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피눈물’ 마르지 않았는데… 자산운용사 ‘최대실적’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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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피눈물’ 마르지 않았는데… 자산운용사 ‘최대실적’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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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대법원은 2015년 자산운용사가 일반투자자뿐 아니라 전문투자자에게 펀드를 팔 때에도 손실 위험을 충분히 알릴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사진=픽사베이
대법원은 2015년 자산운용사가 일반투자자뿐 아니라 전문투자자에게 펀드를 팔 때에도 손실 위험을 충분히 알릴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사진=픽사베이

“자산운용사는 원고들에게 모두 62억원을 배상하라.”

2015년 4월 7일, 김용덕 대법관은 공무원연금공단 등이 대신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줍니다. 일반투자자뿐 아니라 전문투자자에게 펀드를 팔 때도 손실 위험을 충분히 알릴 의무가 있다는 판결입니다. <자본시장법>을 다시 한번 깨우쳐준 것입니다. “자산운용회사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펀드수탁액과 투자일임계약액을 포함한 운용자산은 1268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매 분기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6월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펀드수탁액과 투자일임계약액을 포함한 운용자산은 1268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매 분기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산운용’. 투자자의 주식 및 채권과 같은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을 전담 운용사가 맡아 이익을 내어주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또다시 새로운 기록을 작성한 것입니다. 하지만 환매 중단 등 잇단 펀드 사태 등으로 자산운용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분기 자산운용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335곳의 순이익은 609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분기 5904억원보다 190억원(3.2%) 늘어난 것으로, 1년 전보다는 2914억원(91.6%) 증가했습니다. 이익이 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년 새 8.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다만 전분기보다는 0.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산운용사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코스피지수 추이와 자산운용사 증권투자 손익. /자료=금융감독원
코스피지수 추이와 자산운용사 증권투자 손익. /자료=금융감독원

335개 자산운용사 중 253곳이 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적자회사는 82곳이었습니다. 석 달 만에 2.9%포인트 상승한 것입니다. 특히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의 경우 260개사 가운데 30%에 가까운 68개사(26.2%)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10곳 가운데 3곳꼴입니다. ‘전문’이라는 명칭이 무색한 셈입니다.

이들 자산운용사의 영업이익은 모두 6786억원으로, 수수료수익 등의 영업수익이 1323억원 증가했습니다. 석 달 사이에 1732억원(34.3%) 늘어난 것입니다. 반면 영업외이익은 998억원을 기록, 같은 기간 55.4%(1241억원)나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는 지분법 이익의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보입니다.

올해 6월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펀드수탁액과 투자일임계약액을 포함한 운용자산은 1268조5000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말보다 30조7000억원(2.5%) 늘어난 것으로, 매 분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이밖에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수탁액(6월말 기준)은 석 달 사이에 각각 6조4000억, 22조1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자산운용사들과 달리 증권사들의 2분기 순이익은  4분의 1이 쪼그라들었다. 주식시장 정체로 거래대금과 수탁수수료가 감소한 탓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자산운용사들과 달리 증권사들의 2분기 순이익은 4분의 1이 쪼그라들었다. 주식시장 정체로 거래대금과 수탁수수료가 감소한 탓이다. /자료=금융감독원

반면 자산운용사들과 달리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4분의 1이 쪼그라들었습니다. 주식시장 정체로 거래대금과 수탁수수료가 감소한 탓입니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증권사 58곳의 당기순이익은 2조3172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1분기 2조9943억원보다 6771억원(22.6%)이 줄어든 것입니다.

금감원은 이날 자산운용사들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주식시장 등 펀드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 리스크 요인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증권업계에 대해서는 수탁수수료 비중이 여전히 높다며 “새로운 수익원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채권 운용이나 PF대출 등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지적했습니다.

지난 6월 28일 신한금융투자 앞에서 '지주사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컨테이너 농성에 돌입한 전국사무금융노조 신한금융투자지부. /사진=전국사무금융노조
지난 6월 28일 신한금융투자 앞에서 '지주사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컨테이너 농성에 돌입한 전국사무금융노조 신한금융투자지부. /사진=전국사무금융노조

한편 지난달 26일 신한금융투자 지회를 비롯한 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신한금융그룹 경영진을 상대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규탄 대회를 열었습니다. “2017년 신한은행 출신 금융지주 부사장을 신한금융투자 CEO로 선임하면서 사모펀드 상품 판매에 집중해 회사를 창립 이래 최고의 위기로 몰아넣었다”라는 것입니다.

노조는 그러면서 “그룹 내 주요 경영진들은 여전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신한금융투자 노조가 이 자리에서 밝힌 무리한 상품 판매로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은 헤리티지 3799억, 라임 3389억, 라임TRS 5000억, 젠투 3900억원 등 모두 2조원에 육박합니다.

“펀드 자산이 무질서하게 청산되면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지난 7월 6일, ‘젠투(Gen2)’ 펀드 환매 중단을 1년 더 연장하면서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안내문입니다. 홍콩 운용사인 젠투파트너스는 지난해 변동성이 커지자 펀드 만기를 연장했습니다. 환매 중단 피해 규모만 1조원이 넘습니다. 자산운용사가 최대실적을 이어간 날, 투자자의 바람입니다.

“이자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발 원금만이라도 돌려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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