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없는’ 한샘 매각? 조창걸 자녀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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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없는’ 한샘 매각? 조창걸 자녀들은 어디에…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7.14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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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1순위 외아들 조원찬 2012년 사망… 며느리·손자도 지분 처분
경영에 참여 안하는 세 딸 은영·은희·은진 보유 지분도 각 1%대 이하
특수관계인 지분 30.21%, 매각가격 1.3조 수준… 창업 51년 만에 매물로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사진=한샘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사진=한샘

국내 가구·인테리어 1위 업체인 한샘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영향 등으로 매출 2조원을 회복하고 영업이익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 매각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샘은 2017년 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기면서(2조625억원) 신화를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영업이익도 1405억원을 거두면서 거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신입사원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면서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유통업계에서도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매출은 2조원대가 무너지고 영업이익도 대폭 축소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2019년에는 매출 1조6984억원에 영업이익은 558억원까지 쪼그라듭니다.

이처럼 뜻하지 않은 악재에 휘청이던 한샘의 실적 하향세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매출 2조675억원을 기록하면서 다시 2조원대를 회복하더니 영업이익도 1000억원대를 육박(930억원)한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이 실적이 크게 나아지는 상황에서 한샘이 M&A시장의 매물로 나왔다는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한샘의 이 같은 결심 배경에는 높아진 몸값도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현 시점이 매각 적기라는 것인데요. 즉, 물 들어 왔을 때 노를 젓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창업주들처럼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왜 매각의 길을 선택했느냐에는 의문부호가 달립니다. 여기서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의 가족 관계에 궁금증이 쏠립니다.

실제로 조창걸 명예회장(1939년생)에게는 자녀가 있지만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창걸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 3녀가 있는데요. 아들 조원찬과 딸 은영·은희·은진씨가 그들입니다.

특히 외아들인 조원찬씨는 단연 승계 1순위로 꼽혔습니다. 1971년생인 조원찬씨는 2003년 한샘에서 근무하다가 개인사업을 이유로 나갔지만 아버지인 조창걸 명예회장의 개인회사 ‘휘찬’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꾸준히 한샘과 연을 이어왔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원찬씨가 경영승계를 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승계 1순위로 꼽혔던 외아들 조원찬씨가 2012년 사망하면서 한샘의 승계가 불투명해졌습니다. 특히 조원찬씨의 사망 소식은 한샘 내부에서도 수년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년이 지나 부인과 자녀들에게 지분이 상속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고 조원찬씨의 아내 김현수씨와 조창걸 명예회장의 세 딸은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고 손자들(조원진의 아들)인 휘현과 일현군은 각각 2003년, 2005년생으로 아직 10대의 어린 나이입니다. 다만 조창걸 명예회장의 세 딸 가운데 미국 법인 디자인팀에 근무 중인 차녀 조은희씨만이 한샘에 몸 담고 있으며, 은희씨도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지분 구조도 취약합니다. 올해 3월 말 현재 조창걸 회장이 15.45%로 최대주주이지만 세 딸인 은영, 은진, 은희씨는 각각 1.32%, 0.72%, 0.88%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며느리(김현수)와 손자들(휘현, 일현)은 지분이 아예 없습니다.

앞서 조원찬씨가 사망하자 2015년 9월 조씨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2만9200주가 부인과 아들들에게 일괄 상속됐는데요. 부인 김현수씨에게 5만5371주(0.24%)가, 두 자녀인 휘현, 일현군에게는 각각 3만6915주(0.16%)가 상속됐습니다. 휘현·일현군의 지분은 당시 주식가치로 105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들의 당시 나이는 각각 12, 10세로, 한샘가 3세로는 처음으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의 상속세는 아버지 조원찬씨 보유 지분 중 3만주를 장내매도를 통해 납부했습니다. 상속세는 약 79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휘현·일현군은 2018년 10월 8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매각했습니다. 이들의 모친인 김현수씨도 보유하고 있던 한샘 주식 전량을 처분했습니다. 세 모자가 한샘 주식을 전량 처분한 것에 대해 한샘 측은 “개인적인 처분”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자녀 중에서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한 조창걸 명예회장은 1994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있습니다. 최양하 전 대표에 이어 지난해 강승수 대표가 새로 취임해 전문경영인 2기 체제를 맞았습니다.

한편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조창걸 명예회장(15.45%)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30.21%를 매각하기로 하고 인수 후보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거래 금액은 1조3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3일 기준 한샘의 시가총액은 2조7652억원입니다.

인수 후보로는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가장 유력하며, SK, LG 등 대기업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앞서 한샘은 2년 전에도 매각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경험이 있는데요. 당시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칼라일 등 거대 사모투자전문사(PEF)와 매각을 추진했으나 금액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습니다.

이번에 한샘의 매각이 성사되면 조창걸 명예회장이 1970년 창업한 지 51년 만에 조 명예회장의 손을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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