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도 위장 취업시킨 한전 직원
상태바
장인도 위장 취업시킨 한전 직원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10.14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사대금 허위청구 확인하고도 1년 6개월 지나도록 제재 조치 안해
금품·향응 정황에 상급자도 비리사슬에 연루되며 하급자 비리 묵인
한전 직원들의 비리 사건이 2년 만에 세상에 드러났다. /사진=한전
한전 직원들의 비리 사건이 2년 만에 세상에 드러났다. /사진=한전

한국전력 직원들이 금품·향응에 공사대금을 허위로 청구하고 자신의 장인을 협력업체에 위장 취업시키는 등 각종 비리가 뒤늦게 밝혀졌다.

한전 감사실은 2019년 8월 부당 공사비 지급 관련 제보를 받아 감사에 착수한 결과 공사대금을 허위로 청구하는 등 8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위법,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을 밝혀내고 당시 한전 소속 A씨를 비롯한 직원 9명에 대해 징계, 경고 등의 조치를 취했다.

당시 공사를 따낸 K사에 대해서는 업체 제재 및 형사고발 조치 검토를 D지역본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해당 지역본부는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비리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불만을 품고 해당 사건을 국무조정실에 진정해 산업부가 다시 감사에 들어갔다. 국무조정실과 산업부 감사에서 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조사에서 한전 직원들과 지역 업체간의 유착관계가 대거 드러난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전 직원 A씨의 소개로 K사에 취업한 고향 친구 B씨는 공사대금의 73%를 배분받았다. A씨는 사무실 동료 C씨와 함께 K사로부터 골프와 유흥비 등 금품·향응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전 D지사에 근무한 4년 동안 C씨는 현금 3700만원을 28차례에 걸쳐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

C씨는 감사 당시 “4대 독자로서 홀어머니를 모시는 사정으로 친척들이 명절에 현금을 줬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산업부는 “전반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A씨는 또 자신의 장인 D씨를 한전 협력업체 직원으로 취업시켜 18개월간 3600만원이 넘는 급여를 받게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 장인은 직원으로 명의만 올려놓고 급여를 받아온 것이다.

A씨의 비리가 지속된 데에는 상급자의 묵인이 있었다. 상급자 E씨는 A씨의 친구 B씨의 불법하도급 행위를 알고도 묵인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상급자 E씨도 비리사슬에 연루돼 있었다. A씨와 E씨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9억원이 넘는 금전거래를 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E씨는 자신의 돈 19억원을 업체에 빌려주고 2%의 고율이자를 챙겨왔다. 문제는 거액의 금전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산업부는 “차용증 없이 거액의 금전을 거래했다는 진술이 신뢰하기 힘들고, 2%를 초과하는 고액의 이자액을 감안하면 금품 수수의혹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E씨의 수상한 금전거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E씨는 영리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부인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면서 16개월간 1200만원 가량의 수익을 거뒀으며, 지사 관할 태양광 시설 분양업체와 수상한 금전거래가 포착되기도 했다.

A씨는 질병의 사유로 모든 조사에 불응했고, D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E씨는 무단결근 등으로 해임된 상황이다. 결국 한전은 지난 8월 산업부 감사가 끝난 뒤 이들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고 현재는 직위해제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리 사건은 밝혀진 지 1년 6개월 만에 상부기관의 감사를 거치고도 6개월이 지나서야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됐다. 비리가 드러난지 2년 만에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해당 비리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상황도 이번 한전 국정감사에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한전의 법적, 도덕적 해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범죄 조직에서나 볼 법한 사건이 등장하고 있다”며 “유사 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