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호 피하자”… 지금 건설현장은 ‘올스톱’
상태바
“중대재해법 1호 피하자”… 지금 건설현장은 ‘올스톱’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1.27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 시행 첫날부터 10대 건설사 중 6곳 ‘공사 중단’… “1호 처벌만은 피하겠다는 의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10대 건설사 절반 이상이 공사를 중단했다. 법 위반 1호라는 낙인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진=펙셀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10대 건설사 절반 이상이 공사를 중단했다. 법 위반 1호라는 낙인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진=펙셀즈

노동자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최고책임자, 즉 CEO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늘(27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해당 기업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되는 것이죠.

산업 현장마다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의 적용 대상은 상시근로자가 50명 이상인 사업장 또는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인 곳입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의 긴장도가 가장 높은데요. 특히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1호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첫 사례가 될 경우 집중된 이목 속에 고강도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들이 고안해 낸 방법이 바로 ‘공사 중단’입니다. 건설 현장의 경우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휴일에도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장기간 휴무를 갖는 것은 매우 드문데요. 아주 얕은 꼼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6개사가 오늘부터 최대 열흘 가량의 장기 휴무에 들어갑니다. 해당 기업은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2위 현대건설, 4위 포스코건설, 5위 대우건설, 8위 DL이앤씨(대림건설), 10위 SK에코플랜트(SK건설)입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이날 전국 모든 건설현장의 자체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설 연휴가 끝나는 다음 달 2일까지 작업을 일괄 중지키로 했습니다.

현대건설은 27일을 ‘현장 환경의 날’로 정하고, 전국 현장의 공사를 중단할 방침입니다. 다만 정리 정돈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은 남길 계획입니다. 다음 날인 28일에는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이 참여하는 ‘안전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설 연휴는 4일까지 이틀을 늘리고, 이어지는 주말(6일)까지 작업을 중단합니다. 이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장장 열하루 동안 공사 중단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포스코건설은 전국 현장에 설 연휴 이전 작업 중지 권고를 지시하고 현장 소장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다만 본사의 승인을 받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작업을 실시할 방침입니다. 대우건설은 현장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이날부터 연휴에 돌입했습니다. 설 연휴 이후에도 현장 소장의 판단에 따라 2월 4일까지 휴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DL이앤씨는 이날 현장을 대상으로 안전 워크숍을 실시하고 28일부터 휴무에 들어간 뒤, 설 연휴를 하루 늘려 2월 3일까지 전국 모든 현장의 공사를 중지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전국 현장에 설 연휴 이전 작업 중지를 권고한 상태입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부터 장기간 휴무에 들어가는 것은 바로 법 위반 1호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작업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더라도 ‘1호 처벌’만은 피하겠다는 의도”라며 “이 같은 분위기는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미리 중대재해 관련 안전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를 피하기 위해 법 시행 첫날부터 공사를 중단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얕은 꼼수를 국민은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