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스완’과 코끼리의 무도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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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스완’과 코끼리의 무도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7.26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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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델타 변이 감염 재확산 속에 기후변화 이변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불확실성인데, 이번 칼럼은 기후변화 두 번째 이야기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위협할 유색 백조와 코끼리에 대한 것이다.

백조는 고니 과의 새이며 고니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흰색을 연상하는데, 이와 달리 색깔 있는 백조란 상식을 깨는 사건을 의미한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나심 탈레브라는 금융공학자에 의해 처음 언급되며 명성을 얻었다. 그는 예측 불가능하고 희귀하며, 확률통계 추론이 가능한 영역인 정규확률 분포의 밖에 위치하는, 사건 발생 후에만 알 수 있는 불확실한 사건을 블랙 스완이라고 그의 저서에서 정의했다.

이러한 블랙 스완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사람들은 위축되고,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래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며 기업은 현금 비중을 높인다. 인간의 미래에 대한 태도에 높아진 불확실성과 트라우마는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경제적인 결과도 악화한다.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세계성장 정체의 원인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감 증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블랙 스완 이후 약 10여 년 만에 코로나19가 터졌다. 필자는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를 색다른 백조, 바로 블러드 스완으로 명명하고 싶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의 발발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했고, 발생 후에도 인지(認知)가 지연됐으며, 인지와 즉시 매머드급 경제, 금융 충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전 세계 인구 400만명 이상의 목숨을 희생했다. 인명까지 살상하는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은 인간의 트라우마를 더욱 악화시키기에 충분하고, 블러드 스완은 금융위기에 이어 불확실한 사건이 빈번한 세상이 된 것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의 불평등을 확대하는 K형 경제 회복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열등한 부와 경제적 지위의 서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도 크고 회복도 더 어렵다. 축복으로 알았던 세계화 시대에 절대 다수 서민의 불행은 ‘아랍의 봄’처럼 특정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정치 불안정의 시대를 불러올 수 있고, 그나마 힘겹던 경제 성장은 더욱 작은 올가미에 걸려들 수 있다. 블러드 스완은 수많은 인명을 빼앗아가고, 생존한 서민들의 삶을 더욱 악화시키는 불평등 심화형 불확실성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코로나19 사태 회복은 최근 변종 바이러스 출현으로 난관에 다시 봉착했으나, 일단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인류는 범유행병의 종착역에 들어선다는 희망과 싸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금융시장 영역에서는 코로나19가 이제 ‘불확실’을 넘어 인류의 사고 지평선에서 계산 가능한 ‘위험’의 영역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 코로나19의 발발과 같은 불확실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류 경제학은 곤란에 처한다. 위험 계산이 가능해야 주류 경제학자들은 비용 편익 분석을 통해 정책효과를 측정하고, 정부나 정치 권력에 정책 패키지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코로나19 이후에 불확실성은 더 없을까? 불행히도 인류에게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예고되는데, 바로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녹색 백조(green swan)라고 명명하고, 잉글랜드 은행의 마크 카니 전 총재는 ‘시간표의 비극(a tragedy of the horizon)’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대기 중 탄소량은 400ppm 이상으로 과거 산업혁명 이전 평균 280ppm을 한참 넘어섰다. 지구의 온도는 이미 산업혁명 이후 1℃가 상승했고, 각국이 파리협약을 차질 없게 이행해도 2100년에 지구 온도는 2.6~3.2℃ 상승할 것으로 국제기구는 전망한다. 기후변화 국제기구인 IPCC는 이미 2013년에 기후변화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extremely likely) 것으로 평가했다. 이것은 확률로 따지면 95~100% 가능성이며, 기후변화는 회피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뜻이다.

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체결된 것이 파리 기후협약으로, 2021년부터는 세계 탄소의 약 95%를 배출하는 195개국이 참여하는 신기후체제가 시작됐다. 이것은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해서, 지구 온난화의 비극을 막는다는 전 지구적인 공조 운동이다.

미국, 중국, EU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국가별 자발적 이행목표(NDC)를 제출하면서, 지구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그러나 최근 북미 지역에 1000년 만의 폭염이 보고되는 등, 지구 곳곳에 극단적 기후가 출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기후변화는 시작되었고, 곧 최악이 닥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미래의 그린 스완은 이전의 블랙 스완, 현재의 블러드 스완과는 아주 다른 심각한 특성을 추가했다. 즉,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이고 장기적이며 불가역적(irreversible)이다. 이것은 탄소가 한 번 대기에 누적하면, 제거에 수십 년에서 수천 년까지 소요될 수 있어서, 조만간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the tipping point)에 다가선다는 지적을 반영한다.

또한 기후 변화는 100년, 1000년 단위의 시간표를 가지고 있고, 정책 또는 투자 의사결정자의 시간표는 길어야 5년이라는 차이점이 아주 중요한데 이것이 마크 카니가 지적하는 시간표의 비극이다. 행동경제학에서도 인간이 미래보다 현재를 선호하는 시간 인식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과학자의 지적은 기후변화의 충격이 확실하게 다가온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마크 카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서 공론화된 위험은 물리적 위험과 이행위험이다. 물리적 위험은 인간과 자연의 취약성에서 발생하는, 직접적 물리적 손상을 가져오는 위험이다. 물리적 위험은 기후변화의 시기, 규모의 불확실성과 관련돼 있으며, 기후변화 회의론자와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 한마디로 2100년의 온도 상승을 현재 일처럼 사람들은 인식하기 어렵다.

이런 회의론 주장에 기대어 트럼프는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먼 미래 물리적 위험보다 이행위험이 주목받고 있다. BIS 보고서가 이행위험의 치명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행위험은 기후변화 억제 정책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 금융 충격으로서 또한 정치,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행위험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다. 대표적으로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과 원유 등의 생산 제한에 따라 관련 자원과 산업 설비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경제학’에 의한 조사에 따르면 화석연료에 의한 좌초자산은 1조~4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도 좌초자산이 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탄소 가격제도가 본격화하고, 탄소 국경세가 조만간 EU를 중심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데, 탄소 의존 산업이 주력인 우리나라 등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한편 이행위험으로 자원, 자산, 산업에 대한 손실과 비용이 곧 증가한다는 인식은 미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현재가치화 평가과정의 할인율을 높인다. 현재가치 평가는 산업, 자산, 프로젝트의 현재 공정가격을 산출하는 방법이며, 할인율이 급증하면 공정가격은 폭락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 감염될 경우, 신용공황(민스키 모멘텀)에 빠지며 경제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이것이 국제결제은행(BIS)이 기후변화를 그린 스완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는 탄소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이행 위험이 크다. EU가 탄소 국경세를 2023년 1월 도입할 계획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기후변화 위험은 곧 시작할 것이다. 이행위험은 미래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2~3년 안에 발생하는 위험이다.

뻔히 알고 있으나 대처하기 어려운 위험을 방 안의 코끼리라고 한다. 기후변화의 이행위험으로 그린 스완과 함께 회색 코끼리가 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 세계 경제 특히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평탄치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성공한 대한민국이 그린 스완과 코끼리 무도회도 잘 이겨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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