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외치며 뜀박질하는 물가, 집값 잡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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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외치며 뜀박질하는 물가, 집값 잡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0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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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소비자물가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앞당길 것으로 보여,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픽사베이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소비자물가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앞당길 것으로 보여,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픽사베이

“소비자물가가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1973년 10월 17일, 석유를 수출하는 6개국은 원유 생산을 다달이 5%씩 줄이기로 합니다. 새해 벽두 중화학공업 육성을 알렸던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습니다. 그해 3.2%였던 물가상승률은 다음 이태 동안 연 25%로 치솟습니다. 아침 방송까지 중단한 오일쇼크 여진은 5년 동안 이어집니다. 그로부터 38년 뒤,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입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9.4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올해 들어 최고 상승폭이다. /자료=통계청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9.4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올해 들어 최고 상승폭이다. /자료=통계청

‘보합전환’. 일정한 때의 물건값이 오르내림 없이 묶이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한 달 넘게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77주째 오름세를 이어가던 강북구의 집값 상승률이 보합으로 전환했습니다. 특히 전날(2일) 나온 소비자물가지수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앞당길 것으로 보여,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9.3으로, 지난해 5월 25일(99.7) 이후 1년 6개월 만에 기준선(100)을 밑돌았습니다.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공급과 수요 비중을 지수화(0~200)한 것입니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1년 반 만에 보합(0.00%)으로 전환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인데, 관악구(0.01%)도 사실상 보합권에 놓였다. /자료=한국부동산원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1년 반 만에 보합(0.00%)으로 전환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인데, 관악구(0.01%)도 사실상 보합권에 놓였다. /자료=한국부동산원

서울에 이어 경기도마저 100 아래로 처지고, 인천이 100에 다가서면서 수도권 전체의 매매수급지수가 떨어졌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0으로, 3주 연속 100선 아래에서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서울 5개 권역 가운데 유일하게 기준선 위에 있던 ‘도심권’의 수급지수가 99.0으로 떨어지면서 서울 전역이 ‘매수자 우위’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이 20% 넘게 상승한 경기의 수급지수는 99.5를 기록, 지난해 5월 11일(99.4) 이후 100 밑으로 하락했습니다. 인천도 102.1로 기준선 위에 머물렀으나,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이 같은 매수심리 위축은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가운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당국의 돈줄 죄기가 빨라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년 반 만에 보합(0.00%)으로 전환했습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인데, 관악구(0.01%)도 사실상 보합권에 놓였습니다. 두 곳 모두 대출 규제에 민감한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입니다. 이 같은 매수자 우위의 관망세는 대선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부동산 공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1년 6개월 만에 기준선을 밑돌았다.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자료=한국부동산원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1년 6개월 만에 기준선을 밑돌았다.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자료=한국부동산원

이처럼 ‘아파트 팔자는 사람이 많아졌다’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집값이 너무 올라서 ‘살 사람이 없다’라고 바로 잡습니다. 호가 장난질에 질린다며 집값 조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내다보기도 합니다.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늑장 대응했기 때문에 큰 폭으로 올려야 인플레를 잡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집 판다고 매수자가 금방 나타날까? 집값을 오르기 전 집값으로 내리면 몰라도 지금 집값은 너무 비싸서 대출 내서 살 사람 없습니다” “팔자는 사람이 많아진 게 아니라 살 사람이 없어진 겁니다. 가격이 웬만해야 사죠! 그냥 임대아파트나 알아보렵니다. 이제 건강하게 사람답게 살아야 25년 정도 남았는데, 대출 이자에 치여서 집값 갚느라 허덕이다 죽고 싶지 않네요! 열심히들 부동산 쳐다보다 죽으세요! 관속에 아파트를 같이 묻어주면 좋겠네!”.

“실거래 10억4천 찍으니 너도나도 매도호가 12억 13억으로 올림. 그나마 급매라며 11억에 올린 이는 양심적인 건가? ㅋㅋ 집단광기에 질린다” “오래도 버텼네. 이제 조정받을 일만 남았다. 반까지는 아니고 현재 가격의 40% 조정 본다. 편차는 도보 역세권이냐 아니냐의 차이지. 이제 시작” “어쨌든 지금이 고점이라고 판단하는 분들이 많은 거 아닐까 싶네요” “진짜 떨어져야 해. 마니 마니. 어찌 직장인들이 10억을 모은다는 말이냐. 자식 키워 봐라 가능한가” “집값 떨어지면 또 개XX들 하겠지요. 대통령 욕 하면서”.

“금리 인상 기준금리 4%, 투기꾼들과 협상 마라. 서민은 물가 급등에 죽는다” “한은 꾸물거리다 인플레 잡을 시점을 놓쳤고 인플레는 이미 탄력받아서 금리 조금 올려서는 방어 안 됨. 급격한 인플레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이끌고 올 것. 대응책은 0.5프로씩 금리 인상” “이주열씨, 당신 오판 때문에 한 0.5~1프로는 올려야겠다. 정말 퍼펙트스톰이 오고 있다” “한번에 2~3%씩 올리고 말아라, 감질나게 올리지 말고” “지금 같은 고물가 시대 금리 인상이 대안이다. 1회에 0.5%씩 꾸준히 올려야 합니다” “한은 금리 0.5프로 올리는데 은행들 대출금리 3프로 올리는 거 뭐냐? X레기들”.

2022년 상반기 주택가격 전망(위)과 주요 변수. 새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 /자료=부동산R114
2022년 상반기 주택가격 전망(위)과 주요 변수. 새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 /자료=부동산R114

한편 부동산R114가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3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2%는 내년 상반기에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합’이라는 전망은 37.5, ‘하락’은 14.3%였습니다. 다만 앞선 조사에서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상승한다는 응답이 70, 62%였던 것과 견주면 크게 줄었습니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이유로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가격 상승’(40.7%)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서울 등 주요 도심의 공급부족 심화(18.0%) ▲덜 오른 지역에 대한 풍선효과(12.7%) ▲선거 앞두고 정책 기대 강화(7.6%) ▲아파트 분양시장 활성화(7.6%)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활성화(6.7%) 등의 순이었습니다.

반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 응답자들은 ▲대출 규제로 인한 매수세 약화(27.3%)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23.0%) 등 금융 분야 규제와 관련한 이유를 절반 넘게 꼽았습니다. 이어 ▲가격 부담에 따른 거래량 부족(14.4%) ▲경기 침체 가능성(12.3%) ▲세금 부담으로 인한 매물 증가(11.2%) 등의 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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