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대출’ 한숨 돌렸는데… 10.26 가계부채 대책 초읽기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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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대출’ 한숨 돌렸는데… 10.26 가계부채 대책 초읽기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0.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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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당국이 분양받은 아파트 잔금을 치르지 못해 분양자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관리에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금융당국이 분양받은 아파트 잔금을 치르지 못해 분양자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관리에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아파트 공급물량을 줄이고 집단대출 돈줄을 조여라.”

2016년 8월 25일,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인 1300조원에 육박하자 박근혜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로 대변되는 돈 풀기 정책인 ‘초이노믹스’가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하남 미사지구 84㎡ 아파트 분양권에 2억원이 넘는 웃돈이 붙습니다. 가계 빚을 잡겠다더니 택지지구 ‘분양권 로또’의 서막을 열어준 것입니다.

‘잔금대출’(집단대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금융회사에서 집단으로 받는 대출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잔금대출을 받으려면 근로소득원천명세서 등 소득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 합니다. 대출방식도 거치 기간 없이 분할상환만 허용됩니다. 금리가 오를 경우,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살펴보는 ‘스트레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받아야 합니다.

금융당국이 분양받은 아파트 잔금을 치르지 못해 분양자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관리에 나섰습니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로 집단대출이 어려워진 경우, 협약 은행 대신 다른 은행이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당국이 제시한 전세·잔금대출 관련 실수요자 보호 원칙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입니다.

지난달 전체적인 가계대출 증가 폭은 다소 줄었지만, 대출 옥죄기에 나선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소폭 느는 등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달 전체적인 가계대출 증가 폭은 다소 줄었지만, 대출 옥죄기에 나선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소폭 느는 등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자료=금융감독원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은행연합회와 가진 수분양자(아파트 등 분양을 받은 사람, 피분양자)의 잔금대출과 관련, ‘입주사업장 점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당국은 특히 이번 TF를 통해 잔금대출 중단으로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면밀히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입주 예정단지의 잔금대출 수요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수분양자의 입주에 어려움이 없도록 뒷받침한다는 계획입니다. 올해 말까지 4분기 입주가 예정된 단지는 모두 110여 곳으로 집단대출 규모만 약 6조원입니다. TF는 이들 단지에 대한 대출 취급 정보를 주간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자금공급이 최대한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이 공동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잔금대출 협약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여유가 없다면, 다른 은행이 대출 수요를 넘겨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력이 있는 은행들이 수요 분담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은 다만, 보다 많은 수분양자에게 잔금대출이 공급될 수 있도록 불요불급한 대출이 취급되지 않게 꼼꼼하게 여신심사를 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TF는 올해 중 잔금대출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시로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문제 발생 시 해결을 위해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권의 이와 같은 자체 노력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점검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뒷받침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누리꾼들은 당국의 잔금대출 정책에 대해 당시만 모면하면 된다는 ‘땜질’이라며 실수요자들을 보호하는 장기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누리꾼들은 당국의 잔금대출 정책에 대해 당시만 모면하면 된다는 ‘땜질’이라며 실수요자들을 보호하는 장기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당시만 모면하면 된다는 ‘땜질’이라며 실수요자들을 보호하는 장기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소급 불가라며 대출 규제에 나섰던 당국의 ‘말 바꾸기’라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맨날 땜빵대책! 틱 한번 던져봐서 여론 안 좋으면 땜빵해서 정부 담당자들도 세칙을 모르는 대책들이라니! 국민들만 개고생!” “23년까지 너희들 예외 실수요자들 보호해라” “이미 집을 계약해서 잔금대출 받을 실수요자 대출도 열어라” “제발 기존 무주택 당첨자 입주 앞두고 이게 뭔지. 진짜 평생 살 집 하나 하려는데 왜 이리 괴롭히나! 분양일 기준 규제 적용하고, 규제는 규제일 이후부터다! 그리고 제발 조정기간 시행 전 생각 좀 하자”.

“아직 잔금대출 참여하겠다는 1금융 없음. 11월 초중순 입주 예정인데 매우 똥줄 타는 상황. 정치쇼가 아니길 바랍니다” “대출 규제가 아니라 대출 방출 대책이구나~ 뚜껑 열어보면 말짱 허당일 것이다” “분양받을 때 규제 정책으로 해야지. 집단 잔금대출을 분양가 기준으로 잡으면 안 된다. 소급 적용하지 말자. 실수요자 피해 본다” “대출규제 소급 안 한다더니 다 소급하고 있구만. 그래서 애로가 생기는 건데. 이제 와서 애로사항 없게 하라니. 정책이 장난이니?”.

고승범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은 다음 주 발표할 가계부채 대책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시기를 당기는 문제, 제2금융권 가계부채 관리, 가계부채 질관리 강화 등을 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은 다음 주 발표할 가계부채 대책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시기를 당기는 문제, 제2금융권 가계부채 관리, 가계부채 질관리 강화 등을 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한편 금융위는 오는 26일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합니다. 이번 10.26 대책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상환능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인 DSR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듭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만 계산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달리 모든 금융대출의 원리금 부담을 보기 때문입니다.

DSR 규제는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로 억제합니다. 현재 개인별(차주단위) DSR 기준은 은행권 40%, 비은행권 60%입니다. 지난 7월 시행된 개인별 DSR 규제가 적용되는 대상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입니다.

이어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이 2억원, 또 1년 뒤에는 1억원을 넘으면 규제가 적용됩니다. 당국은 DSR 규제를 이 같은 일정보다 빠르게 도입하는 방안을 10.26 대책에 포함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풍선효과를 감안해 1, 2금융권에 일괄적으로 DSR 40%를 적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세대출에는 DSR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 대책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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