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에… ‘일단 물러난’ 정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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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에… ‘일단 물러난’ 정몽규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2.01.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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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 이어 7개월 만에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정몽규 “책임 통감… 국민 신뢰 없으면 회사의 존립가치 없다”
광주광역시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직책에서 물러났다.
광주광역시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직책에서 물러났다.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참사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결국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광주 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이번 사퇴 결정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과 지난 11일 광주 화정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잇따라 인명 사고가 발생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해 사고는 6월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시 학동 주택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붕괴하면서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17명 전원이 날벼락을 맞았다. 이 중 8명이 크게 다치고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일어난 학동 4구역은 2022년 HDC현대산업개발의 무등산 아이파크2차가 들어설 부지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업면적 12만6433㎡에 지하 2층~지상 29층 아파트 19개동 총 2282가구를 지을 예정이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안전관리 소홀로 지적됐다.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건물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비용절감, 시간단축을 위해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는 감리업체 역시도 상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붕괴 사고에 대해 정 회장과 권순호 대표이사가 사죄를 밝혔지만, 정작 사고의 중요한 쟁점은 모르쇠로 일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광주 학동 사고 7개월 만인 지난 11일 오후 3시 45분 광주 서구 화정동의 현대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39층 옥상 구조물 빈 공간에서 콘크리트 타설 도중 23~38층 외벽과 외벽에 설치한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져내리면서 주변이 아수라장이 됐다.

외벽과 구조물이 수직 낙하하면서 공사장 주변에 주차한 차량 10여 대가 처참하게 부서졌고, 근처에 사는 주민 100여 가구는 대피했다. 공사 현장 주변에 있던 주민은 “무슨 비행기가 가다가 폭발한 줄 알았다. 우당탕하더니 아파트 집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라며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다.

건물이 붕괴하면서 공사 작업자 중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 1명은 지난 14일 지하 1층에서 사망한 상태로 수습됐다. 남은 5명은 아직 수색 중이다. 광주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진행하는 모든 건축 건설 현장에 대해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정 회장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12일 현장에 내려가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 등과 사고수습 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해 늑장대처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 회장의 이번 회장직 사퇴 발표는 연이은 대형참사에 따른 국민의 민심이 최악으로 치달은 데다 현대산업개발과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데 따른 책임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회사의 존립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HDC현산은 1976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개발로 시작해 아이파크 브랜드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광주에서 2건의 사고로 인해 광주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큰 실망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잇단 사고로 회사 신뢰가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다시금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사업개발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3년간 회사에서 고객인 국민의 신뢰를 지키고자 해왔지만 이번 사고로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라면서 “사고를 수습하고 그룹 차원에서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약속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회장은 198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낸 뒤, 현대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으로 넘어가면서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다 이번 사태로 약 23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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