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외국인’과 공매도 먹튀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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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외국인’과 공매도 먹튀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1.10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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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달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케이맨제도와 아일랜드, 버뮤다가 톱5에 올랐다. 사진은 영국령인 케이맨제도. /사진=픽사베이
지난달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케이맨제도와 아일랜드, 버뮤다가 톱5에 올랐다. 사진은 영국령인 케이맨제도. /사진=픽사베이

Q : 다음은 나라 또는 식민지, 연방국가의 주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레나다, 카리브(네덜란드령), 신트마르턴(네덜란드령), 아루바(네덜란드령), 퀴라소(네덜란드령), 쿡제도(뉴질랜드령), 니우에(뉴질랜드령), 도미니카연방, 라이베리아, 리히텐슈타인, 마셜 제도, 마카오(중국), 모나코, 델라웨어(미국), 와이오밍(미국), 바누아투, 바레인, 바하마, 벨리즈, 사모아, 산마리노,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세인트키츠 네비스, 안도라, 앤티가 바부다, 버진아일랜드(영국령), 맨섬(영국령), 버뮤다(영국령), 몬트세랫(영국령), 앵귈라(영국령), 지브롤터(영국령), 채널제도(영국령), 터크스케이커스제도(영국령), 케이맨제도(영국령), 파나마, 생마르탱(프랑스령).

힌트 : 그래도 모르겠다면 다음 나라들도 있습니다.

사이프러스, 몰타, 모리셔스, 세이셸, 통가, 바베이도스, 푸에르토리코, 덴마크, 체코, 아일랜드.

‘조세회피’. 정상적이지 않은 과정을 통해 세금을 내지 않는 행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위 문제의 정답은 ‘조세회피처’입니다. 이는 다시 배당에 대한 원천과세가 없고 세율이 낮은 ‘Low Tax Havens’, 국외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Tax Shelters’, 특정 형태의 회사에 세제 혜택을 주는 ‘Tax Resorts’, 소득세가 없고 회사 설립이 간단한 ‘Tax Paradises’로 나뉩니다.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조335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조335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오늘(10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10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케이맨제도와 아일랜드, 버뮤다가 톱5에 올랐습니다. 모두 조세회피처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이곳 투자자들을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추정합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돈을 보낸 뒤 국내에 투자하는 한국인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국, 영국 등 국내 주식을 많이 보유한 나라의 투자자들은 지난달 순매도에 나섰는데도, 조세회피처 투자자들은 오히려 순매수 행보를 보였습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조335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9월 2조5050억원 순매수에서 한 달 만에 돌아선 것입니다.

국가별로는 미국(1조2800억원), 영국(6240억원), 싱가포르(4740억원) 등은 순매도했으나, 캐나다(4540억원), 케이맨제도(2700억원), 홍콩(1780억원) 등은 순매수했습니다. 특히 순매수 국가는 이들 3개국 외에도 아일랜드(1500억원), 버뮤다(370억원), 카타르(350억원)를 포함, 모두 6개국입니다. 이 가운데 3개국이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나라입니다.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 10월, 3019.18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2970.68로 장을 마감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 10월, 3019.18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2970.68로 장을 마감했다. /자료=한국거래소

같은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4220억원 순매도했으나, 코스닥에서는 87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지난 한 달 코스피지수가 48.50p 빠지고, 코스닥지수가 9.13p 뛴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검은 머리 외국인의 조세회피 자금이 다시 국내로 들어올 경우, 이처럼 투자환경을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할 경우, 법인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설립 절차가 간단합니다. 법인은 외국에서 세워지면 자본시장 법령상 외국인에 해당합니다. 페이퍼컴퍼니의 실제 주인이 한국인이라도 외국인 투자등록이 가능합니다. 조세회피처가 ‘검은 머리 외국인’의 온상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입니다.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하려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주식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법인세·종합소득세 등을 회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울러 각종 규제를 피하려는 목적도 숨어 있습니다. 여러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주식을 나누어 보유하면 변동 보고의무 등 자본시장법상의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6개국 가운데 절반은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곳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달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6개국 가운데 절반은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곳이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검은 머리 외국인’ 논란이 일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에 대해 국세청이 “조세 탈루 혐의가 있는 경우 세법에 따라 철저히 조치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회장 역외탈세 의혹에 대한 국세청 조사에 진척이 있는가”라고 질의하자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앞서 시민단체인 금융감시센터는 지난해 12월 김 회장을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당시 금융감시센터는 “김 회장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매각으로 상당한 수입을 얻고서도 미국 시민권자로서 국내에 거소가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개인소득세를 1원도 납부하지 않았다”라며 “이는 명백히 탈세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외국인 한 달 만에 순매도 전환’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개미 돈을 모두 먹고 튀었다며, 공매도로 원인을 돌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외국인 한 달 만에 순매도 전환’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개미 돈을 모두 먹고 튀었다며, 공매도로 원인을 돌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외국인 한 달 만에 순매도 전환’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개미 돈을 모두 먹고 튀었다며, 공매도로 원인을 돌리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을 내다 판 것이 아니라 ‘없는 걸 팔았다’라며 불공평한 투자 시스템을 바꾸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특히 공매도를 없애지 못한다면 외국인뿐 아니라 기관의 상환기간이라도 설정하라고 지적합니다.

“공매도 하면 외국인들 돌아온다더만 개미돈 다 먹고 튀었다” “내다 팔았다? X / 없는 걸 팔았다. O” “굳이 살 필요가 없는 거지 하락에 베팅하니까” “외인 자본 다 빠져나간다” “동학개미들도 서학개미로 전환하는 판국에 공매도를 유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공매도 폐지해야 한다” “금융마피아 : 공매도 재개하면 오히려 외국인 유입될 겁니다. 껄껄” “공매도를 재개해야 외인들이 안 나간다며 ? 은OO(전임 금융위원장 별칭) 어디 말해봐라”.

“공매도 참 쉽죠 ~그냥 다 팔아제끼면 개미들도 다 파니까. 이제 공매도 상환하면 됨” “공매도 순기능? 그런 거 떠벌리지 말고 상환기간 두라고!” “무기한 공매도 개관 외국인 꿀 빠네” “공매도 없애라. 상환기간을 60일로 제한해라” “국장(국내시장)은 그냥 다 같이 잡고 망해봐야 정신 차림” “k-주식 누가 하냐”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등을 내다보고 미리 리스크 관리하겠지” “한국증시는 외국인들의 놀이터. 돈이 궁할때 들어와서 쭉 빨고 나가는 곳”.

“미국 시장은 신고가 행진인데 우리나라는 모하는지? 모두 한국시장 망한다고 생각하믄 누구라도 나서서 일해주고 주식시장 활성화시켜야 하지 않남유? 모하시느라 주식시장 망가지고 있는데 다들 팔짱만 끼고 있는지? 이 나라 부동산도 주식도 ㅠㅠ 모라도 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은 국민들 심정입니다” “이래도 공매도 할래? 외인 공매도 상환기간 정해라. 이번 투표에서 보자. 천만개미다” “요번 대선은 공매도 없애주는 후보에게 한 표 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불공정한 룰의 공매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불공정한 룰의 공매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갈무리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이 문제다.” 지난 8일, 이재명 대선 후보는 불공정한 룰의 공매도를 손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개인투자자를 위한 대여 물량 확대 ▲대주 담보비율 조정 ▲불법 공매도 등 처벌 수준 강화 등을 제시했습니다. 아직 공매도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은 윤석열 후보는 주식투자자 모임과 만남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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