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윤의 말로만 “ESG 경영”… 씨젠, 예고된 ‘D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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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윤의 말로만 “ESG 경영”… 씨젠, 예고된 ‘D등급’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1.08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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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 때 ESG 경영 약속해놓고 현재까지 실무 부서 구성 전혀 안해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증선위로부터 제재 받아… ‘투명·윤리경영 어긋나’
기업지배구조원 평가 최하 등급 이어 모건스탠리 평가에서도 2년 연속 ‘CCC’
천종윤 씨젠 대표가 ESG 경영을 외쳤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씨젠
천종윤 씨젠 대표가 ESG 경영을 외쳤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씨젠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경영을 도입해 주주친화정책과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겠다” “단순히 매출과 성장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더욱 건강한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천종윤 씨젠 대표가 올해 3월 26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1기 주주총회에서 한 말입니다. 이날 주총은 씨젠의 실적을 자축하는 자리나 다름 아니었습니다. 씨젠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진단기기 수출 폭증으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1252억, 영업이익 6762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2019년 대비 매출은 9.2배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30배나 성장한 것입니다.

코로나 혜택을 톡톡히 보면서 재무적 지표에 자신감을 얻은 천 대표는 이날 환경, 사회적 영향, 투명경영 등의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한다는 의미를 두고 ESG 경영 도입을 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 말로는 ESG 경영을 도입한다고 해놓고는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천 대표가 지난 3월 ESG 경영 도입을 발표한 지 7개월이 넘은 현재도 이사회 직속 ESG위원회를 설치하거나 CSR(기업의 사회적책임)팀 등 실무 부서를 구성하는 등의 실행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ESG 경영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동아제약은 동아쏘시오홀딩스를 주축으로 지난해 3월 사회책임협의회를 발족했고 동아제약과 동아에스티는 각각 독립적인 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사회책임협의회에 ESG기획국이 존재합니다.

종근당도 ‘온실가스·에너지 목표 관리 업체’로 매년 환경 정보를 공개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는데요. 2019년 12월 제약업계에서 첫 ‘에너지 경영 시스템 국제 표준(ISO-50001)’ 인증을 획득하고 ESG 경영을 실천하는 중입니다.

한독은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실천해왔는데요. 커머셜 활동 전반의 컴플라이언스 자율준수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의 품질관리,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수행, 조직 전반의 윤리경영 실천, 비즈니스 관계자와의 모든 활동에서 투명·윤리경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시총 규모는 모두 씨젠(1조6426억)보다 작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입니다. 규모와 무관하게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들 기업들은 ESG 경영 지수도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 한독, 동아에스티,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은 지난해 종합 B+에서 A등급으로 올라섰고, 종근당도 B에서 A로 상향됐습니다.

하지만 씨젠은 지난해 C에서 D로 오히려 고꾸라졌습니다. D등급은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등급입니다.

지난해 C등급에서 D등급으로 하락한 원인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고 담당 임원이 해임 권고를 받았기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씨젠은 실제 주문량을 초과하는 과도한 물량의 제품을 대리점으로 임의 반출한 뒤, 이를 매출로 잡아 매출액·매출원가·관련 자산 등을 과대 또는 과소 계상하는 등 회계 처리기준을 위반한 것입니다. 투명·윤리경영에 어긋났다는 지적입니다.

D등급은 사실상 투자 부적격 기업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5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씨젠은 기업지배구조원뿐 아니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ESG 평가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최하 등급인 CCC로 평가됐는데요. MSCI는 씨젠의 CCC등급 부여에 대해 “기업 행동, 인적 자본 개발, 의료 서비스, 유독성 물질 배출과 폐기물 관리 등에 실패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천 대표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까지 진단해내는 신제품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려면 ESG 경영은 필수조건이 됐습니다. 천 대표가 올해 초 말한 ESG 경영이 헛된 약속이 안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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