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대표소송’으로 칭찬받는 국민연금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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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대표소송’으로 칭찬받는 국민연금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1.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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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대로 가다간 1990년생부터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오늘(13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누구나 아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보도자료로 내놓습니다. ‘국민연금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라는 뻔한 내용을 데이터까지 더해 친절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경연은 재벌의 입장만 변호한다고 비난받아온 전국경제인연합회 아래에 있는 연구원입니다. 이날 보도자료는 사흘 전 경제단체의 공동성명 발표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지난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7개 경제단체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경총이 입주한 서울 마포구의 경총회관. /사진=뉴스웰DB
지난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7개 경제단체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경총이 입주한 서울 마포구의 경총회관. /사진=뉴스웰DB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추진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

지난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상장사협의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코스닥협회 등 7개 경제단체는 공동성명을 발표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4일 국민연금기금운융위원회에서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넘기는 관련 지침 개정안을 상정한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대표소송’. 소수주주(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 보유)가 회사를 대신해서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이 올해부터 주주대표소송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국민연금기금의 이 같은 움직임에 격려를 보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기금이 대량으로 주식을 보유한 기업 명단. 기금운용본부는 이들 기업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행정기관이나 수사·사법기관 등으로부터 받은 처벌, 제재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내용의 질의서를 발송했다.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기금이 대량으로 주식을 보유한 기업 명단. 기금운용본부는 이들 기업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행정기관이나 수사·사법기관 등으로부터 받은 처벌, 제재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내용의 질의서를 발송했다.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13일 뉴스1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주요 기업들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행정기관이나 수사·사법기관 등으로부터 받은 처벌, 제재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질의서는 삼성·현대차·SK·LG·롯데·한화·GS 등 10대 그룹에 포함되는 기업의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등 20여 곳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의 경우 삼성물산이 질의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와 현대제철, SK그룹에서는 SK네트웍스, LG도 주요 계열사가 서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밖에 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한화·GS건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는 이번 서한 발송을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권한 이양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로 정하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책위가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수책위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재계는 특히 ‘공정위 제재나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질의서를 보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송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의 포트폴리오. 지난해 10월까지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해외주식 26.99%, 대체투자 9.95%, 해외채권 5.84%, 국내주식 5.30%, 국내채권 -3.02%였다.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기금의 포트폴리오. 지난해 10월까지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해외주식 26.99%, 대체투자 9.95%, 해외채권 5.84%, 국내주식 5.30%, 국내채권 -3.02%였다.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은 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 주식에 대해 기업이 이사 등으로 손해를 입었음에도 책임 추궁을 게을리하는 경우, 기업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약 국민연금으로부터 소 제기 청구를 받은 기업이 30일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대응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업의 임원진이 주주대표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재계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우려가 지난 10일 경총 등 7개 경제단체의 공동성명으로 이어졌고, 이날 한경연의 <국민연금 개혁 시급> 보도자료로 나온 것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주대표소송 본격화 움직임에 대해 누리꾼들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국민연금기금의 주주대표소송 본격화 움직임에 대해 누리꾼들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주주대표소송 제기의 당위성을 이야기합니다. 국민연금기금이 칭찬받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소송 제기에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 저평가 이유 중에 하나가 경영자 혹은 최대주주를 위한 이사회 운영입니다. 경영을 잘하면 누가 소송을 하나요?” “물적분할 같은 양아치 짓이나 하는 것들 보면 국민연금이 정말 잘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이 대주주 견제라도 해줘야지. 대주주들에게 자기들 이익 뺏기는 건 모르고, 국민연금 욕하고 있네. 자기들이 낸 연금이 대주주들의 사익편취로 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공산주의 같은 헛소리들 하고 있으니, 얼마나 무식한가. 이래서 금융교육이 어렸을 때부터 필수인 듯” “그러게 양아치 짓거리 말고 경영을 잘했어야지”.

“기존 주주 무시하는 물적분할은 괜찮고? 거수기 밖에 안되는 이사회 의결 받아서 3, 4세 일감 몰아주고 비싼 값에 기업 사주는 건 괜찮고? 배당도 안 하면서 유보금으로 쳐박아 놓고 지들 유리할 때만 배당하는 건 괜찮고? 자본주의 시대에 주주가 정당한 권한 행사하겠다는데 반대하는 의견은 그냥 오너 맘대로 다 해먹겠다는 봉건주의가 아니고 뭐냐? 주주들의 자본으로 세운 기업이 재벌 니꺼냐?” “국민연금의 당연한 역할입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주주권한을 행사해야 합니다”.

“얼른 소송 진행해라. OO물산 합병사기꾼들 처벌하자” “물적분할도 논쟁거리지만 OOO는 진짜 양아치가 아닌가. 자회사 상장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임원들 주식매도로 자기 주머니나 채우고” “국민연금 왜 OO케미칼은 서한 안 보냈냐. 쑈 쑈 쑈 하고 자빠졌네. OO케미칼 주주들 피 빨아먹는 기업은 왜 서한 안 보냈냐?”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소액주주들이 집단으로 할 수 없는 일을 공적영역에서 하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 주식 장난은 도를 넘은 것이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공정과 투명성이 높아지고 국부가 높아지는 것. (재벌 옹호하는) 기레기 눈에는 국민이 개돼지로만 보일 것이다. 천벌을 받을 타임”.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10월 말까지 7.63%로 잠정 집계됐다. 1988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으로는 6.27%를 기록했다.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10월 말까지 7.63%로 잠정 집계됐다. 1988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으로는 6.27%를 기록했다.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한편 기금운용본부가 지난 31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10월 말까지 7.63%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금액으로는 64조4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입니다. 자산별로 보면 해외주식의 수익률이 26.99%로 가장 높았고, ▲대체투자 9.95% ▲해외채권 5.84% ▲국내주식 5.30% ▲국내채권 -3.02% 순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까지 코스피시장 상승률(3.38%)과 글로벌 주식시장(MSCI ACWI ex-Korea) 상승률(17.8%)과 견줘도 양호한 수익률입니다. 기금운용본부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운용수익률이 선방했다고 풀이했습니다. 어쨌든 칭찬받을 만한 수치입니다. 다만 기금운용본부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운용수익률이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사진=뉴스웰DB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운용수익률이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사진=뉴스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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