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50억’ 화천대유 vs ‘연봉 1억’ 금감원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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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50억’ 화천대유 vs ‘연봉 1억’ 금감원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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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나라의 살림살이를 맡은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평균 연봉 1억원인 금감원의 쇄신을 요구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나라의 살림살이를 맡은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평균 연봉 1억원인 금감원의 쇄신을 요구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직원 2200명의 성과급을 절반으로 깎고, 워싱턴 사무소를 폐쇄하라.”

2021년 달력 첫 장도 넘기지 않은 1월, 나라의 살림살이를 맡은 기획재정부는 평균 연봉 1억원인 ‘신의 직장’에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합니다. 채용 비리와 펀드 부실 감독 등 각종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금융감독원에 조직 정비를 주문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 감독권을 무기로 ‘갑질’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고 질타합니다.

‘신의직장’. 근무 환경이나 복지 등이 매우 좋은 직장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감원에서 퇴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이달까지 사표를 내고 재취업한 이들은 28명입니다. 대부분 금융권으로 직장을 옮겼는데,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나 핀테크 업체로 옮긴 사례도 있어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29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답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 따라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자는 임원 2, 1급 3, 2급 1, 3급 9, 4급 1명 등 모두 26명입니다. 이달에도 2급과 4급 각 1명이 재취업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최근 9개월 새로운 직장으로 옮긴 금감원 퇴직자는 28명으로 늘었습니다.

이 같은 퇴직자 규모는 2017년 2월부터 이달까지 4년 8개월간 진행된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통해 재취업한 84명의 33.3%에 해당합니다. 이들 재취업자의 절반이 넘는 15명은 금융권으로 일자리를 옮겼습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한국회계기준원, 한국기업데이터, 코스닥협회, 삼성경제연구소, 현대자산운용, 현대캐피탈, KB저축은행, 유진투자증권 등입니다.

재취업자 가운데는 특히 온라인 금융플랫폼이나 가상화폐 거래소로 이직한 사례가 눈에 띕니다. 금융교육국에 있던 3급 수석조사역은 카카오페이로,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2급 부국장조사역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로 옮겼습니다. 이밖에 11명은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 등 법조계에, 나머지 1명은 방산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신의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에서 올해 들어 28명이 퇴직해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이른바 신의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에서 올해 들어 28명이 퇴직해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인 금감원 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습니다. 다만 퇴직 전 5년간 담당한 업무와 취업하려는 곳에서 맡는 업무 관련성이 없는 등의 사유가 인정되면 가능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한 금감원 직원은 5급으로 시작, 통상 5∼7년 재직하면 4급으로 승진합니다.

김병욱 의원은 “금융사와 대형 로펌행을 택하는 금감원 퇴직자가 늘면서 금융당국의 검사·감독 기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금융감독 업무의 효율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철저한 재취업 심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의 짬짜미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정부사업이 겁나게 몰렸구먼” “짝짜꿍” “공무원들도 퇴사 후 일정기간 동안 재취업 막아라. 연줄로 비리도 많고 정보 팔아먹는 것도 부지기수다. 법률가들만 제한할 일이 아니다” “금감원은 재취업하면 안 된다. 감독기관이 퇴직후 재취업하니 제대로 감독이 되겠나? 그래서 깜깜원이란 소리도 있다” “뒤로 안먹고 어찌 사냐? 서로 좋은 거다. 전통문화” “이러니 썩은 나라지 ~~ 철저히 개혁해야 할 문제”.

“증권 은행 보험회사에서 왜 데려가겠냐. 당연히 바람막이지. 관리감독해야 될 국가기관이 이런 회사들 눈치 봐야 되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겠냐. 기관 수장이라는 인간이 외국자금 들어와야 되고 대외신인도가 떨어진다고 공매 재개하더니 국내증시 박살 나고 있다. 공매 재개를 서두른 이유가 안 있겠나. 이런 놈들 퇴직 후 최소한 3년간 관련 기업에 취직하는 걸 막아야 한다. 비리가 안 생길 수 있겠냐”.

“금융카르텔이 제일 시급한 적폐 중 하나이다. 정부 정책들이 개인보다 기관, 외인 위주의 정책들이고 증권사들이 겁 없이 저지르는 온갖 비리들이 이러한 적폐 뒷배경 믿고 저지르는 것이다. 이 카르텔을 끊어야 한국증시가 발전한다” “이러니 기관들 공매도 식은 죽 먹기지” “미래 로펌 직원이 대한민국 금융을 감독하고 있구나. 대한민국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어” “금감원은 있으나 마나. 금융위원회만 있어도 충분. 다음 정권 때 없애라”.

금감원 퇴직자들의 유관기관 재취업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의 짬짜미를 걱정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 퇴직자들의 유관기관 재취업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의 짬짜미를 걱정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50억원이 퇴직금이라면 신의 직장 끝판왕이다”. 주역의 64괘 가운데 가장 좋다는 ‘화천대유’란 이름의 회사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역술가들은 화천대유의 괘를 가지고 태어난 이의 청년기는 고집이 세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신의 직장 금감원을 5년 만에 때려치운 여행작가 장영은은 고졸 정규직원 1기였습니다. 그가 바라는 미래상입니다.

“대단한 사람은 못돼도 남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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