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사기 논란’ 머지포인트 사태, 커지는 당국 책임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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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사기 논란’ 머지포인트 사태, 커지는 당국 책임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8.17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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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긴급대책 논의에 “늑장대응” 비난 봇물… 피해자들 집단소송 움직임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의 대명사 찰스 폰지. /사진=위키피디아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의 대명사 찰스 폰지. /사진=위키피디아

“석 달 안에 2배의 수익을 안겨 주겠다.”

1919년 여름, 찰스 폰지는 미국 보스턴에서 투자자들을 모읍니다. 여러 나라에서 우표 대신 쓸 수 있는 ‘국제 반신권’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위한 자금 모집입니다. 당시 국제 반신권은 되팔면 커다란 차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폰지는 감옥을 전전하다 그가 태어난 이탈리아로 쫓겨납니다. ‘투자금 돌려막기’로 수많은 이들에게 피눈물을 쏟게 한 뒤입니다.

‘폰지사기’.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일부 피해자들이 “폰지사기”를 주장하는 머지플러스의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해 감독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당국의 우두머리가 바뀌자마자 발생한 터라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일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일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어제(16일) 금감원 임원들과 머지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습니다. 지난 6일 취임 이후 내부 업무보고에 집중해오던 정 원장의 첫 행보입니다. 금감원은 이날 회의에서 머지플러스의 환불 및 영업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앞으로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황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머지플러스는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우며 1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끌어모았습니다. 매달 거래되는 돈만 300억~4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사태가 발생한 것은 지난 11일 머지플러스가 “금융당국의 가이드”를 이유로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반면 금감원은 머지플러스가 미등록 영업을 해온 만큼 감독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금감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감독 대상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야기된 문제”라면서도 “환불 및 영업 동향 등을 모니터링하는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선불업 감독에 대해서는 현황 파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등록된 선불업자들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실태를 다시 점검한다는 것입니다. 머지플러스처럼 등록 대상임에도 미등록 영업을 계속한 사례도 조사할 계획입니다. 특히 다수 업종에 사용될 수 있는 대형 전자지급수단 발행 업체를 먼저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을 닫은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에는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문을 닫은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에는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정 원장은 대책회의에서 “선불업 이용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라며 “이번 사태를 디지털 금융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감독당국의 늑장 대응 등 책임론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참 빨리도 조치한다. 이미 피해자 엄청 생겼는데. 그동안 손놓고 있다가 뒷북조사? 보통 카드를 가지고 포인트를 사는 것은 카드사에서도 승인 안 해주는데, 지금까지 영업이 됐다는 게 뭔가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금감원도 나라세 금으로 운영되는 곳이고 몇 년 동안 운영된 업체감독을 제대로 관리 못했으니 책임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지금껏 방관하고 있다가 여론 및 피해자들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니 불똥 튈까봐 갑자기 대책발표?!! 미리미리 예방 따윈 없음 뭔가 터져야 땜빵식 주먹구구”.

“아니 신규 포인트 구매를 막고 소진한 다음에 폐지를 하던가 해야지. 사용처부터 내빼 버리면 진짜 모르고 힘 약한 일반인들이 다 떠안으라는 거 아니냐” “폐지된 포인트 알았음에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자영업자에게 폰지사기 친 싸이트 회원들 전수조사나 해주시죠? 그리고 엄한 곳에 세금 쓰지 맙시다 이들에게 구상권 청구 가서 보상하시던가” “국가에선 불법 운영 업체들 빨리 정리하고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인간들 구속해서 10년 이상 사회에 못나오게 해주시길” “일단 구속시켜”.

머지포인트 피해자 모임 카페에 올라온 글들.
머지포인트 피해자 모임 카페에 올라온 글들.

한편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들과 머지포인트를 받고 물건을 판매한 자영업자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까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문을 닫은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에는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로 연일 붐비고 있습니다. 대책을 논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해 상황 공유와 함께 보상을 위한 집단소송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13일 검찰이 전형적인 폰지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라임자산운용의 이종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13일 검찰이 전형적인 폰지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라임자산운용의 이종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투자자를 속여 편취한 금액과 배임 피해액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등 사적 이익을 취했다“. 지난 13일 검찰이 전형적인 폰지사기를 저지른 라임자산운용의 이종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습니다. 라임펀드의 부실을 숨기기 위해 ‘돌려막기’ 투자를 한 혐의입니다. 이에 대한 선고는 오는 10월 8일 내려집니다. 피해자의 피눈물은 이미 메말라버린 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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