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가계부채 대책에 빠진 것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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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가계부채 대책에 빠진 것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10.2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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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4.29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후속 보완과제 및 추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이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서 이를 방관하면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고, 국제 신인도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계부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여러 차례 보고서에서 가계부채를 반드시 제거해야 할 뇌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청년층 대출 증가가 부동산 가격 폭등, 과도한 주식 열풍의 원인이며, 전세대출도 자산 가격을 올리는 유동성 공급 기능을 하고 있어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필자는 지난 9월 29일자 칼럼 <독배를 든 가계부채의 변명>에서 이러한 금융당국의 움직임과 가계부채의 필요성을 해설했다.

그러나 지난 1차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와 이후 지속적인 금융당국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동향은 당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의 표현에 따르면 ‘당초 예상과는 달리 부동산시장 불안정,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급등’했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에 급증했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안정세를 보였는데, 전세·집단대출·정책모기지 증가가 지속하고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은행 창구 지도, 한은의 8월 금리 인상으로 9월 증가세는 주춤했으나 가을철 이사 수요와 매매와 전셋값 상승으로 4분기 가계부채 증가세를 크게 내림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금융당국은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위협할 최대 잠재 위협이며, 향후 금리 상승 시 다중채무자, 취약차주 중심으로 가계 부담이 확대되고 부실화하는 금융시스템 리스크 발생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이번 후속 방안에서 중점을 둔 것은 상환능력 중심으로 차주별 DSR 조기 도입이다. 지난 4월에는 올해 7월부터 1년 간격으로 2단계에 걸쳐 강력한 DSR 대출 규제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후속 계획에서 1차 시기는 6개월, 2차 시기는 도입 시간을 1년 당겼다. 아울러 가계대출 풍선효과가 없도록 2금융권 대출도 조이겠다는 계획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DSR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의 영문 약자로 한마디로 모든 제도권 금융부채의 연간 원리금을 연간 소득과 비교하여 가계의 대출 총량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내년 1월에는 총대출 2억원 초과, 7월에는 1억원 초과 시에 DSR가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총대출을 제한하도록 금융회사를 창구 지도하고,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로 억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DSR 적용 방법도 정교화해서 대출만기를 단축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늘리고, 잔금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과 별도 상환 재원이 있는 전세대출, 예금 담보 대출 등은 예외로 인정해서 고강도 DSR 도입 충격을 완화하도록 했다. 어쨌든 새로 도입할 개인별 DSR는 부동산시장과 금융투자 시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지 못하면 더 강력한 플랜B 정책 대응을 하겠다고 공포 분위기까지 조성하고 있다. 마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진행 과정이 데자뷔로 떠오른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이 후속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전부 성공하지는 못한다. 정책에는 예기치 못한 시장 실패를 가져오는 ‘코브라 이팩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사례는 멀리 갈 것도 없다. 정부가 그렇게 애썼으나 결국 정권 교체의 빌미까지 제공한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정책이란 것이 경제적 효율성과 취지만 좋다고 국민이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직접 영향을 받는 국민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먼저 DSR에 의한 저소득자, 저신용자 취약계층 대출 차별이 금융시스템을 보호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역차별을 강화한다는 논란이 벌써 나오고 있다. 코로나에 의한 사회적 거리 두기, 경제활동 봉쇄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영업이 제한된 자영업자들이 애써 버티다 결국 대출로 연명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직장은 물론 사업자등록도 없이 경제활동에 포착되지 않는 한계적 상황의 국민이다. 간헐적 비정규직, 저소득 프리랜서, 노령층 또는 국민연금 수령 직전의 퇴직자 등등은 코로나라는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보릿고개에 닥쳐 시행되는 DSR 강화가 크게 부담될 수 있다. DSR가 201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등장할 때만 해도 DSR는 저소득층의 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소득증대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DSR의 목적이 5년 만에 소득증대 지원에서 대출 통제로 바뀐 것이다.

다음은 가계부채 총량 규제가 가계부채 증가를 해결하는 바른 처방인가 하는 의문이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의도적인지, 금융당국의 업무상 한계인지는 모르겠으나(이 대책을 경제 부총리가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을 보면 전자에 가깝다), 가계부채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해결 노력은 도외시한 채 가계대출 급증세와 그 문제점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 경제가 심각한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하고 있고, 금융 세계화와 자본 집약적 산업 성장으로 인한 근로자와 저소득자에게 불리한 경제 환경이 소득 불평등을 악화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경제학자만 아는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열악한 생존 환경과 특히 주택 등 자산 가격의 상승 속에 대다수 가계는 오랫동안 부채를 늘리며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코로나는 대다수 가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가계 부문 지원에 인색한 한국적 상황은 더욱 가계부채 상승률을 가속했다.

근본적인 경제 상황 개선 없이 대출 지표 목표만 달성하면 문제는 없어질까? 특히 부동산 대책에서 신뢰를 잃은 정부를 바라보며 국민이 가계대출 축소에 IMF 위기 때처럼 국채보상운동과 같은 애국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금융 불균형 해소 또는 금융시스템 보호가 일자리 증가, 불평등 해소로 이어져 가계대출 고민이 없는 안정된 생활을 보장한다고 국민은 믿어줄까?

신중하지 않게 부동산 정책 실패, 주식 가격 폭등 등에 책임을 덧씌우는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자산 가격 폭등을 막고 정책당국도 칭찬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GDP의 44%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소비의 침체와 정부 불신, 중산층 연쇄 붕괴 등으로 일본형 장기 불황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러한 두려움이 지금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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