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김준 ‘배터리 자부심’ 까맣게 그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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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김준 ‘배터리 자부심’ 까맣게 그을릴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7.16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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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배터리 탑재된 포터EV에서 주행 중 ‘연기’ 발생… 화재 가까스로 면해
“어떤 수요처에서도 화재 0” SK 분리막 기술 자신감에 영향 끼칠지 주목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된 포터EV에서 14일 주행 중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대구서부소방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된 포터EV에서 14일 주행 중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대구서부소방서

“현재까지 SK배터리를 사용한 ESS, 전기차 등 어떤 수요처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SK는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게 충전하고 가장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이것이 SK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화재사고가 한번도 없었던 이유이자, 수주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이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가 각각 지난해 10월 21일 인터배터리 행사장과 올해 7월 1일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발언한 내용입니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자사 배터리는 화재가 난 적이 없는 안전한 배터리라고 대외적으로 홍보해 왔었는데요. 실제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에서는 그동안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었습니다.

SNE리서치와 현대차 IR자료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기아차 니로 3만8000대와 코나의 유럽 수출물량 1만2000대 등 총 5만대 가운데 화재가 발생한 사례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배터리 분리막 기술이 손꼽히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로부터 분리막을 공급받고 있는데요.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따르면 분리막 두께를 균일하고 정교하게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축차연신, 미세한 세라믹 돌가루를 분리막에 얇게 펴바르는 세라믹코팅분리막(CCS) 기술이 화재를 막아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코나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양극제와 음극제를 분리하는 분리막이 터저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즉,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의 분리막이 문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도 분리막이 손상돼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은 아주 중요한 것으로서, 손상이 되면 자연발화가 돼 배터리에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에서 남품한 배터리는 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SK이노베션의 배터리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자부심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화재 0’ 기록이 깨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인데요. 최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장착된 현대차의 포터EV에서 화재 조짐으로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16일 대구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9시 45분 대구 북구 매천 지하차도 인근을 지나던 현대자동차의 포터EV(1톤 화물차)에서 연기가 발생했습니다. 주행 중이던 운전자는 차량 아래 부분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냄새를 맡고 도로가에 차량을 세운 뒤 119에 신고했습니다.

서부소방서 관계자는 “불꽃이 발생하지 않아 화재라 단정지을 순 없지만 적재함 하부 배터리팩에서 연기와 냄새가 발생했다”면서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우려가 있는 배터리에 집중적으로 살수하자 ‘퍽’ 소리와 함께 다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화재가 난 포터EV에 탑재된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대구서부소방서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포터EV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이번 화재 사고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발화 지점이 지금까지 전기차 배터리 화재사고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단 기존엔 충전 중이거나 충전 직후 화재가 발생한 데 반해 이번 사고는 주행 중이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포터EV 제조사인 현대차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팩을 사용하고 있는데, SK이노베이션에서 화재 관련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배터리에서는 여러차례 화재가 발생해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2019년 말에 출시한 포터 EV는 지난해 9020대가 등록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 8554대가 팔린 인기 차종으로, 승용·상용 전기차를 통틀어 올해 ‘베스트 셀링’ 전기차 모델인데요. 만약 화재 원인이 배터리로 지목될 경우 대규모 리콜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한 배터리 화재 사고의 첫 사례로도 기록될 전망입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화재 원인 파악을 위한 합동 감식이 진행 중이라) 아직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만든 분리막이 적용된 자사의 배터리는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은 안전한 배터리라고 홍보해 왔었습니다.

이번 사고 감식 결과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로 지목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을 총괄하는 김준 사장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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