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대출금리”에 조목조목 반박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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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대출금리”에 조목조목 반박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1.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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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2일(종이신문 기사는 3일) 우리금융 종합검사 돌연 철회 기사가 보도되자 금융감독원은 다음 날 사실과 다르다며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 2일(종이신문 기사는 3일) 우리금융 종합검사 돌연 철회 기사가 보도되자 금융감독원은 다음 날 사실과 다르다며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자료=금융감독원

“법과 원칙을 따르되 시장과 호흡하며 유연하게 감독하겠다.”

지난 8월 6일, 새 금융감독원장은 임직원들에게 ‘시장과 소통’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이달 2일 <우리금융 종합검사 돌연 철회> 보도가 등장합니다. 이어 ‘종합검사 폐지설’까지 확산하자 금감원은 확정된 바 없다며 급한 불을 끕니다. 그래도 안팎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금감원장이 직접 나섭니다. “종합검사 폐지는 고려하지 않고, 사전 검사 기능을 강화하겠다”.

‘시장친화’. 자유경쟁의 원칙에 의한 거래를 존중함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줄임말로 친시장이라고도 곧잘 씁니다. 정은보 금감원장의 시장친화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친시장’에 동행했습니다. 최근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에 또 다른 시장 참여자인 대출상품 소비자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은 지난 17일 여신전문금융업계 간담회를 마친 뒤,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은 지난 17일 여신전문금융업계 간담회를 마친 뒤,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18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여신전문금융업계 간담회를 마친 뒤,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고 위원장은 최근 금리가 오른 것과 관련, “대출 준거금리(기준이 되는 금리)가 많이 상승했다”라며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영향은 준거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준거금리가 오른 이유는 시장금리가 오른 것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관계가 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시장금리가 크게 오른 측면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고 위원장은 이어 “우리나라 가계신용비율 증가율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편”이라며, 105%인 우리나라와 견줘 77% 수준인 미국 가계의 신용비율 수치까지 내놨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준거금리인 국채 및 은행채 금리가 글로벌 동반 긴축,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등으로 크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준거금리인 국채 및 은행채 금리가 글로벌 동반 긴축,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등으로 크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도 수장의 발언이 나온 다음 날, 설명자료를 내며 거들었습니다. 금융위는 이날 <최근 대출금리 상승 등에 대한 설명자료>에서 “하반기 시중 대출금리 상승은 준거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풀이했습니다. 준거금리인 국채 및 은행채 금리가 글로벌 동반 긴축,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등으로 크게 올랐다는 것입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올해 6월 1.45%에서 9월 1.59%, 10월 2.15%로 올랐습니다. 은행채 3년물 금리 상승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을 내다본 은행들이 9~10월 대출금리를 높였다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가산금리나 우대금리 등이 차주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측면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위는 그러면서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계속되면서 금리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달의 금리상승은 글로벌 신용팽창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외 정책 및 시장 상황 전개에 따라 금리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월 80만원 정기적금(연간 이자 1.2%) 2년 납입으로 얻을 수 있는 세후 이자수익(20만3000원)을, 월 24만5000원의 전세대출(연간 이자 3.6%) 원금상환으로 동일하게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월 80만원 정기적금(연간 이자 1.2%) 2년 납입으로 얻을 수 있는 세후 이자수익(20만3000원)을, 월 24만5000원의 전세대출(연간 이자 3.6%) 원금상환으로 동일하게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설명자료를 통해 당국의 규제로 가계대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데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3.31∼4.84%)가 신용대출 금리(3.39∼4.76%)보다 높다는 일부 보도는 비교 대상이 적절치 않고 현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대출자들의 실제 취급 금리를 보면 여전히 주담대 대출이 신용대출보다 크게 낮다는 것입니다.

고신용자 금리 상승폭(0.75%p)이 저신용자 상승폭(0.61%p)보다 높다는 지적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면서 “인터넷 은행에 국한된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동안 낮은 금리로 고신용자 대상의 영업을 해온 인터넷 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설립 취지에 맞도록 영업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분할상환 전세대출이 거주비를 높이고 재산형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전세대출을 원리금을 나눠 갚을 경우, 2년짜리 고금리 비과세적금 가입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금리 상승기에 전세대출을 갚아나가면서 저축 등으로 재산을 형성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가산금리보다 준거금리 때문이라는 당국의 설명에 누리꾼들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가산금리보다 준거금리 때문이라는 당국의 설명에 누리꾼들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당국의 설명에 조목조목 재반박하고 있습니다. 대출 현장에 직접 가봤냐는 쓴소리도 이어집니다. 반박에 앞서 서민을 위한 대책이 먼저라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가장 뼈아픕니다.

“은행들 자금은 풍부하나 대출은 못 하게 하니 은행들은 기회다 싶어 대출자들에게 주던 우대금리를 거의 다 없애버리고 예금금리는 안 올리면서 대출금리만 더 올려버리니 금융위는 손 안 대고 코 풀고 은행은 금융위를 핑계 삼아 폭리를 취하는 구조, 애꿎은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 결국 모든 변동금리 대출자가 피해를 받는 상황” “수요는 많은데 공급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공급을 줄이면 오르겠냐 내리겠냐?” “그럼 어떡하든 방법을 찾아서 서민들 고금리로 고통을 안 받게 해줘야지. 또 또 남 탓만 하고 앉았네”.

“직접 은행에 전화해봐라. 주담대 2프로 가까이 되는 우대금리 없애서 그런다더라” “맞는데 또 구구절절 반박하는 게 더 꼴사납습니다. 적당히 좀 하세요. 대출받아서 서울에 좋은 집 많이 사셨더만. 본인들 세팅 다 됐으니까 젊은 사람들 재산형성 기회 없애는 거 너무 티 나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배 떨어지는데 까마귀 날아다니는 건 뭐냐. 오해받을 만한 짓은 애초에 하지 말란 말이다” “그래 그건 아니다 치고~ 금리 오르기 전에 받아서 급한 불도 끄고 하랬더니 다 규제 때려서 고금리 쓰게 만들어 삶을 더 힘들게 만든 죄~ 그게 문제라고~”.

“대출금리 오르는데 예금금리도 올라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출금리 4프로대 예금금리 1프로대는 심합니다. 개선이 필요합니다. 대출금리도 오르면 예금금리도 똑같이 올라야죠. 어떤 서민이 1프로 예금하려고 합니까. 5프로대 줘야 갭투를 막던지” “바보로 아냐? 기준금리는 그대로 가산금리만 올리는데 ㅎ” “어 그래. 그러니까 대출 규제도 하지 말고 내버려 둬봐. 대출 규제 안 하면 금리 오르나 내리나 보자구” “지금도 여전히 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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