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의 컴백과 ‘승자독식’의 역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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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의 컴백과 ‘승자독식’의 역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0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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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974년 팝그룹 아바는 ‘워털루’라는 노래로 조국 스웨덴에 최초의 유로비전송 콘테스트 우승 메달을 안긴다. /사진=유로비전송콘테스트 누리집
1974년 팝그룹 아바는 ‘워털루’라는 노래로 조국 스웨덴에 최초의 유로비전송 콘테스트 우승 메달을 안긴다. /사진=유로비전송콘테스트 누리집

“나폴레옹이 항복한 워털루에서 나의 운명을 만났네.”

1974년 4월 6일, 영국 브라이튼 돔 밤하늘에 새로운 스타의 이름이 울려 퍼집니다. ‘A-B-B-A’. 멤버들의 이름 첫 글자를 딴 팝그룹은 조국 스웨덴에 ‘유로비전송 콘테스트’ 최초의 우승 메달을 안깁니다. 아바의 우승곡 <워털루>는 사랑의 포로가 된 주인공을 노래했습니다. 여기에는 나폴레옹을 등지고 나라를 구한 스웨덴 국왕의 역사도 숨 쉬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50년 동안 4억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한 레전드 ‘아바’가 해체한 지 40년 만에 돌아옵니다. 아바는 오늘(3일) 새벽,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컴백 사실을 알렸습니다. 오는 11월 5일 10개의 노래가 담긴 앨범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스웨덴 팝그룹 아바가 3일 새벽,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40년 만의 컴백 사실을 알렸다. /사진=아바 SNS
스웨덴 팝그룹 아바가 3일 새벽,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40년 만의 컴백 사실을 알렸다. /사진=아바 SNS

이번에 발매되는 앨범 <보이지>(Voyage)는 1981년 아바의 마지막 노래였던 <더 비지터스>(The Visiters)의 후속곡입니다. 아바는 앨범 발매와 함께 내년 5월 17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가상 콘서트도 개최합니다. 아바는 이날 컴백 성명에서 “이제 활동 중단을 그만둘 때가 됐다. 40년이나 앨범을 내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아바는 최근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제작한 조지 루카스 감독의 특수효과 회사와 손을 잡고 라이브 쇼를 만들어 왔습니다. 모션 캡처 등 기술을 사용해 홀로그래픽으로 제작한 쇼에 대해 아바는 “당신이 꿈꿀 수 있는 가장 이상하면서도 화려한 콘서트”라고 말했습니다. 아바는 이러한 디지털 쇼 기획이 새로운 앨범 제작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보이지>(Voyage)에 담을 예정인 노래 가운데 <I Still Have Faith in You> <Don't Shut Me Down>, 두 곡이 유튜브로 먼저 선보였습니다. 특히 <I Still Have Faith in You>는 공개 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조회 수 100만회를 넘겨 아바의 여전한 인기를 보여줬습니다. 내년 5월에 열리는 런던 콘서트 티켓은 오는 7일부터 판매됩니다.

아바가 스트리밍으로 40년 만에 컴백을 알린 날,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가온차트
아바가 스트리밍으로 40년 만에 컴백을 알린 날,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가온차트

한편 아바가 스트리밍으로 40년 만의 앨범 발표를 알린 날,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3일 가온차트는 “언제 어디서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다운로드 시장은 곧 소멸할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가온차트는 미국의 빌보드나 일본의 오리콘처럼 우리나라 대중음악 공인 차트입니다.

가온차트는 음원 다운로드 시장 소멸론의 근거로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 규정을 듭니다. 음악업계의 요구로 2019년부터 시행된 이 규정은 ‘다운로드 상품에 적용된 할인율을 3년에 걸쳐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멜론, 지니, 벅스 등 음악서비스 사업자가 다운로드 할인율을 없애면서 소비자의 가격 저항력이 시장을 위축시켰다는 것입니다.

