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조이고 반대매매까지… 사면초가의 ‘신파일러’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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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조이고 반대매매까지… 사면초가의 ‘신파일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28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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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8일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전날 경제 및 금융시장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신용융자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8일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전날 경제 및 금융시장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신용융자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사진=금융위원회

“밀물이 들어오는데 갯벌로 들어가는 상황이다.”

가계부채 추가 관리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 2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강력한 경고장을 날립니다. “최근 신용융자가 많이 늘었기 때문에 건전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은행, 신용카드사에 대한 돈줄 조이기가 증권사로 이어진 것입니다. 고 위원장은 다만 “반대매매의 경우 투자자 보호 등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잘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대매매’. 증권회사의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정해진 기간 안에 갚지 못할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이어 주식시장의 신용융자까지 옥죄기에 나섰습니다. 돈줄 조이기의 근거는 연중 최대치를 기록한 반대매매에 있습니다, 여기에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도 당국에게는 원군입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식 반대매도(매매) 규모가 연중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신용융자 잔고(잔액)는 이달 13일 기준 2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6조6000억원)과 견줘 3.9배 수준으로 폭증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반대매도 금액은 하루 평균 84억8000만원으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신용융자 잔고가 크게 늘면서 반대매도가 연중 최대치를 기록하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신용융자 잔고가 크게 늘면서 반대매도가 연중 최대치를 기록하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같은 달 미수거래 반대매도 규모도 하루 평균 246억4000만원으로, 한 달 전 190억8000만원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습니다. 주식 신용융자 잔고가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증시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는 이유입니다. 소비자경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신용매매에 대해 경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금감원은 “신용거래의 경우 주가가 급락하면 신용거래 담보유지비율 미달, 반대매도 물량 증가, 또다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연쇄작용으로 투자손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라며 “보유주식의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는 경우 보유주식 전부가 반대매도 될 수 있으며 소위 ‘깡통계좌’가 돼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경보 발령과 함께 증권사에 대해서는 개인 신용공여 한도 관리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현재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까지인데 10~20%포인트 정도 낮춰 자체 관리하라는 지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은 앞으로 주식 신용거래 추이를 계속 점검하면서 증권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강화를 지도할 방침입니다.

금융당국의 돈줄 조이기에 누리꾼들은 크게 반발하며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나 없애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금융당국의 돈줄 조이기에 누리꾼들은 크게 반발하며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나 없애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당국의 돈줄 조이기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나 없애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3억으로 8천억 번 진짜 도둑들은 가만 놔두고 개미들 대출 막는 것들” “가계 빚 억제한다면서 신용카드 많이 쓰면 인센티브 준다고?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주식 억대로 있는데 주식담보대출 백만원도 안 해주는 게 말이 되냐” “주식해서 번 수익도 가져가고, 부동산 오른 수익도 가져가고. 자산 이익금을 국가는 무슨 권리로 가져가도 되는지. 가져가서 흥청망청 쓰면서”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공여한도를 조절하고 있는데 이렇게 규제에 들어가면 오히려 반대매매종 목이 속출하며 연쇄작용을 일으켜 정상적인 투자행위조차 비자발적으로 손실 폭이 늘어나게 된다. 지금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관치금융으로 개투들 피를 빨고 있는가~~”.

“신용공여보다 더 급한 것은 공매도 제도 손질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생각은 안 하고 23년부터는 세금을 뜯어간단다. 공매도의 손아귀를 벗어나 겨우겨우 수익 좀 나나 했더니 세금을 때린다. 이게 나라냐?” “외국인 공매도는 아예 담보도 없이 빌려 파는 건데 맨날 개미들만 죽으라는 거네. 이 가렴주구들아 임대차법으로 전세값 두배 올리고 전세대출 막고 이제는 개미 죽이려고 발광이네. 가렴주구들아 도대체 니들에게 서민의 삶을 파괴할 권한을 국민이 주었냐” “천하에 쓸모없는 금감원아 공매도나 없애라” “외인 기관 공매도 장난 못 치게 상환기간이나 만들고 이야기해라 개미들이 돈 버니 ㅈㄴ ㅂㄷㅂㄷ 되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국민 4명 가운데 1명은 ‘신파일러’(Thin Filer)로 나타났다. 신파일러는 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어 신용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로, ‘금융이력 부족자’로도 부른다. /자료=민형배 의원실(나이스평가정보 제공)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국민 4명 가운데 1명은 ‘신파일러’(Thin Filer)로 나타났다. 신파일러는 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어 신용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로, ‘금융이력 부족자’로도 부른다. /자료=민형배 의원실(나이스평가정보 제공)

한편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국민 4명 가운데 1명은 ‘신파일러’(Thin Filer)로 나타났습니다. 신파일러는 낱말 뜻 그대로 ‘(관련) 서류가 얇은’ 금융고객을 일컫는 말입니다. 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어 신용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로, 우리말로는 ‘금융이력 부족자’로 부릅니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이 나이스(NICE)평가정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이력 부족자로 분류된 이들은 전체 신용등급 대상자의 27.1%에 해당하는 1280만7275명이었습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최근 2년간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없고, 3년 동안 대출이 없는 이들을 금융이력 부족자로 분류합니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산정한 신용점수를 보면 금융이력 부족자의 74.6%인 955만4831명이 700점 이상~800점 미만이었습니다. 반면 800점 이상~900점 미만은 264만1642명(20.6%), 900점 이상은 2만9601명(0.2%)이었습니다.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반 시중은행 대출 때 불리한’ 신용점수인 700점대를 받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누리꾼들은 금융이력 부족자에 대한 낮은 신용평가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누리꾼들은 금융이력 부족자에 대한 낮은 신용평가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서도 금융이력 부족자는 1194만2503명으로, 신용등급 대상자의 24.7%였습니다. 신용점수가 낮으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거나 이자를 더 내야 합니다. 나이스평가정보의 금융이력 부족자 가운데 20대 미만은 412만7034명입니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의 목소리일지 모릅니다. 직장 구하기도, 돈 벌기도 힘든 세상입니다.

“신용점수가 좋은 사람들은 상환계획이 있어서 빌리는 건데 당장 무직이라고 안 해주는 경우가 있어 어이없다. 신용점수가 말해주는데 꼭 직업을 봐야 해? 돈 버는 방법이 꼭 직장만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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