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폭탄’에 성과급 없다… 뻔뻔한 삼성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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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폭탄’에 성과급 없다… 뻔뻔한 삼성웰스토리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1.25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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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로 과징금 960억원 부과 받자 성과급 미지급 결정
이재용 등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해마다 수백억 배당 잔치와 대조
“욕은 직원들이 다 먹었는데 과징금은 왜 직원들 월급으로 채우냐”
“삼성물산이나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져야” 내부 반발
삼성웰스토리가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부과된 과징금으로 인해 돈이 없다며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해 반발이 심하다./사진=삼성전자
삼성웰스토리가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을 핑계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자 직원들의 반발이 크다.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린 삼성웰스토리가 실적 성장에 기여한 직원들에게 보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삼성웰스토리가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은 바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것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가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과징금 2349억27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전체 과징금 가운데 삼성웰스토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960억원인데요. 이 과징금 때문에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일감 몰아주기는 직원이 나서서 한 것이 아닌데 직원들만 억울하게 된 것인데요. 결국은 회사의 잘못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문제는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들은 해마다 삼성웰스토리로부터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받으면서도, 잘못에 대한 책임은 직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웰스토리는 2013년 12월 1일 삼성물산으로부터 물적분할해 신설됐는데요.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자회사입니다. 삼성웰스토리는 설립된 뒤 2년 차인 2015년부터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가 지난 6년간(2015~2020년) 배당한 금액은 총 3258억원입니다. 이는 지분율에 따라 100% 삼성물산으로 넘어가는 구조인데요.

삼성물산의 주주 구성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17.33%),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55%),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55%) 등 오너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33.42%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은 삼성웰스토리에서 나온 배당금은 삼성그룹의 오너 일가에게 바쳐지는 꼴입니다.

삼성웰스토리의 이 같은 배당금 잔치는 호실적 덕분인데요. 삼성웰스토리의 매출액을 보면 설립 다음해인 2014년 1조5835억원에서 2015년 1조6623억, 2016년 1조7260억, 2017년 1조7323억, 2018년 1조8114억, 2019년 1조9779억, 2020년 1조9701억원 등 2조원을 눈앞에 두며 덩치를 점점 키우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도 2019년 907억원에서 2020년에는 97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각각 591억원, 674억원을 올렸습니다. 지난해에도 실적은 좋았습니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만 부과받지 않았다면요.

지난해 1분기에는 매출 4842억원에 당기순이익 16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문제는 2분기에 발생했습니다. 6월에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과징금을 960억원 부과받은 것입니다.

과징금 960억원을 부채로 반영한 탓에 2분기 526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745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한 것입니다. 3분기에는 5187억원의 매출과 73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분기 순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4분기에도 5000억원대의 비슷한 매출이 예상돼, 역대 최대인 2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징금으로 인한 손실액이 너무 커 창립 이래 첫 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됩니다.

과징금에 대한 불똥은 직원들에게 튀고 있습니다. 이달 지급해야 할 성과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인데요. 과징금 납부로 인센티브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삼성웰스토리의 입장입니다. 삼성웰스토리는 실적에 따라 매년 1월 성과인센티브(OPI)와 7, 12월 목표달성장려금(TAI)을 제공해 왔습니다.

지난해 TAI는 모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 OPI는 미지급으로 결정됐습니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공정위 과징금 처분으로 부득이 성과인센티브(OPI)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미지급으로 결정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웰스토리 노조에 따르면 최저 3%의 OPI를 지급한 바 있지만, 아예 지급하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삼성웰스토리 노조는 “최근 사측은 성과인센티브(OPI) 지급률이 0%라고 발표해 노동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줬다”라면서 “이유는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공정위 과징금을 지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경영진의 책임을 땀 흘려 일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진헌 삼성웰스토리 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업계가 힘든 와중에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징금 때문에 OPI를 못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면서 “일감 몰아주기의 책임이 경영진에 있는 만큼 삼성물산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노총도 “과징금을 받게 된 배경인 일감몰아주기를 실행한 것은 경영진인데 사측은 그러한 결정 과정에 전혀 개입한 적도 없는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삼성웰스토리 직원들의 내부 반발도 심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에서 한 직원은 “공정위 이슈로 욕은 직원들이 다 먹었는데, 과징금은 왜 직원들 월급으로 채우느냐. 웰스토리는 삼성물산 자회사 아닌가. 애초에 삼성물산이 책임 지거나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 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웰스토리는 삼성물산 100% 자회사라 배당을 맨날 해준다. 더욱이 삼성물산 지분 30%를 이재용 부회장이 갖고 있으니 앉아서 돈 번 셈”이라며 “사장은 신년 릴레이톡에 직원들 자부심 갖고 지갑 두둑하게 해주겠다고 하고선 인센티브를 미지급하기로 했다. 임직원들과의 거리감만 더 늘린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성과급 미지급 사태가 터지면서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도 드러났습니다. 삼성웰스토리 직원에 따르면 초봉 2000만원 대를 시작으로 매년 연봉 인상률이 평균 2% 수준이라고 합니다.

한 직원은 “5년을 근무하든 10년을 근무하든 월 급여 250만원을 받기가 힘들다”라면서 “4년 차인 본인도 계약 연봉이 2900만원이 채 안된다”라고 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저 고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자’라는 마음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에겐 그래서 상여금의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삼성웰스토리 노조는 오는 2월 4일 오후 2시 성남시 분당 삼성웰스토리 본사 앞에서 경영성과급 미지급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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