실제 가온차트가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소폭의 등락을 유지하던 음원 다운로드 판매량은 할인율 단계적 폐지 규정이 시행된 2019년을 기점으로 급감했습니다. 이에 대해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수용 가능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음원 권리자에게 더 좋은 기회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가온차트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음원 다운로드 판매량이 소폭의 등락을 유지하다가 다운로드 상품 할인율 단계적 폐지 규정이 시행된 2019년을 기점으로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
가온차트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음원 다운로드 판매량이 소폭의 등락을 유지하다가 다운로드 상품 할인율 단계적 폐지 규정이 시행된 2019년을 기점으로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팝그룹 레전드 아바의 컴백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한목소리로 환영했습니다. 반면 ‘다운로드 시장 소멸론’에는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상이라고 말합니다.

“ABBA. 올 히트송. 시대를 같이 한다는 자체가 행복입니다” “와, 전설이 돌아오다니! 방가방가!” “너무 기다려지네요” “아바 노래들 정말 너무 좋음” “ABBA 팬클럽 만들어야겠네요. 초대 ABBA 팬클럽 회장 하실 분~~!” “90년대 영화 ‘뮤리엘의 웨딩’ 때문에 아바라는 그룹을 알았어요” “베이비부머님들의 행복 향수~~ 응원합니다!!~^^♥” “아빠~” “할바로 그룹 이름을 개명해야~” “컴백~ 이게 가능하구나. 멋지다. 아바 너무 좋아요^^” “ABBA forever”.

“어??? 야!!! ㅇㅋ!!! 세상을 살면서,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아바와 함께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감성적 멜로디, 아름다운 시와 같은 가사는 우리에게 겸손함을 알려주었고, 슬프거나, 기쁜 날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아바는 나의 분신과도 같았는데... 다시 나오는 아바는 굉~장히 많은 이슈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 같네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들 또한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로서 우리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단순명료하게 알려주는 것 같아 너~무 좋네요... 빨리 들어봐야지...^^”.

“스트리밍이 훨 편한데 당연한 거 아닌가. 소비자 선택을 못 받으면 사라지는 게 맞지” “다운로드가 실물 앨범도 아닌 인터넷 파일인데 그걸 비싸게 살 이유가 있나? 소장이 필요하면 실물 앨범으로 하는 거지 누가 소장을 다운로드로 하나? 가요시장은 스트리밍에 앨범으로 가는 게 맞다”.

‘오바마의 경제 선생님’ 앨런 크루거는 아바의 노래 ‘The Winner Takes It All’처럼 승자독식을 걱정한 경제학자이다. /사진=CNBC 방송화면 갈무리
‘오바마의 경제 선생님’ 앨런 크루거는 아바의 노래 ‘The Winner Takes It All’처럼 승자독식을 걱정한 경제학자이다. /사진=CNBC 방송화면 갈무리

‘1980년에는 스웨덴 팝 그룹 아바가 <더 위너 테이크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을 히트시켰다. 그 해는 경제적 불평등의 전환점이 되는 해였다. 1980년 이후 전체 소득 증가분의 100% 이상이 상위 10%에게 돌아갔고, 전체 소득 이익의 3분의 2가 상위 1%에게 돌아갔다.’

지난 4월 22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의 유작이 출간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앨런 크루거라는 이름보다 ‘오바마의 경제 선생님’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음악 산업에서는 누가, 어떻게 돈을 버는가’라는 부제목이 달린 <로코노믹스>가 마지막 저서입니다. 크루거는 록(Rock)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제목의 책을 남기고 2019년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앨런 크루거는 록(Rock)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제목의 책 ‘로코노믹스’의 미국 출간을 앞둔 2019년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사진=비씽크
앨런 크루거는 록(Rock)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제목의 책 ‘로코노믹스’의 미국 출간을 앞둔 2019년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사진=비씽크

크루거는 경제적 불평등을 연구하며 ‘위대한 개츠비 곡선’ 개념을 소개해 전 세계적으로 최저임금 논쟁을 촉발했던 학자였습니다. 쉰여덟의 나이로 사망하자 오바마는 “우리는 뛰어난 경제학자를 잃었다”라며 슬퍼했습니다. 크루거는 아바의 노래처럼 ‘승자독식’을 걱정했습니다. 스트리밍으로 모두가 음악을 공유하면서도 슈퍼스타만이 독식하는, 역설의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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