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집 사서 40년간 갚아라?… ‘모기지론’이 뭐기에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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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집 사서 40년간 갚아라?… ‘모기지론’이 뭐기에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7.19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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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40년짜리 모기지론 출시 확대 검토 소식에 누리꾼들은 평생 은행의 노예가 될 것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픽=픽사베이
40년짜리 모기지론 출시 확대 검토 소식에 누리꾼들은 평생 은행의 노예가 될 것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픽=픽사베이

“5억짜리 아파트 담보로 3억 빌리면 매달 13만원 넘게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기준금리가 1.75%를 가리키던 2019년 3월 18일, 금융당국은 금리인상에 대비하라고 알립니다. 그러면서 전국 15개 시중은행 6825개 지점에서 따끈한 신상을 내놨다고 소개합니다.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택담보대출’. 대출금리가 오르는 폭을 5년 동안 2%포인트로 묶는 상품입니다. 이 상품이 나오고 1.75%이던 기준금리는 오르기는커녕 0.50%까지 떨어집니다.

2019년 3월 18일 당국이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출시와 함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시를 든 보도자료. /자료=금융위원회
2019년 3월 18일 당국이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출시와 함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시를 든 보도자료. /자료=금융위원회
2018년 11월 1.75%로 올라간 기준금리는 이듬해 3월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출시된 이후 0.50%까지 내려갔다. /자료=한국은행
2018년 11월 1.75%로 올라간 기준금리는 이듬해 3월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출시된 이후 0.50%까지 내려갔다. /자료=한국은행

‘모기지론’(mortgage loan). 부동산을 담보로 저당증권을 발행해 대출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저당권으로 새로운 증권을 발행한다는 점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담대와 구분 없이 사용합니다. 이달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40년짜리 모기지론이 나온 가운데, 이를 시중은행으로 판매창구를 넓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이 유력한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가계의 부담 완화 등 충격에 대비한다는 당국의 생각이지만 은행들과 소비자들은 실효성에 물음표를 달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기에 이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일반 대출상품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은행들도 이 같은 이유로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출시를 꺼리는 기색이 뚜렷합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출금을 40년간 나눠 낼 수 있는 초장기 정책 모기지를 민간에도 확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달 출시된 40년짜리 정책 모기지는 기존 30년짜리보다 만기를 10년 더 늘려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상품입니다. 현재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관리하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도 40년 주담대 검토' 기사에 달린 댓글들. /이미지=포털 네이버 기사창 갈무리
'시중은행도 40년 주담대 검토' 기사에 달린 댓글들. /이미지=포털 네이버 기사창 갈무리

만 39세 이하 청년과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집값 6억, 소득 7000만원 이하)가 대상입니다. 금융위는 앞으로 이 상품을 시중은행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당국은 앞서 가계부채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40년 모기지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나, 정부의 대출규제 방침과 어긋난다는 지적 때문에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다시 도입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한은이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모두 11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출만기가 길어지면 다달이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줄기 때문에 대출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3억원을 대출받는 경우 30년 만기 조건(금리 연 2.85%)이면 월 상환 금액은 124만1000원이지만, 만기가 40년(금리 2.9%)으로 10년 늘어나면 105만7000원으로 15%(18만4000원) 줄어듭니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담대 만기는 최장 35년입니다. 5년까지 고정금리를 유지하다 변동금리로 바뀌는 상품이 대부분입니다. 은행들이 만기를 연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금리입니다. 정책 상품처럼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40년간 고정금리로 팔면 금리 변동 리스크를 직접 져야 하고, 금리를 높이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습니다.

이달부터 출시하고 있는 40년 만기 정책 모기지 이용 요건. 당국은 이를 시중은행 등 민간으로 판매창구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이달부터 출시하고 있는 40년 만기 정책 모기지 이용 요건. 당국은 이를 시중은행 등 민간으로 판매창구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집값 잡을 생각은 안 하고 엉뚱한 대책을 내놓는다며 당국을 꾸짖고 있습니다. 갚는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이자율도 올라가고, 평생 은행의 노예가 될 것이라며 걱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할 일이 없는 건가? 금리도 인상되지 않았는데 호들갑은? 부동산이 폭등해도 죽은 듯이 가만히 있던 기관들이 이구동성으로 난리를 치네. 참으로 한심한 나라구먼” “80세까지만 갚으면 되네? 꿀이네~? 집값 잡을 생각을 안 하고” “금리인상 대비한다고 고정금리 2% 이상 올려받잖아. 하루 이틀 보냐?” “호구들한테 떠넘길 계획만 하지 말고 집값을 돌려놔라” “마흔에 집 사서 여든에 샴페인 터뜨릴 수 있네. 휴~ 빚 없는 인생이란”.

“은행의 존재 이유가 힘든 당신들을 위한 은행이 아니란 걸 명심해라. 평생 금융노예 되는 게 아닌가 잘 생각해보고” “예금 금리도 만기 길면 이자율 높은데 대출도 마찬가지일 듯” “마지막 호구 모집 40년 노예” “장기금리 연동이 아니라 3개월 코픽스 연동이면 40년이든 100년이든 아무짝에 쓸모 없다” “40년 서민 은행노예 만들기 프로젝트! 평생을 빚만 갚다 가겠네” “35년이나 40년이나 할부금 차이 얼마 없다” “그냥 40년 월세네” “40년 주담대? 30대에 집 사도 다 갚으면 70살인데… 노인네발 금융위기 불러오려고?”.

지난 15일 출시한 ‘금리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택담보대출’ 특약 활용 예시. /자료=금융위원회
지난 15일 출시한 ‘금리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택담보대출’ 특약 활용 예시.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금리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15일 다시 출시됐습니다. 2년 전에 나왔다 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판매가 중단된 상품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소비자가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금리 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묶는 상품입니다. 대신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습니다.

예를 들어 2억원을 30년 만기 변동금리(연 2.5%·원리금 상환액 월 79만원)로 대출받은 금융 소비자가 금리상한형 특약에 가입하면 1년 뒤 금리가 연 4.5%(월 100만6000원)까지 치솟더라도 상한(0.75%포인트)을 적용받아 연 3.4%(연 2.5%+0.75%+0.15%, 월 88만4000원)의 금리만 부담하면 됩니다.

19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해지 건수는 ▲2017년 1257건 ▲2018년 1662건 ▲2019년 1527건이던 것이 ▲지난해 2931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1753건으로 해지 속도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집을 담보로 죽을 때까지 일정 금액을 연금식으로 지급받는 장기주택저당대출로 ‘역모기지론’으로도 부릅니다.

이처럼 주택연금 해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집값 급등에 원인이 있습니다. 연금을 깨고 3년 뒤 다시 가입해도 오른 집값만큼 연금액을 높일 수 있어, 일단 해지하자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17년 5월 4억2000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공시가격은 올해 초 7억8000만원이 되었습니다. 젊어서도 늙어서도 집에 저당 잡힌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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