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돋친 렉서스, 흑자전환 유니클로… ‘노재팬 2년’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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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돋친 렉서스, 흑자전환 유니클로… ‘노재팬 2년’ 현주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9.29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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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골프복· 자동차 판매량 눈에 띄게 늘며 불매 여파서 회복
불매 직격탄 ‘유니클로’도 온라인 손길 이어지며 회복세 뚜렷
불매운동 참여율, 1년 새 15%p 급감… 2030세대 감소폭 커
아베 정부의 경제 제재조치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열기가 점점 식어가고 있다. /사진=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아베 정부의 경제 제재조치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열기가 점점 식어가고 있다. /사진=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일본제품 안 산다고? 2019년 7월 1일, 일본 아베 정부의 일방적인 경제 제재조치로 시작됐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2년이 지나자 그 열기가 점점 식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제품 상당수는 여전히 매출 부진의 늪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으나 일부 품목은 오히려 매출이 쑥쑥 오르고 있습니다. 불매운동의 영향권이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여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8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57%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한다고 응답했는데요. 이는 1년 여 전인 지난해 7월의 불매운동 참여율(72%)보다 15%p 줄어든 수치입니다.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은 성별, 연령대별로 고르게 낮아졌는데요. 특히 여성(77→55%, 22%p 감소)과 20대(58→36%, 22%p 감소), 30대(72→52%, 20%p 감소) 연령에서의 하락 폭이 컸습니다.

주요 품목별로 살펴 보면, 일본 자동차(79%), 일본 식품(76%), 일본 가전제품(76%)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높았습니다. 일본 여행(74%), 일본 생활용품(74%), 일본 음악(72%), 일본 캐릭터 상품(71%) 등의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여전히 높았습니다. 다만 1년 전인 지난해 7월 조사결과와 비교했을 때 불매운동 참여(의향)율은 각 품목별로 10%p 안팎으로 감소하는 등 일본제품 불매운동 열기는 이전보다는 약해진 것이 확인됐습니다.

불매운동 열기와 마찬가지로 불매운동 지지 강도 역시 완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불매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는 응답은 2019년 53%에서 지난해 45%, 올해 33%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일부 일본제품의 경우 불매운동을 잊은 듯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눈여겨 볼 품목은 일본산 자동차입니다. ‘노노재팬’에 직격탄을 맞은 일본차가 친환경 트렌드를 타고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1~8월)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19만426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5만5987대)와 BMW(4만7497대)의 양강구도가 여전한 가운데 일본차의 판매량 증가가 눈에 띕니다.

일본의 대표 승용차 중 하나인 ‘렉서스’의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은 6828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2% 늘었습니다. 점유율도 지난해 2.97%에서 올해 3.51%로 소폭 높아졌습니다. 혼다 역시 같은 기간 누적 판매량은 253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9% 증가했습니다. 특히 8월 혼다의 판매량은 518대로, 이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14.9%나 증가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8월 혼다의 판매량은 241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성장세입니다.

토요타의 누적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한 4375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들 일본차 3사의 판매량은 올해 들어 모두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6%대까지 떨어졌던 일본차 점유율도 지난달 7.07%로 소폭 올랐습니다.

수입차 전체 판매량 순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3사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1만3735대로, 독일(13만5974대)과 미국(2만1346대)에 이어 3위입니다. 영국(1만591대)과 스웨덴(9934대)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수년간 독일차에 이어 2위를 달리던 일본차가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닛산과 인피니티의 브랜드가 철수하는 수모를 겪었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세입니다.

일본차의 부활에는 ‘친환경’이 있었습니다. 렉서스의 경우 올해 판매량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달하고, 토요타 역시 판매차의 92% 가량이 친환경차입니다. 친환경 트렌드에 힘입어 일본 3사의 판매량 증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으며 2년 만에 점포 50여곳을 폐점했던 유니클로도 스멀스멀 살아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모기업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1분기(2020년 9월~2020년 11월)에 한국유니클로가 대규모 적자를 딛고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효율 매장 폐점과 재고 수준 관리에 따른 판관비 개선으로 적자에서 벗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2019년 8월 말 190개였던 유니클로 전국 매장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38개로 급감했는데,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은 글로벌 계획 발표 당시 한국 유니클로가 매장 폐점을 통해 경영효율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 출입에 눈치를 보던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유니클로가 흑자 전환까지는 몰라도 완연한 회복세에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불매운동 품목에서 멀리 있던 골프복의 약진도 두드러집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 골프복 브랜드 ‘세인트앤드류스’는 국내 진출 3년 만인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120억809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매출을 뛰어넘은 것입니다. 상반기 매출만 따지면 지난해(28억원)보다 무려 321%나 성장했습니다.

2009년 국내에 진출해 올해 22년째를 맞는 일본 골프복 브랜드 ‘파리게이츠’도 역시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535억원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넘게 성장했습니다.

골프복의 성장에 힘입어 일본 골프용품 업체들도 국내 시장을 노크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골프복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미즈노’는 백화점 입점 규모를 늘리고 있고, 프리미엄 골프채로 알려진 ‘혼마골프’는 올해 국내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동참 여부는 소비자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불매운동을 촉발시킨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과 이에 기름을 부은 일본 극우 인사들의 망언은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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