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외감법’은 분식회계 때려잡았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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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외감법’은 분식회계 때려잡았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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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18년 10월 2일 당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신외부감사법 시행 준비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2018년 10월 2일 당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신외부감사법 시행 준비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회계 개혁이 본래 취지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18년 10월 2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법률 이야기로 발언을 시작합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새로운 외부감사법이 다음 달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금융위 부위원장은 공인회계사회,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의회, 한국거래소, 회계기준원 담당자들에게 다시 한번 당부합니다. “궁극적 목적은 우리 기업회계에 대한 대내외 신뢰를 높이는 데 있다”.

2018년 11월 도입된 신외감법에 따라 회계위반 법인에 대한 과징금은, 자본시장법상 과징금에 외감법상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한다. /자료=금융감독원
2018년 11월 도입된 신외감법에 따라 회계위반 법인에 대한 과징금은, 자본시장법상 과징금에 외감법상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한다. /자료=금융감독원

‘신외감법’. 2018년 11월부터 새로 시행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줄여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신외감법 도입 이후 기업과 회계법인에 부과된 과징금이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상장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외부감사 대상 회사로 확대되고 부과 액수도 상향 조정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됩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9년 1월~올해 8월) 동안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173개 기업 가운데,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에 따른 과징금이 56개사에 모두 313억3000만원 부과됐습니다. 연도별 과징금을 보면 ▲2019년 25개사에 51억6000만원 ▲지난해 17개사에 93억6000만원이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14개사에 168억1000만원이었습니다.

신외감법 도입 이후 기업과 회계법인에 부과된 과징금이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신외감법 도입 이후 기업과 회계법인에 부과된 과징금이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건당 평균 과징금도 2019년 2억1000만, 지난해 5억5000만원에서 올해 12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회계기준 위반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삼일회계법인에 모두 83억1000만원이 부과되기도 했습니다. 부과 대상별로 보면 회사에 대한 과징금이 276억5000만원으로 전체의 88.3%였고, 임직원(23억원‧7.3%), 감사인(13억8000만원‧4.4%) 순이었습니다.

금감원은 상장사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고의, 중과실)해 작성한 재무제표를 사업보고서, 증권신고서 등에 공시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해왔습니다. 여기에 2018년 11월 시행된 신외감법에 따라 지난해부터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상장사는 물론 모든 외부감사 대상 회사로 확대됐고, 자본시장법상 과징금에 외감법상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해왔습니다.

신외감법에 따른 과징금 부과금액은 올해 8월까지 모두 38억2000만원이 부과됐다. /자료=금융감독원
신외감법에 따른 과징금 부과금액은 올해 8월까지 모두 38억2000만원이 부과됐다. /자료=금융감독원

기존 자본시장법에서는 회사관계자에 대한 과징금을 회사의 이사로 한정하고 액수도 최대주주 5000만원, 이외의 주주는 2000만원 한도였습니다. 반면 신외감법은 회사의 대표이사, 감사, 회계 담당자, 업무집행 지시자에게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또 한도도 보수 등 금전적 보상의 5배까지 회사 과징금의 1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감사인에 대한 과징금도 자본시장법에서는 감사보수의 2배였지만 신외감법은 5배까지로 늘렸습니다. 금감원은 “감사인은 회계감사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 회계감사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라며 “모든 외부감사 대상은 감사보고서 작성 때 회계감사 기준을 위반하면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 충실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누리꾼들은 회계처리 위반 기업들은 사라져야 할 적폐라며 명단을 모두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누리꾼들은 회계처리 위반 기업들은 사라져야 할 적폐라며 명단을 모두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회계처리 위반기업은 모두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회계감리 제도에 대한 보완책과 함께 혈세 잡아먹는 공기업에 대한 불만도 쏟아냅니다.

“회계처리 위반기업 다 공개해라” “사라져야 할 적폐” “아직도 비상장 기업은 회사에서 감사법인을 컨택해서 계약을 해서 감사받나? 5년 전에 바꾸니 마니 하던데 아직인가??” “공기업 적자 나는데 과징금 안 먹이냐. 인원 감축도 없고 도대체 법이 뭐 이러냐. 공기업 적자에 상여금 꼬박꼬박 다 타먹고 성과급 왜 주냐고. 적자인데 성과금이 뭐냐고. 흑자 났을 때 성과급 주는 게 성과급 목적인데 적자 기업에 성과급은 아니지 않냐”.

신외감법 도입으로 회계 규제가 강화되면서 ‘적정의견’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회계법인 빅4의 시장 독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신외감법 도입으로 회계 규제가 강화되면서 ‘적정의견’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회계법인 빅4의 시장 독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신외감법 도입으로 회계 규제가 강화되면서 ‘적정의견’ 비율도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회계법인 빅4의 회계감사 시장 독식은 줄어들었습니다. 지난달 금감원이 내놓은 2020회계연도 상장법인 2364개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적정의견을 받은 상장사는 2293개사로, 분석대상 상장법인의 97.0%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5년간 적정의견 비율을 보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6년 99.0, 2017년 98.5, 2018년 98.1%였던 적정의견 비율은 신외감법 도입 직후인 2019년 97.2%로 급감하다가 지난해 97.0%로 소폭 감소했습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신외감법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급격한 시장변화를 수반하지 않고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규모 기준으로 빅4 회계법인의 회계감사 시장 독식 현상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빅4는 2364개사 가운데 734개사(31.0%)를 감사했는데, 전년도인 2019년보다 7.2%포인트 줄었습니다. 최근 5년간 누적 감소율로는 16.3%포인트에 달합니다. 반면 상위 10개 회계법인 중 하위 6개사의 감사 비중은 36.0%로 1년 새 11.3%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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