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니클로, 또 일본에 ‘배당금 1000억’ 바쳤다
상태바
한국 유니클로, 또 일본에 ‘배당금 1000억’ 바쳤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2.15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매운동 직격탄 맞아 적자로 전환한 지난해에만 본사에 배당 ‘0원’
올해 구조조정 통한 ‘불황형 흑자’에 1000억원 배당… 순이익의 2배
유니클로가 흑자로 돌아서자마자 1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유니클로가 흑자로 돌아서자마자 1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일본 아베정부의 경제보복으로 2019년 7월 시작된 불매운동의 주적이 되면서 한국 진출 이후 지난해 첫 적자를 기록했던 유니클로가 올해 흑자로 전환하자마자 주주부터 챙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올해 배당금으로 무려 1000억원을 지출키로 한 것인데요. 적자로 전환한 지난해 실시하지 않았던 현금배당에 대한 보상심리라는 의구심이 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유니클로의 지분 구조상 일본으로 대부분의 배당금이 흘러나가면서 국부 유출이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 롯데쇼핑의 합작법인으로, 각각 51, 4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배당금은 유니클로 일본 본사가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데 더해, 롯데쇼핑의 수익도 주주로 있는 일본롯데로 배당을 통해 들어갑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이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유니클로는 2011년부터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연도별로 보면 2011년 72억원의 기말배당을 시작으로, 2012년 240억, 2013년 139억, 2014년 268억, 2015년 398억, 2016년 675억, 2017년 947억원으로 해마다 급격히 늘리더니 2019년에는 1210억원을 배당하면서 1000억원을 돌파합니다.

그러다가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에는 적자로 돌아서면서 배당을 잠시 멈춥니다. 2019년 9월 1일부터 지난해 8월 31일까지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884억, 당기순이익은 –994억원을 기록한 것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한 해도 빠짐없이 현금배당을 늘려가다가 적자로 돌아선 지난해에만 잠시 쉬어간 것인데요.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습니다. 재무제표상 흑자로 전환하자마자 또다시 고배당을 어김없이 실시하고 있는 것인데요.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회계연도의 영업이익 529억, 당기순이익 473억원을 기록하면서 바로 고배당을 실시합니다. 중간배당 100억원에 기말배당 9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배당합니다. 당기순이익(473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배당하는데 펑펑 지출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유니클로의 내실이 좋아졌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유니클로의 당기 매출은 5824억원으로, 전기 매출 6297억원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불매운동 이전인 2019년 매출이 1조3781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입니다.

유니클로가 흑자로 돌아선 배경에는 매장 수를 줄임에 따라 인건비 등 판관비가 대폭 감소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일본 본사 측도 오프라인 매장 축소와 함께 재고 관리도 한국 내 실적 전환의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2019년 말 187개였던 것이 줄줄이 폐업하며 현재 130여개로 줄었습니다. 종로3가점, 강남점 등 주요 거점 매장도 문을 닫았고, 지난 1월에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상징처럼 여겨졌던 명동중앙점이 약 10년 만에 폐점한데 이어, 10월에는 국내 1호 매장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롯데마트 잠실점 영업도 종료됐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판관비는 대폭 줄었습니다. 전기에 3677억원에 달했으나, 당기에는 2660억원으로 크게 줄었는데요. 종업원 급여가 1340억원에서 959억원으로 400억원 가까이 감소했고, 감가상각비는 686억원에서 378억원으로, 광고·판촉비 역시 240억원에서 160억원으로 모두 줄었습니다.

인력감소, 즉 구조조정을 통해 영업이익을 발생시킨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인데요. 국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면서까지 억지 흑자를 내어 일본 본사의 배를 불려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 아닙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