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즉시연금 4연패 원인은 ‘약관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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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즉시연금 4연패 원인은 ‘약관의 해석’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7.22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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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교보생명 이어 삼성생명까지 패소
‘약관에 보험 내용 명시하지 않았거나 미흡한 설명’이 원인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즉시연금 미지급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그 원인이 주목된다./사진=펙셀즈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즉시연금 미지급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그 원인이 주목된다./사진=펙셀즈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삼성생명까지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즉시연금보험 미지급 소송’에서 4연패했다. 해당 소송에서 승소한 생명보험사는 NH농협생명이 유일하다.

소송에서 패소한 여타 생명보험사와 달리 NH농협생명이 승소하면서 승패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생명보험사들의 소송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약관의 해석’으로 확인됐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일시에 낸 보험료를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매달 연금을 지급하고 만기가 돌아오면 전액 돌려주는 상품이다. 금리가 낮아져도 최저보증이율이 보장돼 은퇴자나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문제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매달 지급하는 연금에서 조금씩 돈을 뗀 뒤 이 돈을 모아 만기에 지급하도록 상품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보험료 운용으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공제해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다 보니 고객 입장에서는 매월 받는 연금액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보험사들이 가입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은 이같은 내용을 약관에 명확히 명시하지 않았거나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NH농협생명 약관에는 ‘개시일로부터 만 1개월 이후 계약 해당일부터 연금 지급 개시 시의 연금계약 적립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 해당일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다만, 가입 후 5년간은 연금월액을 적게 해 5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월 연금지급액은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으로 지급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만기환급금 적립을 위한 공제의 근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동양생명의 즉시연금보험은 만기환급금에 대한 표현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패소한 삼성생명은 매월 공제하는 금액을 약관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을 고소한 가입자들은 삼성생명이 약속한 월 연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했다고 보고 고소했다. 보험사들이 만기에 지급할 환급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시 차감하는 사업비 등 일정금액을 매달 지급하는 연금액에서 공제하고 지급하는데, 이 공제 금액을 약관에 기재하지 않고 과소지급 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연금액 산정 방법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과소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보험 가입자 57명은 삼성생명을 상대로 5억2150만원의 즉시연금 보험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명시된 내용을 토대로 연금액을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산출방법서 역시 약관에 포함된 내용으로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산출방법서에서 나왔다. 삼성생명 측은 산출방법서는 회사의 영업기밀이므로 이를 약관에 기재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약관에 연금액 산출방법을 명확히 기재 않은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21일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가입자에게 일부 금액을 떼어놓는다는 점을 특정해서 명시해야 하나 해당 내용이 약관과 상품 판매 과정에 있었다 보기 어렵다”며 미지급금 5억9800만원을 원고 57명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보험 가입자의 일부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추가 소송 결과에 따라 모든 가입자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금액으로는 4300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본 뒤 내용을 검토하고 이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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