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vs 박성호, ‘4연임 김정태’ 마침표 누가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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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vs 박성호, ‘4연임 김정태’ 마침표 누가 찍을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9.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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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채용비리 혐의 재판에 DLF 중징계 관련해 소송전 진행 중
박성호, ‘김정태 회장이 최고경영자 염두에 두고 육성한 인재’ 평가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임기를 6개월 남겨둔 가운데 차기 회장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3월 조직개편을 통해 선임된 함영주·이은형·지성규 등 부회장 3인의 후계 레이스가 시작됐다고 봅니다. 여기에 박성호 하나은행장도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금융권과 언론계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포스트 김정태’로 함영주 부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으나 박성호 행장이 최근 대항마로 떠올라 2파전이 될 양상이 커 보입니다.

박성호 행장이 급부상한 이면에는 함영주 부회장의 법적 리스크 때문으로 보입니다.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에 더해 부실한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혐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것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함 부회장은 2018년 6월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재판은 2018년 7월 첫 공판이 시작된 이후 2년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사건은 함 부회장이 하나은행장 재직 당시인 2015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사부에 특정 지원자를 언급하며 잘 봐줄 것을 지시하는가 하면 부합격자를 다른 전형에서 합격시키도록 한 혐의입니다. 여기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 남녀비율을 4대 1로 맞춰 차별 채용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함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부실 파생상품 판매에 따른 제재로 금감원으로부터 3년간 금융권 취업제한이 되는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난해 6월 함 부회장이 서울행정법원을 상대로 낸 DLF 중징계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중징계 효력은 정지된 상태입니다. 현재 재판은 1심이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지난 3월, 1년간 네번째 연임이 확정된 김정태 회장이 “올 한해도 금융산업을 둘러싼 비우호적인 환경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상황에 따른 리스크관리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발언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영주 부회장이 진행하고 있는 재판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차기 회장은 함 부회장에게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함 부회장의 채용 비리 1심의 경우 이르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DLF 소송 1심 선고는 내년 1~2월에 나올 전망입니다.

두 재판 결과가 함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나온다면 함 부회장은 법적 리스크를 상당 부분 털어내고 회장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김정태 회장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ESG 사업을 맡긴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올해 3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ESG부회장’ 자리에 함영주 부회장을 앉힌 것입니다. 하지만 함영주 부회장 앞에는 최근 집중 조명 받고 있는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버티고 있어 차기 회장 자리에 앉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박성호 행장은 올해 3월 부행장에서 행장으로 승진한 인물인데요. 김정태 회장이 이전부터 최고경영자를 염두에 두고 육성해 온 인재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박 행장의 깜짝인사는 기존 최고경영자들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고 있어 등판 시기가 다소 빨라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박성호 행장은 부행장 시절인 올해 초 차기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최종 후보 리스트 4인 중 하나로 포함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회장 후보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유일한 50대 회장 후보이기도 했습니다. 박성호 행장은 1964년생으로, 올해 58세입니다.

박 행장은 1987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33년 하나금융그룹에 몸 담은 내부인사로, 하나은행 경영관리 본부장, 하나금융지주 경영지원실장을 맡으며 김정태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습니다. 박성호 행장은 그룹 내 핵심 경영 방침인 글로벌과 디지털을 두루 경험한 것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는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를 맡고 있고,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행장으로 글로벌 경험도 갖췄습니다. 국내은행 최초로 대만 지점 설립 작업에도 속도를 내는 등 네트워크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함영주 부회장이 법적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사이 차기 회장 후보로 박성호 행장으로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박 행장은 최고경영자 경험이 적다는 것은 약점으로 부각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진행될 예정인 DFL 징계 관련 행정소송에서 함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 박성호 행장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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