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너진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책임론’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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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너진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책임론’ 커진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1.12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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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신축공사 38층 외벽 와르르… “비행기 폭발한 줄 알았다”
타설 작업 노동자 6명 실종… 추가 붕괴 위험에 수색작업은 중단 상태
지난해 학동 붕괴 당시 정몽규 회장의 사과·재발방지 약속 ‘헛말’ 입증
현대산업개발 “사죄 드린다” “책임 통감한다” 학동 사고 때 입장 반복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면서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사진=제보자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면서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사진=제보자

지난해 6월 학동 건물 붕괴 참사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사고 7개월 만에 또다시 광주에서 아파트 신축 공사 중 대형 참사로 인명피해를 일으켜 안전불감증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 학동 붕괴 사고 당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현장을 직접 찾아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헛말에 불과했다는 것이 확인된 셈입니다.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5분 광주 서구 화정동의 현대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어났는데요. 39층 옥상 구조물 빈 공간에서 콘크리트 타설 도중 23~38층 외벽과 외벽에 설치한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져내리면서 주변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외벽과 구조물이 수직 낙하하면서 공사장 주변에 주차한 차량 10여 대가 처참하게 부서졌고, 근처에 사는 주민 100여 가구는 대피한 상황입니다. 공사 현장 주변에 있던 주민은 “무슨 비행기가 가다가 폭발한 줄 알았다. 우당탕하더니 아파트 집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며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노동자 1명은 목숨을 건졌지만 타설 작업을 위해 배치된 노동자 6명은 실종상태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소방당국은 실종된 노동자 6명을 찾으러 건물 내부를 수색하다 붕괴 우려를 감안해 현재는 중단한 상태입니다. 12일 광주광역시와 HDC현대산업개발, 소방당국 등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곧바로 수색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사고는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거푸집인 갱폼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사고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추운 겨울 콘크리트가 제대로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무너져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한 시공을 진행했다는 것인데요. 정리하면 ‘인재’라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사고 당시 전문가들은 건물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비용절감, 시간단축을 위해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학동 사고 당시 때도 사고 전 주민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공사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해당 사고를 낸 하청업체 관계자 등은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사고와 이번 화정동 사고가 판박이입니다. 시공사도 같은 HDC현대산업개발입니다.

지난해 대형 참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대목입니다. 지난해 6월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시 학동 주택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붕괴하면서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17명 전원이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이 중 8명이 크게 다치고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비슷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학동 사고가 나기 전인 지난해 초 ‘스마트 제로’(SMART ZERO) 캠페인을 도입하면서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도입으로 지난해 사망재해가 한 건도 없었고 부상 재해도 줄였다”며 자랑했습니다. 스마트 제로 캠페인은 안전 부문에서 자주적 안전관리, 위험감시, 적극적인 참여, 추적관리, 의식개선 등을 추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같은 종류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안전 발언은 ‘쇼’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저희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학동 사고 때와 똑같은 말은 반복했습니다.

한편 공교롭게도 사고가 난 11일은 국회에서 이른바 ‘학동 참사 방지법’으로 불리는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을 가결한 날입니다.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지만 같은 날 또다시 판박이 붕괴 사고가 일어나며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광주 학동을 지역구로 둔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을 뜯어고치는 중에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후진국형 건설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학동 참사의 전모도 밝혀내지 못했고 책임자 처벌도 미진한 상황이다. 참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는 2019년 4월 현대산업개발이 계열사 HDC아이앤콘스로부터 공사 계약을 수주해 그해 5월 분양한 아파트로, 지하 4층~지상 39층, 8개동 총 847가구 규모로 지어져 오는 11월 입주 예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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