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이긴 세돌, ‘금융소비자 보호’ 한수 부탁해 [사자경제]
상태바
알파고 이긴 세돌, ‘금융소비자 보호’ 한수 부탁해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16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신기술’이나 ‘고수익’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투자조합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사진=픽사베이
‘신기술’이나 ‘고수익’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투자조합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사진=픽사베이

“중소 벤처기업 지원을 늘려 선순환 금융생태계를 구축하겠다.”

‘알파고 바둑’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2016년 6월 30일, 금융감독원에 이름도 낯선 ‘신기술사업금융업자’가 등록합니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 또는 융자해주는 여신전문금융업을 말합니다. 이보다 앞선 같은 해 4월 금융위원회는 증권회사의 신기술사업금융업 겸영도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증권사로는 첫 겸영 사업자가 탄생한 것입니다.

‘투자조합’. 투자를 목적으로 일반인도 참여시켜 사업자금을 모으는 조직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최근 증권사를 통해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자 금감원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습니다. 특히 이들 투자조합은 ‘신기술’이나 ‘고수익’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투자자들을 유혹하는데, 사모펀드보다도 위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121개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가운데 증권사는 23개사로, 252개 사모 신기술조합을 통해 모두 2조3000억원을 모집했습니다. 증권사를 통해 모집한 출자자 3327명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2521명으로 전체의 75.8%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이 출자한 금액도 429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중소 및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위해 도입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은 사모펀드 시장 위축에 따른 풍선효과로 최근 크게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중소 및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위해 도입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은 사모펀드 시장 위축에 따른 풍선효과로 최근 크게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신기술조합 등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민간투자 확대와 자금조달 지원 등을 위해 도입됐습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증권사의 겸영은 2016년부터 허용했습니다. 다만 투자조합이 성공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유동성 제약이나 원금 손실 등 투자위험도 큰 금융투자상품입니다.

금융당국은 2018년 말 366명에 불과했던 신기술조합 개인투자자가 2019년 이후 사모펀드 시장 위축에 따른 풍선효과 때문에 크게 늘었다고 풀이합니다. 라임이나 옵티머스 등 펀드환매 중단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을 대체한 것입니다. 문제는 신기술조합에 대한 투자권유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증권사 GP(무한책임사원)의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과 이행 의무가 없습니다. 금감원은 “신기술조합은 고위험 증권 등에 주로 투자해 투자에 따른 위험이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사모 신기술조합에 대한 투자권유는 금소법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과 이행 의무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증권사들은 신기술조합 투자가 투자자 위험 성향에 적합한지 여부를 파악하지 않거나 중요사항을 설명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내부 투자설명서와 투자위험이 포괄적으로 기술된 ‘위험요인 및 유의사항 사전고지 확인서’ 등만을 제공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사모펀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여부다. /자료=금융감독원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사모펀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여부다. /자료=금융감독원

신기술조합 투자는 사실상 불완전판매에 노출될 개연성이 있어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증권사에 투자자 본인의 투자성향 분석을 요청해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투자대상, 구조 등 중요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판매 증권사에 설명자료를 요구하고, 투자 판단을 할 때에는 자기책임 원칙 아래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증권사에 대해서는 신기술조합 투자를 권유할 때 금소법상 판매 규제를 지키고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하도록 행정지도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행정지도와 관련한 내용은 이날(16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증권사의 의견을 들은 뒤 금융감독 행정지도 심의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입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DLF 사태와 관련해 자신에게 내려진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가운데, 금감원이 항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우리금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DLF 사태와 관련해 자신에게 내려진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가운데, 금감원이 항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우리금융

한편 금감원은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소송과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상대로 항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27일 1심에서 패소하며 후속 재판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항소 제기 압박에 부딪힌 것입니다. 더군다나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하나은행의 제재심의위원회도 남겨 놓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내일(17일) 항소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날부터 경제지를 중심으로 언론들은 일제히 항소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금융 입장에서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6개 단체가 발표한 성명입니다. “금융회사와 임직원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의 빌미로 삼으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항소해야 한다”.

2016년 3월 15일 인공지능 알파고와 다섯번째 바둑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바둑판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이 9단은 현재까지 인공지능 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쥔 유일한 프로다. /사진=구글, 한국기원
2016년 3월 15일 인공지능 알파고와 다섯번째 바둑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바둑판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이 9단은 현재까지 인공지능 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쥔 유일한 프로다. /사진=구글, 한국기원

“大李未走 小李又至 -큰 이(창호)도 가지 않았는데 또 작은 이(세돌)가 오다니”. 2005년 7월 대한민국 섬 소년이 세계 바둑대회를 세 번이나 제패하자 중국언론은 ‘공한증’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인공지능을 이긴 유일무이한 인류 이세돌. 2016년 3월 13일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긴 78수, ‘그 수’를 찾습니다. 제2의 라임, 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막을 묘수를 찾습니다.

“그 수를 둔 이유는, 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수는 아무리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