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며 쪼그라든 것, ‘ABS’가 뭐기에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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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르며 쪼그라든 것, ‘ABS’가 뭐기에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1.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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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한복 주간이던 지난해 10월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등 국무위원 모두가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투명화를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진=청와대 SNS
한복 주간이던 지난해 10월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등 국무위원 모두가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투명화를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진=청와대 SNS

“대장동 5300억원 대출 수단의 발행을 투명화한다.”

지난해 10월 12일, 대통령을 비롯해 한복 차림의 국무위원들이 법률 개정안을 의결합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투명화를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 화천대유의 거액 자금조달 창구였던 ABS의 관리·감독을 꼼꼼히 하겠다는 것입니다. 개정안은 ABS를 발행할 때, 그 정보를 반드시 공시해야 합니다. 아울러 ABS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 방안도 담았습니다.

‘자금조달’. 기업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돈을 대어주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자금조달 수단 가운데 하나인 ABS 발행액이 지난해 20% 넘게 줄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금융사·일반기업 등 모두 발행 규모를 줄인 탓인데, 상승세로 돌아선 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줬습니다. 올해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ABS를 통한 자금조달은 계속 줄어들 전망입니다.

지난해 금리가 오르면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20% 넘게 줄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금리가 오르면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20% 넘게 줄었다. /자료=금융감독원

18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1년 ABS 등록발행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유동화 계획을 등록하고 발행한 ABS 규모는 61조7000억원이었습니다. 전년인 2020년보다 22.0%(17조4000억원) 감소한 수치입니다. ABS를 발행하는 자산보유 주체 가운데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같은 기간 24.7%(12조원) 줄어든 36조6000억원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했습니다.

자산유동화란 금융회사, 일반기업 등이 보유한 비유동성 자산(부동산, 매출채권 등)을 시장에서 거래가 쉬운 증권으로 바꿔 현금화하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1998년 9월 30일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유동화증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유동화증권 가운데 주택저당대출을 담보로 한 것을 주택저당증권(MBS)이라고 합니다.

자산유동화증권 가운데 주택저당대출을 담보로 한 MBS 발행액이 지난해 24.7% 줄었다. 2019년 6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한시적으로 실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정책 효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행금액이 늘었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자산유동화증권 가운데 주택저당대출을 담보로 한 MBS 발행액이 지난해 24.7% 줄었다. 2019년 6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한시적으로 실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정책 효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행금액이 늘었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주금공의 MBS 발행이 이처럼 크게 줄어든 것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효과입니다. 2019년 6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한시적으로 실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정책 효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행금액이 늘었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기존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저리의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상품입니다.

주금공 외에 금융사들도 지난해 ABS 발행액이 15.4%(2조8000억원) 줄어 1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업권별로 은행, 여신전문금융, 증권사 모두 발행 규모가 각각 15.7, 12.6, 18.8% 감소했습니다. 일반기업 역시 단말기할부대금채권, 부동산 PF 등을 기초로 전년보다 21.6%(2조6000억원) 줄어든 9조30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했습니다.

지난해 ABS를 발행하는 자산보유 주체 모두 전년보다 발행액이 줄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ABS를 발행하는 자산보유 주체 모두 전년보다 발행액이 줄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유동화 기초자산별로 살펴보면 대출채권, 매출채권 기초 ABS, 회사채 기초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발행 규모가 1년 전보다 각각 23.7, 19.3, 18.8% 감소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극복 P-CBO’ 발행액은 4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3조5000억원)보다 9000억원 증가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MBS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정책 효과에 따라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일시적으로 발행금액이 크게 늘어난 뒤 감소 추세”라면서 “금융·일반기업 ABS 발행 역시 2020년에는 증가했으나 금리 상승 등에 따라 2021년엔 전년 대비 감소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2일 의결한 자산유동화법 개정안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2일 의결한 자산유동화법 개정안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정부가 지난해 10월 의결한 자산유동화법 개정안에 따르면, ABS를 발행할 때 발행정보를 공개하도록 공시체계가 개선됩니다. 공개 대상 정보는 발행명세(발행금액, 만기 등), 거래 참여기관 정보(자산보유자, 실질 자금조달자, 자산관리자 등)입니다. 현재 등록 유동화증권 발행 요건인 ‘기업의 신용도 BB등급 이상’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신용도를 완화하는 대신에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외부감사를 받는 법인 중 일정 요건을 갖춘 자’로 하위 법령에서 새로운 요건을 정할 계획입니다. 자산유동화 대상 자산 범위는 ‘장래에 발생할 채권’과 ‘지식재산권’까지 확대되고, 복수의 자산보유자가 동시에 유동화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에는 ▲채권추심 허가만으로 유동화자산 자산관리자 자격을 부여하고 ▲등록 유동화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자산유동화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자산유동화법 개정안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시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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