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α 재편’ 가상화폐 시장, 내 코인 어떡해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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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α 재편’ 가상화폐 시장, 내 코인 어떡해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10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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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수많은 코인과 거래소가 섞여 있는 가상자산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수많은 코인과 거래소가 섞여 있는 가상자산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가상자산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지난 5월 28일, 국무총리실은 10개 부처 차관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을 내놓습니다.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 가상화폐를 사고팔 때 투자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9월 24일까지 당국에 등록을 마친 거래소 중심으로 새로운 틀을 짠다는 목표입니다. 발표가 나오자 시장은 불같이 반응합니다. 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시험대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28일 국무총리실이 내놓은 가상자산 거래 관리를 위한 부처별 추진업무. /자료=국무총리실
지난 5월 28일 국무총리실이 내놓은 가상자산 거래 관리를 위한 부처별 추진업무. /자료=국무총리실

‘옥석혼효’(玉石混淆). 옥과 돌이 함께 뒤섞여 있다는 뜻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섞여 있음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수많은 코인과 거래소가 섞여 있는 가상자산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업계는 이른바 ‘빅4’와 함께 하나 또는 두 곳 정도의 거래소가 살아남아 코인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1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코인원과 코빗도 업비트·빗썸에 이어 이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합니다. 이로써 은행들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었던 4대 거래소는 모두 신고를 마치게 됩니다. 따라서 이들 거래소에서는 오는 24일이 지나도 지금처럼 원화 입출금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FIU 관계자는 이날 “코인원과 코빗이 제출하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서의 미비점을 점검한 뒤 접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업비트와 빗썸의 사례를 보면 FIU의 서류 점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앞서 빗썸과 코인원, 코빗은 전날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ISMS 미인증 가상화폐 거래소. 비고에 미신청이라고 기재된 24개 거래소는 사실상 폐업이 확정됐다. /자료=금융감독원
ISMS 미인증 가상화폐 거래소. 비고에 미신청이라고 기재된 24개 거래소는 사실상 폐업이 확정됐다. /자료=금융감독원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오는 24일까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은행과의 실명계좌 발급 계약 완료 등 자격 요건을 갖추고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한 거래소들은 원화 입출금 거래 영업이 불가능합니다.

앞서 언급한 빅4 외에는 중소 거래소인 지닥이 복수의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협의 중인데 다음 주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 하루 거래액 규모 7위인 고팍스(코인마켓캡 기준)와 한빗코도 은행과 실명계좌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빅4와 함께 1~2곳 정도의 거래소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31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기한 연장 불가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고 위원장은 오는 13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당정회의를 갖습니다. 민주당에서는 거래소 줄폐업이 현실화해 ‘코인 민심’이 폭발하면 내년 대선 악재로 작용할 것을 걱정합니다. 어떤 ‘타협안’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지난달 31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신고기한 연장 불가를 거듭 확인했다. /자료사진=한국은행
지난달 31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신고기한 연장 불가를 거듭 확인했다. /자료사진=한국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코인시장 재편’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칩니다. 거래소들의 높은 수수료에 대한 불만도 이어집니다.

“당연히 이렇게 되어야 한다” “살려만 놓은 거지. 이게 돈이야” “나중에 대규모 사기 피해 발생하면 은행들 국민 원망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런 곳과 거래를” “4대 거래소 빼고 전부 아예 폐쇄해라. 자꾸 피해의 여지를 남겨두려고 하냐” “다행이네. 빗썸 아직까지 말 없어서 뺄까 고민 많이 했는뎅 ㅠ” “차라리 이런 건 안정적인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 하는 게 낫겠다” “isms 획득한 거래소는 통과시켜줘야지 가상공룡을 만들 셈이냐? 아님 4곳과 뭐가 있는 거냐? 왜 같은 인증을 받았는데 누군 하고 누군 안 해주고”.

“업비트 수수료 0.05% 빗썸 수수료 0.25% 빗썸 수수료 낮춰야 점유율 높일수 있다!” “빗썸 수수료 어마어마함” “수수료나 처 내려라. 너도나도 업비트 간다” “니들이 쏟아부은 돈 저기 앉아서 다 중간에 꿀꺽꿀꺽” “많이 벌었으면 수수료 좀 낮춰라” “결국 규제는 쇼고 저점 매입해서 가격 다시 올리네” “지들 쌈짓돈 쓰려고 했는데 이제 못하니까 앙앙하는 거밖에 안 보이는데. 블록체인 개발한다는 빛 좋은 개살구로 기만한 거잖아. 그냥 IPO를 하지 그랬어. 없애야 하는 거고 그래야 한다”.

당국에 신고하지 못하고 폐업을 준비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17일까지 영업종료 사실을 알려야 한다. /자료=금융감독원
당국에 신고하지 못하고 폐업을 준비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17일까지 영업종료 사실을 알려야 한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당국은 신고하지 못하고 폐업을 준비하는 거래소에 대해 오는 17일까지 영업종료 사실을 공지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예치금과 가상화폐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존폐 결정을 2주 남겨둔 10일, 오후 4시 22분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5610만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존폐 결정을 2주 남겨둔 10일, 오후 4시 22분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5610만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존폐 결정을 2주 남겨둔 10일, 오후 4시 22분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5610만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옥석을 가린다는 의미로 흔히 ‘옥석구분(玉石區分)’으로 잘못 알고들 쓰고 있습니다. 본디는 잣대에 따라 가리어 나눈다는 ‘구분(區分)’이 아니라, 함께 불에 탄다는 ‘구분(俱焚)’이 맞습니다. 옥이든 돌이든 모두 불에 타듯, 옳은 사람이나 그른 사람이나 재앙을 피해 갈 수 없음을 이릅니다. 다만, 특금법을 시행한다고 못 박은 ‘9월 25일’은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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