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만 듣던 금융당국, ‘플랫폼 규제’는 왜 환영받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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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만 듣던 금융당국, ‘플랫폼 규제’는 왜 환영받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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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대법원은 온라인에서 상품이나 판매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더라도 상품중개업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사진=픽사베이
대법원은 온라인에서 상품이나 판매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더라도 상품중개업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사진=픽사베이

“온라인에서 상품이나 판매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더라도 상품중개업자에 해당한다.”

2013년 9월 26일, 주심인 고영한 대법관은 ‘법인세 감면 불복’ 상고심에서 역삼세무서의 손을 들어줍니다. 원고인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부가통신업자가 아니라 상품중개업자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1, 2심이 원고 승소 판결한 법인세 감면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오픈마켓’을 상품중개업자로 본 대법원 판례 <2013두11086> 이야기입니다.

‘중개행위’. 다른 사람 사이에서 사고파는 것을 맺어주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페이 등에서 제공하고 있는 금융상품 소개를 ‘광고’가 아닌 ‘중개’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들 금융 플랫폼이 똑같은 서비스를 계속하려면 당국에 등록해야 가능합니다.

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열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점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당국과 금융권 9개 협회 관계자가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온라인 금융 플랫폼에서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서비스가 단순 광고대행이 아니라 금소법의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중점 검토했습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은 관련 서비스가 단순 광고대행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어서 금소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영업을 해왔습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최근까지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자사 앱에서 온라인 연계투자 서비스를 운영해왔습니다. 상품을 소개하고 ‘투자하기’를 누르면 해당 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방식입니다.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는 상품 소개 서비스가 광고 대행이 아닌 중개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는 상품 소개 서비스가 광고 대행이 아닌 중개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이처럼 ‘투자하기’를 클릭하면 바로 계약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놓고, 광고보다는 중개행위에 가깝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어 금소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자 카카오페이는 최근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당국은 서비스의 목적이 단순한 정보제공 자체가 아니라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면 금소법의 ‘중개’로 봐야 한다고 기준을 세운 것입니다.

이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투자 서비스나 계약 내역 관리 등 금융상품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금융상품 비교·추천의 경우에도 중개에 해당한다고 당국은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들이 해당 서비스를 계속하려면 금소법 계도기간이 끝나는 이달 24일 이전에 금융위에 등록해야 합니다.

카카오페이는 이 같은 당국의 판단에 대해 “현재 자사가 제공하고 있는 금융서비스는 자사나 자회사가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등 제도적 요건을 갖춘 것”이라며 보완이 필요하면 반영하겠다고 8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금융위 발표에 맞춰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추가로 보완할 부분이 있을지 적극 검토해 반영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당국이 금융 플랫폼에 칼을 들이댄 다음 날, 관련 기업의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NAVER(035420)는 전거래일보다 7.87%(3만5000원) 빠지며 40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카카오 역시 10.06%(1만5500원) 급락한 13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카카오는 특히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시장 독점 논란을 직접 거론하면서 하락 폭이 더 컸습니다.

당국이 금융 플랫폼에 칼을 들이댄 날, 관련 기업들인 카카오(위)와 NAVER 주가가 급락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당국이 금융 플랫폼에 칼을 들이댄 날, 관련 기업들인 카카오(위)와 NAVER 주가가 급락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이 같은 당국의 금융 플랫폼 규제 소식에 누리꾼들은 잘한 결정이라며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지나친 규제라는 목소리도 이어집니다. 기존 금융권의 로비라는 음모론도 펼칩니다.

“매우 잘한 일이다. 어플 경제, 플랫폼 기업, 핀테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영업자 소비자 배달자들로부터 뜯어 먹고 사는 거머리들 아닌가. 이런 짓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웃기지 마라. 싸구려 일당잡이 노동자만 양산할 뿐이다” “팔아먹고 수수료는 챙기면서 문제 생기면 나 몰라라 하니까 제재할 수밖에 없잖아” “플랫폼 사업자들 규제 좀 해주세요. 카카오 쿠팡 등 영세한 사람들 등골 다 빼먹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핀테크들 수수료만 먹고 책임도 안지는 것들” “이건 하면 안됩니다. 카카오는 이미 공룡 대기업이에요. 대기업도 금산분리로 은행을 못하게 했는데 카카오뱅크 결과를 보십시오. 통제해야만 합니다. 잘한 결정입니다”.

“규제가 많다. 분명 기존 금융권에서 로비했겠지. 이래서 한국은 독점기업이 많고 물가가 비싼 거야” “앞뒤 분간 못 하고 오직 규제만이 능사인 줄 아는 질 떨어지는 것들” “은행들 로비 통했구만. 금융위 말 잘 들을게 플랫폼 제재해줘. 대출도 줄였잖아” “기존의 불편을 딛고, 그렇게 발전하라고 만든 게 4차 산업혁명이고, 핀테크이고, 플랫폼인데. 이게 웬 찬물. 에혀. 어느 정도의 저항은 있기 마련이지만, 기존 업체와 소비자에게 이익이 분배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지. 이렇게 안돼~ 라는 식으로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다니” “시대가 인터넷으로 옮겨 가는데 거기에 맞게 법 개정해라. 편하고 좋은데 일일이 은행 찾아가서 대출 상담해야 하냐”.

카카오페이는 당국이 중개행위로 판단한 금융상품 소개 서비스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면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는 당국이 중개행위로 판단한 금융상품 소개 서비스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면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카카오페이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이란 금융상품에 관한 계약의 체결을 대리하거나 중개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것이다. 특정 사실행위가 대리·중개(또는 모집)에 해당하는지는 ▲법 제13조의 영업행위 준수사항 해석의 기준 ▲금소법상 권유행위가 있는지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한다. 해당 여부에 판단이 필요하면 금융규제민원포털에서 법령해석을 요청하면 된다.’

금소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지난 2월 18일, 금융위가 주요 궁금증에 대해 내놓은 답변서입니다. 이날 금융위는 이와 같은 답변서를 수시로 누리집에 올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금융 플랫폼의 금소법 적용 판단은 계도기간이 끝나기 불과 2주 전에 나왔습니다. 건전한 시장 질서 구축을 위해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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