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보험사에 ‘공공의료 데이터’ 넘겨도 될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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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보험사에 ‘공공의료 데이터’ 넘겨도 될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7.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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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17년 10월 27일 대한의사협회 성명서. /자료=대한의사협회
2017년 10월 27일 대한의사협회 성명서. /자료=대한의사협회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2017년 10월 30일,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습니다. 사흘 전 대한의사협회의 성명이 나온 뒤입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2014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표본 데이터셋’ 52건을 건당 30만원씩 받고 AIA·미래에셋·현대라이프·KB생명보험·롯데·KB손해보험·흥국화재해상·스코르 등 민간 보험사 8곳에 넘긴 사실이 밝혀졌다”.

‘공공의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보건의료기관이 계층이나 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보험회사들이 ‘공공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습니다. 2017년 심평원이 의사협회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데이터 제공을 중단한 지 4년 만입니다.

삼성생명 등 6개 보험사가 심평원으로부터 공공의료 데이터 이용을 위한 최종 승인을 얻었다. /사진=삼성생명
삼성생명 등 6개 보험사가 심평원으로부터 공공의료 데이터 이용을 위한 최종 승인을 얻었다. /사진=삼성생명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KB생명·한화생명·메리츠화재·삼성화재·KB손해보험 등 6개 보험사가 심평원으로부터 공공의료 데이터 이용을 위한 최종 승인을 얻었다고 전날 금융위원회가 밝혔습니다. 업계는 앞서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심사를 거쳤고, 공공데이터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연구 및 모델개발을 위해 공공데이터 이용을 신청해 승인을 받게 된 것입니다.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3년 심평원은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의료 정보를 개방하며 보건의료 빅데이터센터를 운영했습니다. 이어 이듬해부터는 보험사도 개인정보를 가명 등 ‘비식별’ 처리한 데이터를 받아 상품 개발에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정보 유출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심평원은 데이터 제공을 그만뒀습니다.

당시 정보 유출뿐 아니라 가명으로 처리된 자료여도 이를 다시 식별해 보험사가 유병자 등을 보험 가입 때 차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공공의료 데이터를 영리단체인 보험사들이 이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신용정보·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며 보험사의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 물꼬가 다시 틔었습니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가명 처리된 정보는 당사자 동의가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빅데이터 상업 활용의 근거 역시 법적으로 마련된 만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앞서 논란이 컸던 만큼 이번에 승인을 받은 6개 보험사는 앞으로 기존 보험시장의 사각지대에 있던 고령자와 유병력자 등을 위한 모델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금융위도 당뇨 합병증 등 기존에 보장하지 않았거나, 보장을 하더라도 보험료가 높았던 질환 등에 대한 보장범위 확대와 보험료 인하 효과를 기대합니다. 그러면서 공공 데이터 활용의 긍정적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빅데이터 협의회’를 만들어 보험업계와 보건당국과도 긴밀히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건강정보심사평가원이 6개 보험사에 공공의료 데이터 이용을 승인한 데 대해 누리꾼들은 결국 보험사만 좋은 일 시키는 거라며 깊은 불신을 나타냈다. /사진=픽사베이
건강정보심사평가원이 6개 보험사에 공공의료 데이터 이용을 승인한 데 대해 누리꾼들은 결국 보험사만 좋은 일 시키는 거라며 깊은 불신을 나타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결국 보험사만 좋은 일이라며 여전히 깊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의료 개인정보를 민간에 넘겨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득을 보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결국 보험사임. 손해 보는 장사 안하거든. 정작 필요할 때는 나 몰라라 하는 게 현실. 또 새로운 상품 만들어서 팔려나 보네. 쿠팡에서 손해 본 거 신규 가입 유치해서 이윤 보려는 X수작 아닌가 모르겠네요” “공짜로 제공으로 누군 돈을 버네...정작 정보 제공 주체인 개인은 얻는 게 없음”.

“의료 개인정보를 사기업에 넘긴다구? 미쳤네” “민간이 공공정보로 돈 번다구?” “악재다 악재” “과연 이 빅데이터가 긍정적으로 사용될까요? 보험사 이익이 우선하겠죠! 도대체 심평원은 이런데 활용하려 데이터 모으시나요???ㅠㅠ”.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
'공공병원'에 대한 이미지. /자료=문화체육관광부
'공공병원'에 대한 이미지. /자료=문화체육관광부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닷새간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공의료에 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공공의료’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응답(‘매우 긍정적’ 8.1%+‘긍정적인 편’ 53.5%)이 61.6%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부정적이라는 응답(‘매우 부정적’ 1.6%+‘부정적인 편’ 7.6%)과, ‘부정도 긍정도 아니다’라는 응답은 각각 9.2, 29.3%였습니다.

다만 병원 유형별로는 공공병원(23.4%)보다 민간병원(43.0%)을 더 선호했습니다. 공공병원을 꺼리는 이유로는 ▲진료수준 미흡(33.7%) ▲오래된 시설 및 장비(19.5%) ▲취약계층 진료 위주 병원이라는 인식(18.0%) ▲진료과목 부족(14.3%)이었습니다. 누리꾼들의 예상과 달리 보험사들이 공공 데이터로 의료 사각지대를 조금이나마 줄여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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