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공매도 46조원인데… ‘전면재개’ 멍석 다 깔았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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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공매도 46조원인데… ‘전면재개’ 멍석 다 깔았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0.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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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4월 2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지난 4월 2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시장조성자에 대한 사상 첫 제재라는 점을 고려했다.”

#1. 지난달 8일, 금융감독원은 국내외 9개 증권사의 반발에 한발 물러납니다. ‘과징금 480억원’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엿새 늘려준 것입니다. 금감원은 앞서 이들의 이해하기 힘든 반복적인 주문과 취소 행위를 적발, ‘시세관여형 시장질서 교란 행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과징금도 깎아줄 것이냐며 시장조성자 제도를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부터 증권사와 선물사 등 금융투자 회원사의 동일 위반행위에 대한 이중 제재 금지 장치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공매도에 대한 중복제재도 사라졌다. /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는 이달부터 증권사와 선물사 등 금융투자 회원사의 동일 위반행위에 대한 이중 제재 금지 장치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공매도에 대한 중복제재도 사라졌다. /자료=한국거래소

“앞으로도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

#2. 지난달 27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회원사인 증권 및 선물회사의 권익 향상에 힘쓰겠다고 강조합니다. 회원의 중복제재 완화 장치를 10월부터 도입한다고 밝히면서입니다. 이에 따라 공매도 위반으로 당국의 과징금을 받는 경우, 거래소의 제재금은 감경 또는 면제됩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공매도로 수백억 벌고 벌금 몇억 내면 되냐고 처벌 강화를 외칩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은 지난달 30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은 지난달 30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공매도 전면 재개는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다.”

#3. 지난달 30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투자업계의 요구에 화답합니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공매도 접근성 확대’라는 업계 목소리에 메아리가 된 것입니다. 고 위원장은 “다만 부분 재개한 현재 상황에서 효과도 분석하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를 밀어준다며 옮기기 힘든 분노를 쏟아냅니다.

‘전면재개’. 사정이 있어 한동안 멈췄던 활동 따위를 모든 부문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곳곳에서 공매도 전면재개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은 전체 매도금액의 1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이들의 공매도는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7일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5월 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924개 종목에 321조2578억원어치를 팔았습니다. 이 가운데 공매도는 212개 종목에 36조2754억원어치로 총매도의 11.29%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는 1471개 종목에 121조3227억원을 매도했는데, 공매도는 169개 종목에 10조2639억원으로 8.46%였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외국인의 공매도 규모는 46조5393억원어치로 총매도액(442조5805억원)의 10.51%였습니다. 반면 기관은 코스피에서 906개 종목에 262조496억원을 매도했는데, 공매도는 824개 종목에 9조7135억원이었습니다. 코스닥에서는 1457개 종목에 36조8914억원을 팔았는데, 공매도는 560개 종목에 4조1540억원이었습니다.

양 시장에서 기관의 공매도는 13조8675억원으로 전체 매도금액(298조9411억원)의 4.63%였습니다. 외국인보다 공매도 비중은 절반 이하지만 종목은 훨씬 많이 분산됐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는 코스피에서 212개 종목에 8472억, 코스닥에서 167개 종목에 3295억원이었습니다. 모두 합쳐도 전체 매도액(2027조7153억원)의 0.05%에 불과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송재호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로 내놓은 외국인의 공매도(5월 3일~9월 17일) 거래금액은 233조원이 아닌 27조4000억원이라고 해명했다.(위) 아울러 외국인 매도 상위 10개 종목의 공매도 금액은 삼성전자 1조7611억, SK하이닉스 8548억, 카카오 1조4479억, LG화학 1조144억, 네이버 51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송재호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로 내놓은 외국인의 공매도(5월 3일~9월 17일) 거래금액은 233조원이 아닌 27조4000억원이라고 해명했다.(위) 아울러 외국인 매도 상위 10개 종목의 공매도 금액은 삼성전자 1조7611억, SK하이닉스 8548억, 카카오 1조4479억, LG화학 1조144억, 네이버 51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자료=한국거래소

