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날 땐 늦었다”… ‘깡통전세·깡통계좌’ 경고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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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날 땐 늦었다”… ‘깡통전세·깡통계좌’ 경고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30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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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깡통을 잘라서 만든 무선 와이파이 증폭기. /사진=‘원지의하루’ 유튜브
깡통을 잘라서 만든 무선 와이파이 증폭기. /사진=‘원지의하루’ 유튜브

“소리만 요란하고 쓸모없는 줄 알았는데 와이파이 증폭기가 되네.”

1900년대 초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것’은 내용물이 사라지면 홀대를 받습니다. 네덜란드어 ‘kan’과 무엇을 담는 ‘통’이 합쳐진 낱말로, 당당히 표준어로 올라 있습니다. 미군 점령기, 매점에서 흘러나온 속이 꽉 찬 이것들은 점방 주요 자리를 차지하며 전통시장의 이름까지 점령합니다. “깡”하고 치면 “통”소리가 난다는, 조롱거리의 대명사 ‘깡통’ 탄생기입니다.

‘깡통전세’.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에 다다른 경우를 텅텅 비어있는 깡통에 빗댄 네 글자입니다. 쉽게 말해 집값이 내려가면 전세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주택을 가리킵니다. 통상적으로 주담대와 전세금을 더한 금액이 집값의 70%를 넘으면 깡통전세로 봅니다.

올해 들어 ‘갭투자’로 사들인 주택 가운데 깡통전세 비율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에 빨간불과 함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갭투자란 시세차익을 먹으려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을 뜻합니다. 집값과 전셋값 상승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집값이 내려가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올해 들어 서울지역에서 갭투자로 매입한 주택 가운데, 두 가구 중 한 가구는 깡통전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들어 서울지역에서 갭투자로 매입한 주택 가운데, 두 가구 중 한 가구는 깡통전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픽사베이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별 갭투자 현황>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35%였던 갭투자 비율이 올해 들어 7월까지 43%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갭투자 가운데 1만7539건(48%)은 전체 거래금액의 70% 이상이 보증금 승계로만 이뤄졌습니다. 갭투자로 산 두 집 가운데 한 집은 깡통전세라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서울지역 깡통전세 중 4582건(12.5%)은 임대보증금이 매매가를 이미 초과한 상태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또한 임대보증금과 은행 대출로만 구성돼 자기자본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집을 산 경우도 4871건이나 됐습니다. 이 같은 깡통전세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울산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 등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습니다.

올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한 전국 주택거래 중 27.9%가 갭투자였는데, 깡통전세가 52%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갭투자 중 깡통전세 비율은 부산이 지난해 16.9%에서 올해 35.5%로, 대구가 29.9%에서 46.8%로 급증했습니다. 이밖에 울산(64.6%)과 세종(55.6%)도 올해 갭투자의 절반 이상이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준현 의원은 “집값의 10~20%만으로 주택을 매매한 갭투자자들은 집값이 떨어지면 당장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이 그대로 빚으로 남게 되고 이는 곧 무주택자인 세입자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라며 “충분한 주택공급을 통해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무주택자들의 주거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깡통전세, 깡통계좌 등 대한민국 경제 곳곳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깡통전세, 깡통계좌 등 대한민국 경제 곳곳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갭투자라는 용어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며 정부의 부동산투기 근절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갭투기’한 이들은 남 탓 하지마라는 댓글도 공감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신축 빌라가 서울 재개발의 걸림돌’이라는 주장도 눈에 띕니다.

“갭투자라는 용어 자체가 투기를 조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임대사업도 아니고 실거주 목적도 아닌 집을 자기자본도 없이 구입하는 게 과연 투자인가요?” “이러니 집값 안 올라갈 턱이 있나. 개나 소나 무능력 돈도 없는 것들도 살 수 있게 해놓으니 끝없이 올라가지” “공급이 답이 아님. 투기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므로 때려잡아야지. 정부까지 놀아날 건 없지. 실수요자 빼고 매입 금지시키면 한순간에 잡힌다구” “법으로 갭투자 금지하면 집값 떨어진다. 집 살 때는 현금 최소 70% 있어야 사게 하고 돈 있다고 무조건 몇 채씩 못 사게 하고”.

“보니까 이제 이런 투기가 터질 날만 남은 듯.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쳐 있고. 유동성도 마르기 시작했으니 갭투기로 몇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선택한 말로. 이 시대를 헤쳐나가기를 바랍니다. 남 탓, 정부 탓하지 마시고” “욕심이 과해 벌어진 결과를 남의 탓으로 돌리면 쓰나?” “대장동에만 국한된 사건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조사하자” “실거주 안하면 시세차익 전부 환수하도록 바꿔라. 투자고 뭐고 다 없어진다” “이미 폭탄 돌리기 시작했다. 위기는 소리소문없이 온단다” “갭투 대출 막아야 한다.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특히 재개발 수혜지라면서 신축 빌라 파는 애들이 제일 문제. 신축 빌라는 재개발을 오히려 못 하게 하는 장애물인데도 부동산 유튜브 보면 지들이 지은 신축 빌라 안 팔려서 꼭 신축 빌라가 있어도 재개발될 거라고 말하는 애들 엄청 많이 봄. 마치 신축 빌라라도 재개발될 거라고 말하는데 막상 가서 보면 죄다 지들이 지은 신축 빌라임. 서울이 왜 재개발 해제지역이 많은 줄 아냐? 이런 애들이 재개발 노후도를 왕창 낮추는 바람에 재개발될 지역도 안 되게 만든 전적이 많아서다. 이것도 진짜 문제인데 우리나라 언론사 단 한 곳도 언급을 안함”.

신용융자 잔액이 크게 늘면서 반대매도가 연중 최대치를 기록하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신용융자 잔액이 크게 늘면서 반대매도가 연중 최대치를 기록하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깡통전세와 함께 ‘깡통계좌’도 요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깡통계좌란 투자자가 증권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사들인 주식의 가치가 대출금을 밑도는 계좌를 말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주식 신용융자 잔액은 2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 6조6000억원과 견줘 약 3.9배 급증했습니다.

만약 신용융자로 산 주식이 급락한다면 증권사가 보유주식 모두를 팔아치워 투자자는 깡통을 차게 됩니다. 이처럼 영혼을 끌어모아 빚을 내 투자하는 열풍은 지난해 3월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미친 집값’에 분노한 2030 청년들이 ‘주택·주식·코인’ 투자에 앞다퉈 나섰기 때문입니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난 29일 열린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와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난 29일 열린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와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어제(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세미나에서도 가계부채의 경고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과거와 달리 20~30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이들 계층의 소비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향후 소비 기반의 상당한 잠식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서 위원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도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자금조달 금리가 여전히 낮은 결과”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산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히 내비친 것입니다. ‘통화긴축’이라는 매가 대한민국 경제 곳곳에서 요란한 깡통 소리를 잠재울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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