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뚫린 ‘노후 안전판’, 국민연금이 줄줄 샌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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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숭숭 뚫린 ‘노후 안전판’, 국민연금이 줄줄 샌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23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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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506억 잘못 지급, 53억원은 미환수… 9월 들어 국내주식 순매도 가팔라져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4월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리밸런싱(자산 조정) 체계를 논의하고 국내주식 보유비중 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사진은 보건복지부 장관인 권덕철 기금운용위원장. /자료사진=보건복지부
지난 4월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리밸런싱(자산 조정) 체계를 논의하고 국내주식 보유비중 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사진은 보건복지부 장관인 권덕철 기금운용위원장. /자료사진=보건복지부

“국민의 연금이다. 주식투자자들의 안전판이 아니란 말이다!!!”

지난 4월 9일, 국내주식을 연일 팔아치우던 국민연금의 매도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한도를 3%포인트로 올리는 데 합의한 것입니다. ‘박스피’ 코스피가 반등 모멘텀을 얻은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일제히 환영했지만 투자를 하지 않는 국민들은 우려가 커졌습니다. 노후 안전판이 얇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과오급금’.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잘못 내어준 돈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최근 5년간 국민연금공단이 잘못 내어준 국민연금 과오급금이 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과오급금 가운데 소멸시효가 지나 돌려받지 못하는 금액도 6억원에 육박합니다. 국민의 노후 안전판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입니다.

201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국민연금 과오급금이 모두 506억7500만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국민연금 과오급금이 모두 506억7500만원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이용호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국민연금 과오급금은 모두 506억75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과오급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국민연금 과오급은 연금 수급자가 자격 변동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지연했을 때, 부정수급을 했거나 새로운 급여가 생겼을 때 발생합니다.

연도별 국민연금 과오급금을 살펴보면 ▲2017년 110억7800만 ▲2018년 92억3300만 ▲2019년 117억2300만 ▲지난해 113억1600만원 ▲올해 들어 6월까지 73억2500만원이었습니다. 과오급 지급 건수는 ▲2017년 2만5279 ▲2018년 1만8818 ▲2019년 1만4796 ▲지난해 1만6389 ▲올해 들어 6월까지 8308건으로,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이들 과오급금 506억7500만원 가운데 돌려받은 징수금액은 453억8800만원으로 확인됐습니다. 52억8600만원이 아직 공단 금고로 돌아오지 못한 것입니다. 특히 국민연금 징수권 소멸시효인 3년이 완성되어 영원히 돌려받지 못하는 금액도 모두 5억8000만원으로, 23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0년부터 16조1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이후 적자 폭은 해마다 커져 1990년생이 국민연금을 받기 1년 전인 2054년이면 적립금은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0년부터 16조1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이후 적자 폭은 해마다 커져 1990년생이 국민연금을 받기 1년 전인 2054년이면 적립금은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자료=국민연금공단

올해 국민연금 과오급금 가운데 최대 금액은 1억1400만원입니다. 주민등록번호가 바뀌면서 국민연금 수급권이 취소되어 발생한 사례입니다. 이 가운데 9900만원은 다시 납부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과오급금을 줄이기 위해 공적자료 입수에 더욱 힘쓰고, 현장 확인 조사도 꼼꼼하게 병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국민연금 고갈 예상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만큼 연금 관리 체계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과오급 최소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국민연금공단의 방만한 운영을 꾸짖으며 다른 연금의 개혁도 부르짖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과오급금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연금공단의 방만한 운영을 꾸짖고 있다. 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과오급금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연금공단의 방만한 운영을 꾸짖고 있다. 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직원 5600명 이상 과대 인력만 채용해서 자기 역할을 다 못하고 있는 결과” “국민연금 신뢰도 최하임” “그런데도 성과급 잔치를 해???” “말도 안돼~ 사고 친 담당자가 물어내라~” “나라에 도둑xx들이 너무 많다” “세금 축내는 기관 중 하나임” “연금공단 눈감고 일하냐, 자체 감사라도 하여 퇴직시켜라. 담당자 부서책임자” “너네도 구조조정하자” “인원감축 AI로 교체하라 밥값도 못하는 직원 싹 퇴출” “저건 또 누가 채워? 진짜 짜증난다” “몇 년을 받아도 우리는 10원도 안 틀리더만”.

“국민연금 관리보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빨리 개혁해야. 이들 연금이 국민연금 좀먹는다. 국민들 피 빨아먹는 공무원연금 등 제대로 된 대통령이 나오면 찍어줍시다. 국회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해야” “국민연금 부족분을 공무원연금으로 메꾸면 되겠구먼” “공적연금은 부족하면 국민세금으로 채우던데. 국민연금은 왜 무시당하지~ 국민연금이 국민세금이라 만만하나? 진짜 과지급인지 너희들이 장난치는지 어떻게 알겠냐? 국민연금도 투명하게 수입과 지출을 국민이 알게 해마다 공표를 해라”.

9월 들어 국내주식 순매도에 고삐를 죄고 있는 국민연금은 연말까지 보유비중 목표치를 16.8%로 잡고 있다. /자료=국민연금공단
9월 들어 국내주식 순매도에 고삐를 죄고 있는 국민연금은 연말까지 보유비중 목표치를 16.8%로 잡고 있다. /자료=국민연금공단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들어 추석 연휴 직전인 16일까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모두 1조7111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8월 한 달 동안 8882억원과 견줘 봐도 순매도 규모가 급격하게 커진 셈입니다. 이는 지난 1일 우정사업본부가 시간 외 매매인 블록딜로 카카오뱅크 주식 1조1000억원어치를 판 것이 주된 원인입니다.

다만 우정사업본부의 영향을 제외해도 12거래일 동안 6000억원이 넘는 국내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지난달보다 속도가 빠른 것은 분명합니다.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9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은 한동안 순매도 추세에 고삐를 죌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20.2%로, 연말까지 목표치인 16.8%를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중형주 및 코스닥 비중 강화를 주요 투자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로 순매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서는 플랫폼사업자 규제방안이 국내주식 거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12거래일 동안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를 보면 카카오는 2078억, 네이버는 1509억원이기 때문입니다.

2054년이면 적립금이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에 대해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지급액을 낮추는 등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2054년이면 적립금이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에 대해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지급액을 낮추는 등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0년부터 16조1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이후 적자 폭은 해마다 커져 1990년생이 국민연금을 받기 1년 전인 2054년이면 적립금은 바닥을 드러낼 전망입니다.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지급액을 낮추는 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4월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보유비중 확대를 결정한 날, 누리꾼의 댓글입니다.

“미래 나의연금, 잘 불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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