외국인의 공매도를 종목별로 보면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1조9819억(전체 매도금액의 4.62%) ▲HMM 1조7861억(23.40%) ▲카카오 1조5604억(13.61%) ▲LG화학 1조922억(9.83%) ▲LG디스플레이 1조872억(44.62%) ▲SK하이닉스는 9275억원(6.48%) 순이었습니다.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 4705억(23.74%) ▲씨젠 4346억(22.27%) ▲펄어비스 3452억(20.48%) ▲셀트리온제약 3181억(28.45%) ▲에코프로비엠 3093억(11.39%) ▲에이치엘비 3220억(15.86%) ▲카카오게임즈 2846억원(12.64%) 순이었습니다.

기관은 코스피에서 ▲두산중공업 9010억(45.54%) ▲카카오 6157억(2.81%) ▲SK하이닉스 6169억원(3.68%), 코스닥에서 ▲에코프로비엠 4316억(31.83%) ▲셀트리온헬스케어 2808억(19.21%) ▲씨젠 2110억원(43.10%) 순으로 공매도가 집중됐습니다.

개인투자자를 보면 코스피에서 ▲카카오 569억(0.19%) ▲HMM 412억(0.15%) ▲SK바이오사이언스 356억원(0.12%) 순으로 공매도가 많았는데 삼성전자는 103억원(0.03%)에 그쳤습니다. 또 코스닥은 ▲씨젠 296억(0.28%) ▲에코프로비엠 287억(0.30%) ▲셀트리온제약 157억원(0.3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수영 의원이 '공매도'는 일본식 표현이라며 숏매도 또는 차입매도로 바꾸자고 제안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사진=박수영 의원 SNS
박수영 의원이 '공매도'는 일본식 표현이라며 숏매도 또는 차입매도로 바꾸자고 제안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사진=박수영 의원 SNS

이처럼 외국인의 대규모 공매도가 양 시장의 대형주들에 집중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공매도 재개 이후 외국인들의 현금인출기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증시가 내림세를 반복하면서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누리꾼들의 공매도 폐지 목소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매도 폐지하라. 금융위원회는 외국인의 이익 단체인가” “공매도가 시장파괴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고승범은 잠자냐?” “공매도 시스템 손봤다매... 뭘 손본겨” “있지도 않은 주식을 빌려다가 판다? 불공정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합니다” “어제 하락할 때 대형주들 호가창 보니까 외국인이 죄다 공매도만 치고 있더라. 진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한국 시장만 과대 낙폭이 심한 이유였음” “이게 공매도 순기능이라는 거지” “공매도의 순기능이 이딴 거냐?”.

“공매도 문제뿐만 아니고~~ 이런 금피아가 더 문제. 최소한 공매해도 상환기간은 있어야 아닌가?? 이건 뭐 도대체가 이자만 내면 상환기간이 없어 그런 공매도 어떻게 이기냐. ㅎㅎ 상환기간 무제한인뎅. 무슨 무제한 00식당도 아니고~ 그러니 한국 증시가 무제한 맛집이지~” “공매도 상환기간을 2개월로 정하자~ 그럼 된다” “공매도 폐지하든지. 상환기간을 1개월 이내로 정하지 않으면 반드시 금융위 등 엄벌해야 하고. 방관하는 정부도 심판해야 합니다” “영업일 기준으로 10일”.

지난 2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영원한 공매도 금지' 청원에 대한 답변.
지난 2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영원한 공매도 금지' 청원에 대한 답변.

“미국처럼 숏매도, 차입매도라고 하자”. 지난 2월 17일, 박수영 의원이 일본식 표현인 ‘공매도’를 다른 낱말로 바꾸자고 제안했다가 여론의 호된 꾸지람을 받았습니다. 지금 차기 대통령 후보들 사이에서도 공매도 폐지를 놓고 공방이 뜨겁습니다. 무엇보다 ‘본질’을 볼 때입니다. 지난 2월 청와대가 내놓은 공매도 폐지 국민청원 답변에 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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