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학번’ 뜨니 60년생 임원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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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학번’ 뜨니 60년생 임원 진다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9.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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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신임 임원 10명 중 4명이 71~75년생… 퇴직 임원 절반 이상은 61~65년생
국내 대기업에서 IMF 학번들이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으로 대거 승진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펙셀즈
국내 대기업에서 IMF 학번들이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으로 대거 승진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펙셀즈

IMF 학번이 대기업 ‘별’로 뜨고 있다. 과거 IMF 외환위기 시기에 졸업했던 1970년대생들이 재계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에 대거 발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1960년대생 임원들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CXO연구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포스코 등 주요 5대 기업의 올해 초 신임 임원 10명 중 4명이 1971~1975년생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 때 대학을 졸업했다.

반면 1961~1965년생에 속하는 기존 임원들은 올 연말 인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다. 임원 현황은 CEO급에 해당하는 등기임원을 제외한 미등기임원 기준이다.

올해 주요 5개 대기업의 전체 임원 숫자는 2070명 내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 이후 본격 진행된 인사에서 임원 반열에 처음 이름을 올린 임원은 330명(15.9%)으로 조사됐다. 이 중 남성이 312명(94.5%)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임원 타이틀을 새로 받아든 여성은 5% 내외 수준에 그친 셈이다.

신임 임원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단일 출생연도 중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51세인 1971년생이 42명으로 최다였다. 남학생의 경우 90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한 경우가 많은 연령대다.

다음으로 1972년생이 40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1970년생(33명), 1969년생(29명), 1974년생(27명), 1968년생(23명), 1973년생(22명) 순이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IMF 외환위기를 맞이한 1971~1975년생만 해도 150명으로, 비율로는 45.5%를 차지했다. 신규 임원 10명 중 4명 수준이다.

올 연말 발표될 인사에서도 이어져 71~75년생 초임 임원이 더 증가해 170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임명된 임원 중 절반 이상이 IMF 학번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2021년 인사에서 1965~1969년생 신임 임원 숫자는 94명으로 30%를 밑돌았다. 지난해 말 이후 인사에서 1960년대 후반 출생자보다는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난 출생자를 더 많이 발탁한 것이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기업 중 임원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로, 미등기임원 숫자만 10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1년 차 미만 신임 임원은 150명 내외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도 1972년생이 2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71년생(24명), 74년생(20명), 73년생(16명) 75년생(12명) 순으로 신규 임원을 발탁했다. 삼성전자만 놓고 보면 이미 2021년 인사에서 신임 임원의 60% 이상을 IMF 학번에 속하는 71~75년생들을 다수 등용했다.

SK하이닉스와 LG전자도 올 연말 이후 발표될 인사에서 70~72년생을 전면에 배치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대차와 포스코는 1960년 후반 출생자가 여전히 2022년 임원 인사에서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현대차는 68~69년생을 임원으로 다수 발탁하면서도 70년대 초반생도 대거 임원으로 등용하려는 특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업종 특성과 발탁 임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올 연말 인사 등에서 65~68년생이 임원으로 많이 진출할 가능성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의 경우 1970년대생 임원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임 임원과 달리 조사 대상 주요 5대 기업에서 지난해 회사를 떠난 임원도 300명으로 나타났다. 출생년도 별로 살펴보면 61년생이 4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4년생(35명), 65년생(32명), 62년생(31명), 63년생(25명), 66년생(22명) 순으로 임원 옷을 벗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61~65년생만 해도 160명을 훌쩍 넘겼다. 퇴직 임원 중 절반 이상 차지한 비중이다. 이러한 흐름이 2022년 인사에도 이어질 경우 62~65년생에 속하는 임원들이 올 연말 등에 물러날 가능성이 한층 높다.

이와 함께 7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임원도 40명 정도 임원에서 물러났다. 임원 반열에 일찍 올라섰지만 1~2년 내에 조기 퇴진하는 이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오일선 소장은 “최근 70~80년대생 젊은 오너가들이 임원으로 다수 진출하고 있는데다 재계도 60년대생에서 70년생으로 임원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서 70년대 초반생 중에서 발탁 임원을 등용하려는 분위기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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