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42만원 추가요”… 전세대출 ‘분할상환’하면 벌어질 일 [사자경제]
상태바
“매달 42만원 추가요”… 전세대출 ‘분할상환’하면 벌어질 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1.11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마저 분할상환이라는 방식으로 돈줄 옥죄기에 나서자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마저 분할상환이라는 방식으로 돈줄 옥죄기에 나서자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당국의 관리목표를 이미 넘어섰다.”

어제(10일) 한국은행이 <2021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내놓자 서민들은 한숨을 내쉽니다.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에도 5조2000억원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69조1000억원 증가한 것입니다. 정부가 목표로 잡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인 6.9%에 다다른 것입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돈줄 옥죄기’의 후속편이 불가피합니다.

‘분할상환’. 한 번에 갚아야 하는 돈을 여러 차례 나누어 갚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5조원 넘게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또 다른 히든카드를 꺼냈습니다. ‘전세대출 분할상환’. 이를 늘리는 은행에게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 요율을 낮추어주는 당근까지 내놨습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부담이 늘어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서 기업대출이 역대 최고치로 뛰었다. /자료=한국은행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서 기업대출이 역대 최고치로 뛰었다. /자료=한국은행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전날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에 대해 분할상환 및 고정금리 방식으로 판매하는 비중을 높이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 요율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40일 동안입니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은 서민이 집을 살 때 보증을 서, 대출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설치된 기금입니다. 은행들은 주택 관련 대출금의 일정 비율을 해당 기금에 출연해야 합니다. 분할상환 및 고정금리 비중이 목표를 넘기면 이를 더 깎아준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출연료의 0.01~0.06%를 감면했지만, 개정안은 0.02~0.1%로 확대해 혜택을 늘렸습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또 5조원 이상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또 5조원 이상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이처럼 출연료가 감면되면 은행들은 고객의 금리를 깎아줄 여유가 생기는 등 대출자를 확보하기 쉽습니다. 반면 분할상환 상품이 대출을 내주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대출을 받는 고객들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해서 부담이 늘어납니다. 더군다나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전세대출 금리도 최근 4%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전세대출에 대해 처음 분할상환을 의무화한 KB국민은행의 경우, 적어도 5% 이상 대출금은 원금을 나눠 갚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3% 금리로 2억원을 대출받으면 예전에는 다달이 50만원의 이자만 내면 되지만, 원금의 5%인 1000만원을 분할상환한다면 매월 약 4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대출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한 이유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에 대해 분할상환 및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더 깎아주기로 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에 대해 분할상환 및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더 깎아주기로 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예상대로 누리꾼들은 서민을 옥죄는 대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이 불가능한가? 대출이 느는 이유는 집값이 오르고 전세가가 오르니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으려면 오른 만큼 대출을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받아서 거래해야 하니 대출총액이 늘어나는 건데 집값 올린 주범들이 국민을 부동산 투기꾼 취급하며 대출조차 때려 막는 게 정상인가 싶다. 대출 2억 받으면 사던 집을 4억 받아야 살 수 있으니 가계부채 총액이 늘어나는 거지. 무슨 없던 집들이 더 생겨서 대출이 늘어난 거냐? 노후주택 재건축하고 공급을 늘리라고 이 XXXX들아”.

“집값을 이렇게 폭등시켜놨는데 당연 대출이 늘지. 어휴” “멍청하다. 진짜 집값이 오르니 대출 금액이 늘어나는 거지. 전월세 내리든지 현재 전월세 시세를 봐라.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대부분 주담대는 이미 분할상환임. 거치도 최대 1년 이상 불가. 이 말은 결국 전세대출 분할상환시 우대해줄게^^(알아서 잘해). 하위기관인 은행은 주택대출(즉 전세대출) 알아서 잘 분할상환해^^. 갭투기로 인한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는 효과는 일부 인정되겠지만 결국 피해자는 누구다?” “걍 월세나 살라 이거군. 없는 게 죄지”.

“쥐도 적당히 몰아야 한다. 벼랑 끝까지 몰리면, 쥐도 살기 위해 고양이에게 덤비는 법이다. 전세제도는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이자 집을 갖지 못한 한과 응어리를 풀어주던, 세계 유일의 지혜롭고 공평한 사회질서 유지 장치이자 룰이었다. 정부는 그걸 지금 깨부수고 있다. 임대차 3법 강행, 막무가내식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과 금리인상 강제, 전세소멸 및 월세화 유도 등 숱한 쥐 잡기 정책들이 소위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은, 오징어 게임 속 깐부 할아버지 이상의 잔혹한 배신이다”.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지난달 말 기준 대부분 시중은행은 4%대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지난달 말 기준 대부분 시중은행은 4%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3개월 전만 해도 2%대를 유지하던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현재 상단이 연 4.5%까지 올랐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 4.49% ▲KB국민은행 4.36% ▲신한은행 4.01% 등으로 대부분 4%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실수요로 지목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시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8월 평균 연 2.56%였던 NH농협은행은 한 달 새 연 3.46%로 0.9%포인트 올라 금융권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연 2.87%에서 연 3.22%, 국민은행은 연 3.01%에서 연 3.28%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