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와 유리알 경영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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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분식회계’와 유리알 경영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7.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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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을 처음 세상에 알린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오른쪽 3번째)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요구에 대해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회계분식 사건 피고인을 재판 도중에 풀어주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자료사진=참여연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을 처음 세상에 알린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오른쪽 3번째)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요구에 대해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회계분식 사건 피고인을 재판 도중에 풀어주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자료사진=참여연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피고인을 재판 도중에 풀어주는 건 우스운 일이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공판이 열립니다.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과 관련한 법률 위반 혐의입니다. 이 부회장이 감옥에서 맞은 쉰세 번째 생일 다음 날입니다. 이 부회장의 ‘옥중 생일’은 국정농단 재판 이후 4년 만입니다. 이날 검찰은 관련 행정소송에서 나온 ‘분식회계가 맞다’라는 취지의 전문심리위원 의견서를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분식회계’. 기업의 경영성과를 실제보다 좋아 보이도록 회계 장부의 정보를 일부러 부풀리는 행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잇단 분식회계 사건으로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한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시행 초기에는 계도 위주로 실시한다는 당국의 방침입니다. 바뀐 제도를 연착륙시킨다는 취지이지만 상장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을 하루빨리 높이라는 투자자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시행 초기 2~3년 동안은 계도 위주로 운영,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시행 초기 2~3년 동안은 계도 위주로 운영,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자료=금융위원회

12일 금융위원회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리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로드맵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시행 초기 2~3년 동안은 계도 위주로 운영,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는 회사 내부의 회계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설계 및 운영되는지 감사인이 직접 검증절차를 수행하는 제도를 일컫습니다.

이 제도는 2019 회계연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지난해 5000억원 이상에 이어 내년 1000억원 이상, 2023년 1000억원 미만의 모든 상장사로 적용대상이 확대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기업과 감사인들은 처음 실시되는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꾸준히 사전 안내를 요청했고, 당국이 이번에 로드맵을 마련한 것입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리 대상 여부 판단. /자료=금융위원회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리 대상 여부 판단. /자료=금융위원회

먼저 시행일로부터 개별·별도재무제표는 3년, 연결재무제표는 2년 동안 계도위주로 운영합니다. 다만 계도기간 동안에도 고의적인 회계부정 원인이 내부회계관리규정 위반으로 판단되는 경우와 전년도 감사의견이 부적정인 경우에는 감리를 실시합니다. 여기서 지적사항과 관련된 회사의 내부통제 적정성과 감사인의 감사절차 적정성을 살펴봅니다.

특히 발견된 취약사항은 ‘개선권고’ 위주로 조치하되, 고의적인 회계부정일 경우에는 조치를 1단계 가중합니다. 감사인에 대해서는 감사방법론의 일관성 및 충실성 여부를 점검하고, 개별 감사업무 점검에서는 감사기준서에 따른 절차의 적정성을 살펴봅니다. 여기서 감사방법론의 표준화 수준이 미흡하거나 감사절차 위반이 확인되면 개선을 권고합니다.

계도기간이 끝난 뒤에는 ‘중과실’이 있는 회계처리에 대해서도 감리를 실시합니다.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설계부터 운영, 평가 및 보고 과정 전반에 대해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입니다. 특히 감사인에 대해서는 계도기간보다 점검범위를 더욱 넓혀 감사절차의 적정성을 따질 방침입니다. 금융위는 “이번 로드맵을 적극 홍보하고, 시행과정에서 모범사례를 발굴해 시장에 안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이 공시하는 정기보고서 서식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뀐다. /자료=금융감독원
기업이 공시하는 정기보고서 서식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뀐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부터 기업이 공시하는 정기보고서(사업보고서 및 분·반기 보고서) 서식 체계를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조정하고, 중복되거나 연관된 항목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올해 반기보고서부터 변경된 서식으로 작성해 제출해야 합니다.

바뀐 서식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비슷한 주제의 공시항목을 통합했습니다. 현재 신주 발행·소각, 채무증권 발행 실적, 직접금융 자금의 사용 등으로 분산돼 있는 항목들은 ‘증권의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항목을 신설해 이곳에 통합 배치했습니다. 의결권 현황, 투표제도·소수주주권·경영권 경쟁, 주식사무 등의 항목들은 ‘주주총회 및 의결권에 관한 사항’을 신설해 묶었습니다.

또 투자자가 필요한 정보에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일부 항목의 목차를 세분화했습니다. ‘사업의 내용’ 항목은 사업의 개요, 주요 제품·서비스, 매출·수주상황, 위험관리·파생거래 등으로, ‘기타 투자자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 항목은 공시내용 진행·변경 사항, 우발부채 사항, 제재 사항 등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아울러 ‘사업의 내용’에 요약정보를 추가하고, 작성방식을 개별기업에 대한 정보를 먼저 기술하고 산업 분석은 뒤에 배치했습니다. 또한 경영진의 중요한 변동 등 표 작성항목을 확대해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내부회계관리 강화와 함께 공시서식 개선으로 기업의 투명성이 더욱 맑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리알 경영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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