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의 돈을 잡아라”… ‘메타버스’ 올라탄 은행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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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의 돈을 잡아라”… ‘메타버스’ 올라탄 은행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7.14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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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시중은행들이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메타버스'를 이용한 업무 효율 높이기와 먹을거리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시중은행들이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메타버스'를 이용한 업무 효율 높이기와 먹을거리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야, 전광석화가 우리 은행장님이라고?”

지난 13일,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한 은행원들은 파란색 라이더 재킷의 훈남을 뚫어져라 봅니다. ‘전광석화’라는 네 글자 이름이 왠지 낯설지가 않습니다. 함께 셀카를 직접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전광석화는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닉네임입니다. 권 행장은 이날 ‘라떼는 말이야’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Metaverse). 가상이나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가상현실(VR)보다 진화한 개념으로, 단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아바타를 활용해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지난 13일 ‘전광석화’ 라는 닉네임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한 MZ세대 직원들과 직접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지난 13일 ‘전광석화’ 라는 닉네임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한 MZ세대 직원들과 직접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딱딱함과 지루함으로 설명되는 ‘꼰대문화’의 본보기, 은행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소통하는 은행장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젊은 은행원들과 너나들이하는 방식에는 ‘메타버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은행장들의 디지털 소통 뒤에 생존의 절박함이 엿보입니다. 이제 구닥다리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금융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 접근 방식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거나, 기존 가상공간을 빌리기도 합니다. 업무효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는 등 목적에 맞춰 여러 플랫폼을 활용하는 전략까지 추진됩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통해 가상공간에 지점을 내고 고객에게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봅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내부 업무와 고객 서비스 등에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비대면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화상회의 기능이 지원되는 ‘게더타운’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는 미국 메타버스 ‘로블록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글로벌 게임 유저들의 참여가 많은 만큼 여기서 금융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것입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네이버Z의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메타버스 연수원 오프닝 행사와 신입 은행원 멘토링 수료식도 마쳤습니다. 메타버스 연수원 오프닝 행사에는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아바타 캐릭터 ‘라울(Raul)’로 변신해 직접 참석했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새내기 은행원들은 라울에게 직접 설계하고 만든 공간을 안내하며 셀카를 찍었습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에 연수원 시설인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열었다. 오프닝 행사에 참여한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라울(Raul) 아바타로 참석해 신입행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하나은행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에 연수원 시설인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열었다. 오프닝 행사에 참여한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라울(Raul) 아바타로 참석해 신입행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하나은행

우리은행은 SKT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점프 버추얼 밋업’에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은행장과 젊은 은행원들이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은행은 이 행사에서 컨퍼런스홀 기능을 활용했습니다. 새로운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공간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우리은행은 여기서 추가 비용을 들여 은행 로고 등을 꾸미고 자체 행사를 진행한 것입니다.

이밖에 신한은행도 메타버스를 활용해 고객 영업과 공식적인 행사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적합한 플랫폼을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메타버스가 앞으로 금융권에 새로운 먹을거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울러 메타버스의 주된 이용 층이자 미래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메타버스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은행장들의 노력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정말 앞으로 먹거리가 되겠죠. 늦은 나이에 고생 많이 하십니다. 화이팅 하세요” “메타버스 계속 커질 거임” “근데 요즘 B2C하려면 메타버스가 좋긴 함” “사실 대중화된 플랫폼 하나 없는데 4050 틀딱들이 자꾸 젊은 척 이용해먹는 거임. VR, AR 기반의 몰입형 메타버스는 5년은 있다 나올 듯” “가상현실에서까지 사장을 봐야 되냐ㅋㅋ” “메타버스에서도 꼰대짓 해서 왕따 될 수도..ㅎㅎㅎ”.

메타버스 관련주인 자이언트스텝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메타버스 관련주인 자이언트스텝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한편 메타버스 관련주로는 옵티시스(109080), 자이언트스텝(289220), 한컴MDS(086960)를 꼽습니다. 옵티시스는 컴퓨터와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들 사이에 고속의 디지털 신호를 광전송 모듈을 이용해 전송하는 디지털광링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이언트스텝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리얼타임 콘텐츠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확장현실(XR)과 관련된 콘텐츠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컴MDS는 자회사인 한컴인텔리전스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프론티스의 지분 55%를 인수하면서 관련주로 꼽히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관련 해외 주식으로는 로블록스와 페이스북이 대표적입니다. 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도 테마주 순매수 상위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 가상의 공간에서도 돈을 잡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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