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못 지킨 최저임금 ‘1만원’… “그래서 나라 망했냐?”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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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못 지킨 최저임금 ‘1만원’… “그래서 나라 망했냐?”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7.13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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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2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9160원으로 의결했다. /자료=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는 2022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9160원으로 의결했다. /자료=최저임금위원회

“1%대 인상으로는 1만원 공약은 물 건너갔다.”

정확하게 1년 전인 지난해 7월 14일 새벽, 2021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됩니다. 찬성 9, 반대 7, 기권 2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시급 8720원’을 표결에 부친 결과입니다. 전년과 견줘 1.5% 올라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입니다. 노동자 위원 9명이 모두 불참한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사용자위원 2명도 기권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최저임금’. 나라가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하여 법으로 정한 가장 낮은 수준의 일한 대가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5.1% 오른 시급 9160원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노동계는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반발했고,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절박함을 외면한 결과라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1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9160원으로 의결했습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 올해보다 9만1960원 많습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의결 후 “많은 아쉬움이 남고 노사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결과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도. 내년 최저임금을 5.1% 올리자는 표결은 출석 23명 가운데 찬성 13, 기권 10, 반대 0표로 의결됐다. 찬성은 공익위원 8명과 한국노총 쪽 근로자위원 5명이었고, 기권은 사용자위원 9명과 공익위원 1명이었다.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모두 불참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도. 내년 최저임금을 5.1% 올리자는 표결은 출석 23명 가운데 찬성 13, 기권 10, 반대 0표로 의결됐다. 찬성은 공익위원 8명과 한국노총 쪽 근로자위원 5명이었고, 기권은 사용자위원 9명과 공익위원 1명이었다.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모두 불참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번 인상에 따라 근로자 76만8000~355만명의 내년 급여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공익 위원들은 5.1% 인상의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4.0%)과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1.8%)을 더한 값에 취업자 증가율(0.7%)을 뺀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의결 과정에서 민주노총 근로자 위원들의 퇴장과 사용자 위원들의 기권으로 후폭풍도 만만찮아 보입니다.

이로써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7.2%로 확정됐습니다. 박근혜정부 평균 인상률인 7.4%보다 낮고, 노무현정부(10.6%)와 김대중정부(9.0%)보다는 각각 3.4, 1.8%포인트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이명박정부 평균인 5.2%보다는 높습니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도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한 최저임금위는 관련법에 따라 5.1% 인상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노사 양쪽은 열흘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따라서 고용부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이 같은 내년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최저임금 의결 과정에서 노사 모두 반발하면서 후폭풍도 만만찮아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내년 최저임금 의결 과정에서 노사 모두 반발하면서 후폭풍도 만만찮아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1만원’에 미치지 못한 최저임금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고 가정해도 최저시급 인상에 반대했을 거라는 ‘데자뷔’도 나옵니다. 덩달아 오를 물가에 대한 걱정과 함께 업종별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일괄 인상에 대한 불만도 이어집니다. 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판에 박힌 ‘경고’도 빠지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때문에 소상공인 다 죽는다고 하는데 살인적인 임대료하고 대형마트보다 비싼 카드 수수료에는 암말 못함” “서구에선 비정규직도 대부분 최저임금 그 이상을 지급한다. 우리는 딱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게 문제야” “내 새끼가 버는 돈이라 생각하고 어른들이 좀 넉넉해지자” “말만 선진국 타령이지.. 이런 거 보면 아직 선진국 되려면 한참 멀었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선진국은 없다”.

“와 76만명에서 355만명이 그러면 최저시급이나 최저시급에도 못미치는 금액을 받고 살았다는 말이지,,,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19년 기준 2800만명인데 그 말은 3프로에서 10프로 넘는 인구가 워킹푸어에 속해가면서 살아왔다는 건데 어휴... 과연 코로나가 없었다 가정해도 최저시급인상에 찬성했을까??” “몇년간 자영업자들 눈치 본다고 최저임금 동결시켰다. 문정부가 뭘 그리 크게 인상시켰다고... 시급 돈 9천원 주는 게 선진국이냐? 기업총수들 급여랑 국개의원들 세비도 낮춰라”.

“인건비 조금 올렸으니 물가는 미친 듯이 오르겠구나.. 조삼모사가 생각 나네” “업종별로 상황이 다른데. 지급기준을 왜 지들이 정하지?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한 X들이 지들이 사장이야” “최저시급 5%로 인상으로 인해 근로자들도 힘들고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운영자들도 힘들다. 많은 근로자들이 내년에는 실업자가 될 것이다” “오르는 임금만큼 사람 잘릴까 걱정이다” “일자리도 없는데 최저시급만 올리면 뭐해요?”.

소상공인 경영이 어려운 이유(복수 응답).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11개 업종 4만개 업체를 조사한 뒤 가중치를 부여해 277만곳의 현황을 예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경영이 어려운 이유(복수 응답).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11개 업종 4만개 업체를 조사한 뒤 가중치를 부여해 277만곳의 현황을 예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한편 소상공인들이 경영을 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최저임금 같은 인건비가 아니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2월 28일 내놓은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권쇠퇴’(45.1%)와 ‘경쟁심화’(42.2%)가 소상공인들이 털어놓은 경영의 최대 어려움이었습니다. ‘최저임금’(18.3%)은 ‘원재료비’(26.6%)에 이어 ‘임차료’와 같은 수준의 부담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저임금은 1987년 9차 개헌에서 대통령 직선제와 함께 헌법에 명시한 유월항쟁의 결과물이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갈월동 박종철기념관에 걸려 있는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직선개헌 선언' 신문. /사진='온누리TR' SNS
최저임금은 1987년 9차 개헌에서 대통령 직선제와 함께 헌법에 명시한 유월항쟁의 결과물이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갈월동 박종철기념관에 걸려 있는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직선개헌 선언' 신문. /사진='온누리TR' SNS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최저임금은 1987년 10월 27일 아홉 번째로 바뀐 헌법 제32조 1항에 명시된 유월항쟁의 결과물입니다. 제도 시행 첫해인 1989년 시급 600원이던 최저임금은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1만원’을 공약했습니다. 이 약속만은 꼭 지키라던 고 백기완 선생의 목소리가 한 누리꾼의 댓글에서 들려옵니다.

“2년 전에 최저임금 올랐을 때 나라 망한다고 난리더니 나라 망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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