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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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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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계양전기는 지난 16일 ‘245억 횡령사고’와 관련한 공식 입장문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라며 “다시는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드린다”라고 밝혔다. /사진=계양전기 누리집
계양전기는 지난 16일 ‘245억 횡령사고’와 관련한 공식 입장문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라며 “다시는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드린다”라고 밝혔다. /사진=계양전기 누리집

“횡령한 245억원은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도박이나 유흥으로 모두 탕진했다.”

전동 공구를 전문으로 생산하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계양전기 관계자의 말입니다. 계양전기는 지난 15일 “당사 재무팀 직원 김○○에 대하여 횡령 혐의 고소제기 사실 확인”을 공시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바로 계양전기 주식의 매매거래 정지와 함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갔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2215억원 횡령사고 공시가 나온 지 44일만입니다.

‘횡령사고’.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불법으로 차지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일어난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임인년 벽두부터 오스템임플란트에 이어 계양전기까지 굵직굵직한 횡령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감독 당국은 앞으로 상장법인의 재고자산, 대손충당금 등 사업보고서를 꼼꼼히 챙겨보겠다고 알렸습니다.

금감원은 올해 주권상장법인 2477개 등 모두 2926개사의 사업보고서를 꼼꼼히 챙겨볼 계획이다.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올해 주권상장법인 2477개 등 모두 2926개사의 사업보고서를 꼼꼼히 챙겨볼 계획이다. /자료=금융감독원

17일 금융감독원은 ‘12월 결산법인’의 2021년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3월 31일)에 앞서 중점 점검 사항을 예고했습니다. 사업보고서는 기업의 연간 사업·재무제표를 총괄 정리한 자료로, 투자자가 기업을 파악하는데 기초가 되는 공시서류입니다. 금감원은 12월 결산 주권상장법인 등의 사업보고서가 올바르게 작성됐는지 해마다 점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주권상장법인 2477개 등 모두 2926개사의 사업보고서에 대해 중점 점검 사항 위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중점 점검항목은 먼저 재무 공시사항이 작성기준에 맞게 지켜졌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요약재무정보 기재 형식 ▲합병·분할 및 재무제표 재작성 등 유의사항 기재 여부 ▲재고자산 현황 공시 여부 ▲대손충당금 설정 현황 공시 여부 등입니다.

최근 일어난 횡령사고 등과 관련된 내부통제에 관한 공시도 중점 점검합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검토의견 기재 여부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운영·감사보고서 제출 여부 등입니다. 회계감사인에 대한 공시 내역도 살펴봅니다. ▲회계감사인의 명칭, 감사의견 등 기재 여부 ▲감사보수 및 시간 등 공시 여부 등입니다.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 중점 점검사항. 재무 및 비재무 공시사항과 관련해 모두 18개 항목이다. /자료=금융감독원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 중점 점검사항. 재무 및 비재무 공시사항과 관련해 모두 18개 항목이다. /자료=금융감독원

또 ▲내부감사기구·감사인 간 논의내용 기재 여부 ▲전·당기 재무제표 불일치 및 조정협의회 협의내용 등 공시 여부와 ▲상장회사의 경우 핵심 감사 항목 선정 개수와 본문 기재 여부 등도 점검합니다. 비재무 공시사항으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 및 사용실적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및 행사 ▲합병 등 사후정보 ▲임직원 보수 등도 챙겨볼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점검 결과, 기재가 미흡한 사항은 오는 5월 중 회사와 감사인에게 개별 통보해 자진 정정하도록 안내할 계획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공시 서식 작성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요사항 부실기재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엄중 경고하고 필요하면 재무제표심사 대상 선정에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감독당국의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 중점 점검 소식에 누리꾼들은 뒷북 대응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감독당국의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 중점 점검 소식에 누리꾼들은 뒷북 대응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감독 당국의 뒷북 대응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XXX들 지들이 잘못한 걸 애꿎은 기업만 쳐잡네. 금감원장 니가 책임지고 옷 벗어라. 개인 계좌로 2000억이 넘게 들어갔는데 뭐 하고 있었냐?? 그거 방지하라고 만든 기관이 사고 나고 기업만 조지면 어떻게 하냐. 여기가 북한이냐??” “금감원에 책임자 처벌은 아예 없는 거냐??? 그게 없으면 니들이 존재해야 할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

“주식 투자는 개인 투자자의 몫이라 상장폐지 결론 나도 이상할 이유 없지만 코스피 코스닥 전반적으로 말도 안 되는 거래가 많은 건 다 보이는데 일 안 하냐? 제2, 제3의 피해자들만 늘리고 있네. 계양전기, 오스템 빨리 상폐시키고 앞으로 공모주로 장난 못 치게 잘 막아야지 지금 프로그램으로 장난치고 돈 긁어모으기 바쁘니 눈에 뭐가 들어오겠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8월 6일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8월 6일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한편 최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거래소와 함께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두 기관은 지난달 기획재정부장관이 주재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지정이 유보됐습니다. 금감원의 지정 유보는 지난해 특별한 감독 부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데다, 대통령선거 이후 금융감독체계 개편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의 “공매도 전면 허용” 발언이 공공기관 지정 촉구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그동안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감독 부실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금감원에 대한 묵은 감정까지 건드린 것입니다. 더군다나 정은보 금감원장의 취임 이후 친시장, 친기업 행보도 기름을 부었습니다.

금감원이 지난 14일 내놓은 올해 업무계획.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이 지난 14일 내놓은 올해 업무계획.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지난 14일 내놓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금융안정, 금융혁신, 금융소비자보호의 빈틈없는 달성’이라는 목표 아래 사전·사후 금융감독의 조화를 추진전략으로 내세웠습니다. 사후 감독보다 사전 예방을 강조한 정 원장이 친시장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보입니다. 지금 정은보의 금감원이 할 일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시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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