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살랑살랑”… 코트라의 ‘나라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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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살랑살랑”… 코트라의 ‘나라망신’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10.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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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현지 채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갑질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코트라
코트라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현지 채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갑질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코트라

“못 생기고 뚱뚱하다” “클럽은 자주 다니냐” “여자니까 살랑살랑해져야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의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하거나 폭언과 갑질을 일삼으며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 직원 A씨는 현지 채용한 외국인 여직원에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등의 비하 발언을, B씨도 다른 직원에게 “많이 먹으면 저 여비서처럼 뚱뚱해질 수 있다”는 식의 외모 비하 등 인격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C씨는 “클럽은 자주 다니냐”, “여자니까 살랑살랑해져야 한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했고, D씨는 “19금 성인만화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하는 어이없는 짓을 저질렀다. 직원 E씨는 고압적인 폭언으로 현지 직원들을 괴롭히다 징계를 받기도 했다. 피해를 당한 현지 직원은 “(자신이) 마치 빅보스인 것처럼 행동하며 본인에게 소리쳤다”고 증언했다.

이 밖에도 “멍청하다”, “전부 해고하겠다”, “쓸모없다” 등의 인격 비하적인 폭언을 일삼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지난해 한 무역관은 관장 F씨가 부임한 이후 7개월간 현지 직원 6명이 해고되거나 퇴사하는 일도 발생했다. 상당수가 F씨로 인한 스트레스로 퇴사를 결심했다고 현지 직원들은 진술했다. 하지만 A씨에게 내려진 징계는 감봉 3개월의 경징계가 전부였다.

올해에도 유사한 일이 다른 무역관에서도 발생했다. G무역관 관장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직원들이 정신불안과 우울증을 호소하며 병원진료를 받았고, 직원 3명이 퇴사하거나 퇴사 예정 중인 사실이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코트라는 비위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받은 해외무역관 직원 15명 중 2명만 조기 귀임 조치했으며, 나머지 직원은 해외무역관에서 계속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무역관이라는 특수성을 들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성희롱성 발언과 폭언 등 내용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이철규 의원이 확보한 코트라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에 담겨져 있었다. 이 의원은 “해외 수출길이 막힌 우리 기업들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코트라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해외 현지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 행위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며 “코트라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귀임 의무화 등 더욱 강화된 엄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정열 코트라 사장은 이에 대해 “어떤 이유로든 발생해선 안 될 일이 발생해 기관장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머리를 숙였다. 앞서 지난해 국감에서도 코트라 해외무역관에서의 성비위와 막말 사건이 도마에 올라 당시 권평오 코트라 사장이 머리를 숙인 바 있다.

당시 이철규 의원은 “코트라에서 (성비위 폭언 등) 이런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코트라에 (경징계 등)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권평오 코트라 사장은 “코트라 해외무역관 성비위와 직장 내 괴롭힘에 더 강화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징계 수위는 감봉, 견책 등의 경징계에 그쳐 코트라 해외무역관의 고질적인 비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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