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만 간다”에 하락 맞힌 ‘족집게 개미’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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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0만 간다”에 하락 맞힌 ‘족집게 개미’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3.21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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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목표주가가 10만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실제 주가와 차이를 나타내는 ‘목표주가 괴리율’도 여전히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삼성전자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목표주가가 10만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실제 주가와 차이를 나타내는 ‘목표주가 괴리율’도 여전히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삼성전자

“또 다 오르고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매수하자.”

오늘(21일) 한 증권사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유지하면서 내놓은 조언입니다. 증권사는 올해 삼성전자가 매출 319조6000억(지난해보다 14.3%↑), 영업이익 64조8000억원(25.6%↑)으로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봅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무조건 반사적인 반응을 내놓습니다. “또 나온다. 개미들 꼬시기. 얼마 안 가 갭하락이다.”

‘목표주가’. 특정 주식이 도달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 가격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증권사, 증권정보회사 등 다양한 주식 분석기관에서 목표주가를 설정합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목표주가가 10만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실제 주가와 차이를 나타내는 ‘목표주가 괴리율’도 여전히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21일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육만전자가 되면서 목표주가와 괴리율이 41.92%로 나타났다. /자료=한국거래소
21일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육만전자가 되면서 목표주가와 괴리율이 41.92%로 나타났다. /자료=한국거래소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현재 24개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의 평균은 ‘9만9208원’입니다. 이는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발표한 추정치의 평균입니다. 대신증권이 1월 28일 내놓은 ‘12만원’이 가장 높고, 상상인증권이 1월 27일 제시한 ‘8만2000원’이 가장 낮습니다. 오늘 DB금융투자는 지난 1월 28일 내놓은 ‘10만원’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증권사가 내놓은 목표주가의 괴리율은 40%를 넘고 있습니다. 목표주가 괴리율이란 목표주가를 실제 주가로 나눈 값입니다. 목표와 현실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같은 괴리율은 지난 8일과 15일 주가가 6만9500원까지 떨어지며 42.75%까지 벌어졌습니다. 2020년 4월 2일(42.86%) 이후 가장 큰 격차입니다. 오늘도 괴리율은 41.92%입니다.

목표주가 괴리율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데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다만 반등의 강도에 대한 의견은 엇갈립니다. 이날 매수 리포트를 내놓은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폭은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각 6.2%와 5.1% 수준으로 우려 대비 양호할 전망”이라며 2분기 이후 업황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DB금융투자는 올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DB금융투자는 올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어 연구원은 “최근 일본 키옥시아 낸드플래시 공장 오염 이슈 등으로 인해 2분기 이후 낸드플래시 가격의 상승 반전이 기대되는 가운데, D램 업황 반등도 예상 대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라며 “성수기에 진입하는 3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 상승과 출하 증가 효과로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9조원 대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 강진으로 키옥시아 생산능력의 8%를 차지하는 이와테현의 일부 생산라인이 중단됐다”라며 “낸드 공급 차질과 2분기 가격 상승이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지난주 지진으로 가동 중단된 점까지 감안하면 향후 낸드 수급은 타이트해질 가능성 크다”라고 가세했습니다.

반면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호실적에는 동의했지만, 강한 주가 상승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앱 논란을 만든 발열 문제, 3나노미터 공정의 고객인 퀄컴의 이탈 루머 등을 감안하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성과로 주가가 경쟁사 대비 좋은 성과를 내는 걸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성장사업 부문에서의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주가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 구간대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낮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송 연구원은 다만 앞으로 경기의 개선을 확신하게 하는 경기선행지표가 발표되면,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 대 초반 이상 수준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삼성전자 매수리포트가 나온 21일 오후 1시 13분 갈무리한 댓글들. 이날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정확히 내다봤다. /사진=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삼성전자 매수리포트가 나온 21일 오후 1시 13분 갈무리한 댓글들. 이날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정확히 내다봤다. /사진=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너무 많이 물린 개인투자자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외국인 놀이터가 된 국내 증시에 한숨 지으며, 공매도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개미가 너무 많이 샀음. 지금의 개미 비중이면 올라갈 수가 없을 듯. 1년 동안 기관, 외인 다 팔고 개미들만 샀고, 결국 개미들 팔기 시작해야 오를 거라고 생각됨, 개인 매도로 전환되면 들어가세요” “활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개미가 수없이 들어가 있는 삼성을 어느 세력이 자금 수급을 해주겠어. 조금만 올라가도 왕창 팔고 내려가면 베팅한다고 전부 달려드는데” “수수료로 다 빠지네” “정권 바뀌니까 주식 오를 거란 생각에 구매하는 거지. 이러다 보면 적당한 시기에 외국인들이 주식 가지고 장난할 거고”.

“삼전이 나스닥이나 뉴욕증시에 상장했다면 다른 글로벌 기술주만큼의 수익과 실적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10%도 안 되는 코딱지만 한 증시에 외국인과 기관의 놀이터가 된 이상 삼전의 상승은 매우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아직도 삼전 등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공매도가 없어지거나 공매도 조건이 기관/외인과 국내 개미가 같아지면 그때 투자해야 한다. 실적/전망 등에 속지 마시라.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모르는가? 기사를 믿지 마라. 윤석열 정부라도 아직 금융위가 바뀌지도 않았고 공매도도 바뀌지 않았다”.

갤럭시S22의 GOS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노태문 사장. 사내이사 선임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에는 6억원어치에 가까운 자사주를 사들이기도 했다. /사진=삼성전자
갤럭시S22의 GOS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노태문 사장. 사내이사 선임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에는 6억원어치에 가까운 자사주를 사들이기도 했다. /사진=삼성전자

한편 삼성전자 경영진은 지난 15일 자사주를 급하게 사들였습니다. 주주총회를 불과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1만주(보통주 6만9900원어치), ‘GOS 사태’ 논란에도 사내이사 선임을 코앞에 둔 노태문 사장이 8000주(5억5840만원)를 매수했습니다. 이를 두고 언론은 일제히 ‘책임 경영’ 의지라고 풀이했습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한 날, 주가는 오히려 1.00% 빠져 6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칠만전자가 도로 ‘육만전자’가 된 것입니다. 매수 리포트가 나온 오늘(21일)도 삼성전자 주가는 1.13% 빠져 또 육만전자가 됐습니다. 이날 장 마감 전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모두 ‘족집게’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그동안 너무 많이 당해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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