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사님을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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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이사님을 모십니다”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2.01.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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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 이사회에 여성 1명 이상 포함’ 자본시장법 8월부터 적용
상장사 46%가 등기 여성 임원 ‘전무’… 3월 주총 앞두고 여성 이사 모시기 전쟁 치열할 듯
오는 8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여성 이사 모시기 전쟁이 예상된다. /사진=펙셀즈
오는 8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여성 이사 모시기 전쟁이 예상된다. /사진=펙셀즈

국내 상장법인들이 여성 이사 구인난에 직면했다. 오는 8월부터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대상 기업 중 이사회에 여성이 1명도 없는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채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여성을 한 명이라도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포함해야 한다.

18일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텍스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 167개 기업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등기임원 중 여성이 없는 기업은 77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16개)에 비하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절반(46%)은 개정 자본시장법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상 기업들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성 이사 모시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정 자본시장법을 어겨도 별도의 페널티는 없다. 하지만 공시 부담 등으로 여성 이사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지속적으로 공시를 해야 하는 부담 등이 있어 기업들이 여성 이사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자본시장법 개정 영향으로 같은 기간 여성 등기임원이 1명 이상인 기업 수는 51개에서 90개로 늘어나고 여성 등기임원은 59명에서 72.9% 늘어난 102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기업 내 영향력이 높은 사내이사는 4명 증가하는 데 그치고 비율도 전체의 1.8%인 9명에 불과했다. 전체 여성 등기임원의 91.2%인 93명은 사외이사였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 중 여성 사내이사가 있는 기업은 네이버, CJ제일제당, 호텔신라, 삼성SDI, 대상, 넷마블, 롯데칠성음료, 금호타이어, 대신증권 등 9곳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임상민 대상 전무,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오너 일가다. 넷마블 피아오얀리 텐센트 부사장, 금호타이어 장쥔화 더블스타그룹 대표이사는 국적이 외국이다.

나머지 네이버, CJ제일제당, 삼성SDI, 롯데칠성음료 등 4곳만이 여성 전문 경영인 등을 사내이사에 선임했다. 특히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에 1명 이상의 여성이 있는 기업은 송효진 상무보가 사내이사로, 조현옥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유일했다.

여성 사외이사의 출신은 학계 출신이 42명(45.7%)으로 가장 많았고, 관료 출신 17명(18.5%), 재계 출신 16명(17.4%) 순이었다.

남성 사외이사의 출신이 관료 36.9%, 학계 35.7%, 재계 25% 등인 것과 비교하면 여성 사외이사는 관료 출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고위직 관료 출신 중 여성의 비중이 작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2명 이상 여성 사외이사가 있는 기업은 ▲카카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KB금융 ▲S-Oil ▲제주은행 ▲OCI 등 10개 기업으로 조사됐다. 여성 사외이사 중 1980년대 이후 출생한 MZ세대는 8명으로, 카카오의 사외이사인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가 1990년생으로 가장 어렸다.

여성 등기임원이 없는 77개 상장회사 중 오는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54개 기업의 138명이다. 23개 기업은 임기 만료 예정자가 없는 기업으로 개정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8월 이전에 교체를 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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