니다. 바꿀 수 없는 건 ‘중앙은행의 독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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