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발목 잡는 정의선의 ‘초고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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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발목 잡는 정의선의 ‘초고배당’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0.27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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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엠코와 합병 후 현금배당 실시… 정 회장 7년간 857억원 챙겨
지난해 배당성향 63.25%, 영업이익 반토막에도 배당 규모는 유지
상장 땐 몸값 10조 예상, 정의선 지분가치는 1조2000억원대 전망
“배당금으로 위장한 사주의 사익 편취” 노조는 상장예비심사 반대
정의선 회장의 초고배당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진=현대ENG.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초고배당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진=현대ENG.현대차그룹

현대엔지니어링(현대ENG)이 새해 상장을 앞두고 암초에 걸렸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배당금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정 회장이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해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꼭 필요합니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으로부터 높은 배당금도 받아야 합니다. 모두 ‘실탄’이 필요한 때문인데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정몽구 명예회장에게서 정의선 회장으로 경영 승계가 이뤄졌지만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분 승계라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관건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바로 정 회장의 자금원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으로부터 받는 배당금도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으로서 꼭 필요한 부분인 것이죠.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는 현대차그룹의 최대 과제인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는데 필수조건입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기아-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인데요.

현대차는 이같은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기아차-기타 계열사 형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최대 관건인데, 현재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과 고배당을 통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고배당이 상장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3년 배당을 하지 않다가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배당을 크게 늘렸는데요. 2014년 이후 매년 870억원의 연말 배당을 실시했고, 2019년부터는 배당 규모를 1087억원으로 크게 늘렸습니다.

정 회장이 가지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11.72%로, 현대건설(38.62%)에 이은 2대 주주이며 개인으로서는 최대주주인데요. 정 회장이 7년간 배당금으로 받은 돈은 857억원 수준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현금배당성향입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현금배당성향은 56.02→23.39→22.88→27.24→30.41→36.35→63.25%입니다. 2018년에 30%를 넘기더니 지난해에는 2배가 넘는 63%까지 늘린 것입니다. 대형 건설사들의 배당성향이 10~20%인 점과 비교하면 최고의 주주 배당을 실시한 셈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같은 배당성향을 통해 2014년 1667억원이던 현금배당 금액을 2015년부터 870억원으로 유지하다 2019년부터 1087억원에 맞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영업이익(2587억원)이 전년(4081억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음에도 배당규모(1087억원)는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회사 발전에 투자해야 할 자금이 고배당으로 정 회장의 주머니에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것입니다. 노동조합도 정 회장의 고배당을 문제 삼으며 상장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노조는 정 회장이 상장 이후 지분을 매각해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것이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강대진 노조위원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소식에 “회사의 이익금을 정 회장에게 주기 위해 배당금을 최고로 높게 의결한 것이다. 배당금을 줄여서라도 회사발전에 투자해야 한다. 임직원들의 피와 땀을 갈취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돈줄로 봐야 한다. 개인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면서 “여태껏 정 회장이 챙긴 배당금 규모가 엄청나다. 지난해에도 회사의 이익금을 정 회장에게 주기 위해 배당금을 업계 최고로 높게 의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참에 상장해서 (정 회장의) 배당금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조는 지난 26일에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거래소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금으로 위장한 사주의 사익 편취와 부당한 노사관계를 함께 철저하게 상장심사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예비심사서를 제출한 올해 정의선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들은 회사의 영업이익은 최저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의 초 고배당을 통해 사익을 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성장잠재력을 저해할 정도의 과도한 배당금 지급으로 회사 자본 유출과 기업 계속성에 문제가 되는 부분도 거래소의 상장 적정성 심사 내용”이라며 “거래소는 신청인의 과도한 배당금을 회사에 반환하도록 조치 후 상장 심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EP)를 발송한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 절차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심사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다음 달 중후반 상장계획을 승인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거래소로부터 승인받은 후 공모 규모, 신주와 구주 비율 등 구체적인 상장 조건을 확정하고 증권신고서 제출과 투자자 모집 등을 거쳐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할 계획인데요. 상장 시점은 내년 1분기로 예상됩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몸값은 10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10조원에 상장한다면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1조2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 확보하는데 들인 추정금액 374억원에 비하면 수익률이 무려 2900%에 달합니다. 이 자금은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으로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정 회장의 고배당 논란과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사히 상장에 성공할지 재계의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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