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산업부 차관에게 금품·향응 제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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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 산업부 차관에게 금품·향응 제공”… 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0.0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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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환 의원, SK E&S 관계자와 박기영 차관 주고받은 문자 공개
“요정에서 350만원 상당의 술과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 줬다”
SK E&S 측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
SK E&S가 산업부 차관에게 수백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SK 본사
SK E&S가 산업부 차관에게 수백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SK 본사

SK그룹 계열사인 종합 에너지기업 SK E&S가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게 수백만원에 달하는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강남의 한 요정에서 말입니다. SK E&S 관계자들과 박 차관이 이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도 SK E&S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SK E&S의 금품·향응 제공 의혹은 5일 국회 산업자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나왔습니다. 이날 국감에서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과 정부 관료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는 썩어빠진 낡은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사실 확인은 불가피하다”며 박기영 차관, 그리고 유정준 SK E&S 부회장(대표이사)과 이완재 SKC 사장을 불러 추궁했습니다.

이주환 의원에 따르면 SK E&S 측과 박기영 차관 간에 금품·향응이 오갔던 시기는 2015년 2월 이었는데요. 유정준 부회장은 당시 SK E&S 대표이사였고, 이완재 사장은 SK E&S 전력사업부문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박기영 차관은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 단장이었습니다. 또 당시에는 위례 열병합발전시설 관련 사업이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이주환 의원이 밝힌 요점은 당시 SK E&S 관계자들이 강남에 있는 요정에서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이었던 박 차관에게 350만원 상당의 술과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이 의원은 이들이 간 식당 홈페이지 화면을 띄우고 “강남에 위치한 전통 요정으로, (박 차관은) 당시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 단장 시절에 SK E&S 관계자들과 이곳에 다녀갔다”며 “1인당 식사비가 46만~50만원이고, 일명 접객원과 2차가 가능했던 요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위례 열병합 발전시설 관련 사업이 있을 무렵이었다”면서 “수년간 공사가 미뤄져 왔던 것이 박 차관의 산업부 단장 보직 시절 일순간에 공사 인가계획을 내주는 등 SK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로비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위례 집단에너지공급시설 사업 일지를 보면 박 차관은 2014년 3월부터 12월까지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으로 있었습니다. 그해 11월 14일 오전에 위례신도시 열병합발전소 용량 증성 반대 청원에 대한 공청회가 있은 뒤 당일 오후에 ‘집단에너지공급시설 공사계획 승인’이 인가됩니다.

이후 2015년 1월에 위례에너지서비스가 하남시로부터 집단에너지공급시설 건축허가 취득한 다음, SK건설과 집단에너지공급시설 건설공사계약을 체결을 체결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공교롭게도 위례 열병합발전소 공사계열이 체결된 다음 달인 2월 4일, 당시 박기영 단장이 SK E&S로부터 45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옵니다.

위례 열병한발전소는 박기영 단장이 SK E&S로부터 금품·향응을 받은 2월 착공이 되고 2017년 3월 준공됐습니다.

이 의원은 “제보에 의하면 2015년 2월 4일 오후 7시경 SK E&S 관계자와 방문했는데 왜 방문하고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가”라고 질의하자 박 차관은 “업무적인 얘기는 안 하고 통상적인 지역난방 사업들, 업계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의원이 거듭 “이날 식사가격이 350만원이 나왔다”고 하자 박 차관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주환 의원실이 공개한 SK E&S 관계자와 박기영 차관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 /사진=이주환 의원실
이주환 의원실이 공개한 SK E&S 관계자와 박기영 차관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 /사진=이주환 의원실

그러자 이 의원이 SK E&S 관계자들과 박 차관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문자를 보면 2015년 2월 4일 오후 4시 35분, SK E&S 본부장은 같은 회사 팀장에게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묻자 팀장은 “7시로 예약했다. 식당 이름은 OO다. 강남역 주변이다”라면서 본부장에게 “혹시 상품권은 준비했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러자 본부장이 “1개 준비했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월 5일 오전 8시 45분 SK E&S 본부장이 박 차관에게 “잘 들어가셨냐. 가장 안쪽에 작은 성의를 넣어뒀다”고 밝힙니다. 여기서 ‘성의’는 100만원짜리 상품권을 의미한다는 주장입니다. SK E&S 본부장은 이후 같은 회사 팀장에게 “부문장님이 물으셔서 어제 350 계산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이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유정준 SK E&S 부회장과 이완재 SKC 사장에게도 추궁을 했는데요. 이들은 모두 기억이 안 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이 의원이 이완재 사장에게 “직원들로부터 2015년 2월경 박기영 차관 접대에 대한 보고를 받았냐”고 질의하자 이 사장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이 의원은 “기억이 나지 않으면 제보가 사실인 데… 내부 접대가 상부의 지시에 의했는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인한 것인가”라고 묻자, 이 사장은 “지시에 의한 접대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접대가) 사실이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위증할 게 아니고 그 당시 책임자이므로 위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질타했습니다.

유정준 부회장도 “접대 보고를 받은 적 없냐”는 물음에 “전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접대비가) 회삿돈이라 생각되는데 이 정도 향응 접대라면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로비한 거라 생각하지 않나”라고 다시 묻자, 유 부회장은 “E&S 산하에는 15개 기업이 있는데 각각 독립적 법인이고, 각각 회사에 이뤄지는 일에 대해서 (파악이 어렵다)”라고 주장해습니다.

이주환 의원은 유 부회장에게 “묵인·방조했다면 이런 범죄를 가담한 게 되고, 만약 직원들이 비리를 저지른 것을 가만히 놔뒀다면 무책임한 대표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이주환 의원 측은 박기영 차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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