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소수의견’과 집값·투기 때려잡자는 ‘다수의견’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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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소수의견’과 집값·투기 때려잡자는 ‘다수의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0.1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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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영화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둘러싼 법정 드라마다. /사진=하리마오픽쳐스
영화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둘러싼 법정 드라마다. /사진=하리마오픽쳐스

“법은 생물 같아서 소수의견이 다수의견이 되기도 한다.”

2015년 6월 18일, 시사회에 참석한 감독은 영화제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갑니다. “9명 배심원의 의견이 판사 1명의 판결을 뒤집지 못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왜 참여재판에 시민들을 넣고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 강제 철거 현장에서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 영화 ‘소수의견’의 탄생기입니다.

‘소수의견’. 다수결에 의하여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다수의 찬동을 얻지 못하고 폐기된 의견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금리인상” 목소리를 낸 2명의 소수의견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번 소수의견은 지난 8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시점’이 언제가 될지 가늠자이기 때문입니다.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다음 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자료사진=한국은행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다음 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자료사진=한국은행

12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0.75%)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날 금리 동결은 ‘숨 고르기’ 차원으로 보입니다. 가계부채가 1800조원으로 불어나고 집값이 치솟는 등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하지만,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최근 주식시장 불안 등을 고려해 추가 금리인상을 다음으로 미룬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 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라면서 “그러나 임지원 위원과 서영경 위원 등 2명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이어 “소수의견을 낸 것은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지금이 인상하는데 적기라고 판단하는 의견을 나타낸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달은 동결하지만 다음 달에는 이런 상황을 짚어보고 다음 상황이 금통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 추가 인상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오늘 회의 다수의 견해”라고 덧붙였습니다.

12일 금통위에서 동결을 결정한 기준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12일 금통위에서 동결을 결정한 기준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올렸던 지난 8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1명 나왔지만, 금리를 묶은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2명 나온 것입니다. 금통위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2명 나오는 경우, 통상 다음 회의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11월 25일 열리는 다음 금통위에서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총재는 내년 4월까지인 임기 내 추가 금리인상 질문이 이어지자 “총재의 임기와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라면서도 “물가 흐름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금융불균형도 지속되고 있어 이런 경제 상황의 개선 정도에 맞춰서 완화 정도는 적절히 조절해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입니다.

12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통위는 가계부채가 불어나고 집값이 치솟는 등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하지만,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최근 주식시장 불안 등을 고려해 추가 금리인상을 다음으로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한국은행
12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통위는 가계부채가 불어나고 집값이 치솟는 등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하지만,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최근 주식시장 불안 등을 고려해 추가 금리인상을 다음으로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한국은행

이날 기준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금리를 하루빨리 올려야 한다는 ‘다수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서민들을 위해 천천히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집값과 투기를 부추긴 주범인 ‘초저금리’를 빨리 때려잡아야 하는데, 빚을 쓸 수밖에 없는 서민을 위한 대책도 함께 내놔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친 집값과 초고물가를 잡으려면 이번에 금리 인상했어야 했다~ 11월은 늦어~” “다음 달에 최소 0.5%는 올려야 한다” “팍팍 빨리 좀 올려라. 물가 잡아야지” “물가가 엄청 상승하고 있는데 오늘 금리 동결시킨 거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러세요.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고요” “기본금리 5%로 빨리 올려라! 은행금리 7%로 돼야 한다! 투기꾼들 망해야 나라와 국민이 산다!” “금리가 3프로대는 가야 부동산이 하향 안정화 유지”.

“영끌을 하든 뭘 하든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금리 대폭 올리고, 대출 규제는 풀면 받을 놈은 받고 포기할 놈은 포기하고. 뭘 위해주는 척 찔끔찔끔 천천히 올리면서 규제하는 건 또 뭐냐?? 둘 중 하나만 하라고” “이주열과 한은이 만든 버블. 정부가 덤터기 쓰게 만들고 한은은 고고한 척하네. 경제학자들 엉터리 처방으로 한국 경제를 아주 비만 당뇨 환자로 만들어 놨다” “결국 정치를 택하는구나. 부채를 줄이게 하는 확실한 신호를 주기는커녕”.

“내년 하반기에 임대차 3법의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의 처음 만기가 도래한다.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을 억제하면 거의 전세금이 2배 가까이 폭등하는 데다 금리 올리고, 대출 억제하면 누가 죽을까? 돈 많은 집주인이 죽을까? 돈 없는 취약계층인 세입자들이 죽어 나갈까? 그래도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 대통령선거도 있는데” “금리는 최대한 충격이 없도록 천천히 올려야지. 자영업자, 서민들 대출은 풀로 올라간 상황에서 금리 올리면 다 죽는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소수의견을 낸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난달 29일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와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소수의견을 낸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난달 29일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와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한편 이날 소수의견을 낸 서영경 금통위원은 지난달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20~30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향후 소비 기반의 잠식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라고 내다봤습니다. 8월 금리인상에도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은 “자금조달 금리가 여전히 낮은 결과”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산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화 ‘소수의견’에서 사건 조작의 달인으로 나온 검사 홍재덕(김의성). /사진=하리마오픽쳐스
영화 ‘소수의견’에서 사건 조작의 달인으로 나온 검사 홍재덕(김의성). /사진=하리마오픽쳐스

“국가란 말이다. 누군가는 희생하고 누군가는 봉사하고 그 기반 위에서 유지되는 거야.” 영화 ‘소수의견’에서 사건을 조작했던 검사 홍재덕(김의성)의 대사입니다. 집은커녕 제대로 된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2030 세대를 ‘투기판’에 내몬 것은 누구일까요. 여러분은 다음 빈 괄호에 무엇을 채우겠습니까. 소수의견도 받습니다.

“국가란 말이다. (                    )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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